2021년 7월 30일(금)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로깅엔 나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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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

지난해 3월 황승용 대표가 만든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는 4명에서 시작해 1년 만에 참여자 480명 규모로 늘었다. /황승용씨 제공

거리의 쓰레기를 홀로 줍던 한 직장인에게 400여 명의 동료가 생겼다. 자신을 ‘지구 닦는 직장인’으로 소개하는 황승용(35)씨 이야기다. 그는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plogging) 단체 ‘와이퍼스(WIPERTH)’를 이끌고 있다. 플로깅이란 스웨덴어로 줍다(plocka upp)와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이른바 ‘줍깅’으로 불리는 환경 캠페인이다. 지난해 3월 출범 당시 4명에 불과하던 와이퍼스 멤버는 지난 7월11일 기준 480명으로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세대 초월한 플로깅

“다회용 컵이 없으면 음료를 안 마셔도 괜찮습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승용 와이퍼스 대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었다.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황 대표는 와이퍼스 내에서 ‘닦장(닦다+長)’으로 불린다. 지구를 닦는 사람들의 대표라는 의미다. 와이퍼스 구성원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시간 맞는 사람끼리 모여 단체 플로깅을 진행하고, 후기를 대화방에 인증한다. 황 대표는 플로깅에 더해 업사이클 체험, 다회용기 사용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주도한다.

플로깅은 일반적인 조깅보다 열량 소모가 크다. 기본적으로 뛰는 동작에 쓰레기를 줍기 위한 런지 동작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거리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속도를 내면서 달릴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와이퍼스에 동참한 480명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나이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있고, 직업도 다양하다. 황 대표는 “지난해 오픈 채팅방으로 모임으로 열 때만 해도 100명만 모아보자는 생각이었다”면서 “갑자기 플로깅 유행이 불면서 규모가 커졌고 작은 모임이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체성 등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쓰레기를 모으고 분리수거하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거리에서 가장 많이 줍게 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예요. 담배는 대부분 플라스틱 필터로 만들어지거든요. 무심코 버린 꽁초는 결국 바다에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먹이사슬을 거쳐 다시 인체에 흡수됩니다. 그래서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환경 캠페인을 기획하기도 했죠.”

와이퍼스는 플로깅으로 모은 담배꽁초 약 3만2000개를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KT&G 본사에 보내는 ‘꽁초어택’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필터 소재 전환을 요구했지만 아직 돌아온 답변은 없다”라며 “제조사, 지방자치단체, 소비자 중 누구 하나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양도성 성곽길에서 플로깅을 마친 황승용 대표. /박창현 사진작가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황승용 대표는 환경에 관심 갖게 된 이유를 “순전히 개인적인 동기”라고 말했다. “2019년에 환경에너지 관련 수기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상으로 유럽 여행을 보내준다고 해서 혹했죠. 주제를 정하려고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예상했던 수준이 아니었어요. 적나라한 현실에 충격받아 밤새 다큐 다섯 편을 연달아 보고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을 했죠.”

그는 다음 날부터 거리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가장 쉬워 보이는 활동이라는 생각에서다. 황 대표는 “다큐 내용 중에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쓰레기를 주워 리사이클센터에 팔아 수익을 내고 기부까지 하는 어린이를 알게 됐다”면서 “무작정 ‘아이도 하는 일을 어른인 내가 못하겠느냐’는 생각에 플로깅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플로깅으로 시작한 친환경 활동은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추구로 이어졌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가 줄었다. 줄어든 지출은 적게는 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달했다. “우선 불필요한 물건은 안 사게 됩니다. 평소 차를 타고 다녔던 길을 대중교통으로 가거나 걷게 되고요.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개선하니까 몸무게도 10kg 정도 줄었어요.”

황승용 대표는 올해로 9년차 직장인이다. 와이퍼스 운영이 업무와 병행하기 벅찰 때면 늘 플로깅 동료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언젠가 한 고등학생 참여자가 ‘안티 맬서스(Anti-Malthus)의 표본처럼 행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하더군요.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맬서스에 빗대 변하지 않는 현실에도 비관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고요. 궁극적으로 정말 환경이 좋아질 것 같으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와이퍼스는 비영리스타트업 전환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2021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 참여 단체로 선정되면서 ‘플로깅 플랫폼’ 구축 사업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누구나 쉽게 플로깅을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년 동안 회사 업무로 만난 사람들보다 1년 남짓한 와이퍼스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이 더 많아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선한 에너지를 받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게 없어요. 환경운동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저마다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하는 거예요. 지구가 깨끗해지는 건 덤이죠.”

제은효 청년기자(청세담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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