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2% 부족한 플라스틱 재활용, 미생물이 채웁니다”

[인터뷰] 서동은 리플라 대표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미생물의 힘을 누구보다 믿는다. 그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과정에서 원료의 순도를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생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은 청년기자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재활용률이에요. 현재 분리수거율은 62% 수준인데, 재활용률은 13%에 불과하거든요. 재활용률이 낮은 건 ‘복합재질’ 때문입니다.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이 섞여 하나의 제품이 된 걸 다시 단일재질로 풀어내는 건 몹시 어려워요. 하지만 미생물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률도 70~8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서동은(23) 리플라 대표는 ‘미생물 박사’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그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플라스틱 먹는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는 복합재질 플라스틱을 미생물에 먹여 하나의 단일재질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단일재질이 된 플라스틱은 재활용 공정을 통해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플라스틱의 무한한 자원 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생물로 만드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

리플라는 미생물을 통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소셜벤처다. 해외에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 몇 곳 있지만, 국내 기업으로는 리플라가 최초다. 덕분에 아직 연구 단계임에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연세대학교기술지주 등으로부터 총 1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달 15일 경기 수원시 리플라 사무실에서 서동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생물도 먹기 싫은 성분을 먹지 않는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는 플라스틱 종류인 PP, PE 등을 싫어하는 미생물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PP만 먹지 않는 미생물에 다양한 물질이 섞인 플라스틱을 주면 PP만 남기고 다 먹어치워요. 같은 원리로 PE, PVC, PS 등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뽑아낼 수 있는 거죠.”

현재 리플라 실험실에서 연구에 투입되는 미생물은 287종에 이른다. “미생물마다 먹지 않는 재질이 다르고, 먹는 속도도 다릅니다. 일일이 실제 재활용 산업에서 쓸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분해가 아주 빨라야 하고, 원하는 재질을 어느 정도 순도로 남길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현재 상용화 가능한 미생물은 PP만 남기는 6종 정도예요. 앞으로 1년 안에 모든 미생물 연구를 끝내고,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게 실증 연구에 돌입할 겁니다.”

리플라는 미생물을 가득 채운 ‘바이오탱크’를 만들어 재활용 업체들에 판매할 계획이다. 그간 재활용 업체는 쓸만한 폐플라스틱을 골라 모으고 씻은 뒤 잘게 부숴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왔다. 이를 플라스틱 제품 생산 업체에 파는데, 순도가 높을수록 비싼 가격을 받는다. 원료에 다른 물질이 섞여 있으면 생산된 플라스틱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현재 재활용 공정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순도 98%가 최선”이라며 “바이오탱크에 플라스틱 원료를 넣으면 나머지 2%를 플라스틱을 먹는 미생물들이 분해해 100%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탱크의 판매 시점은 오는 2025년이다. 예상 매출은 38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용 산업 살려 자원순환의 세계로

재활용 산업에 대한 서동은 대표의 고민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그는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에 참가했는데, 대회 주제가 ‘재활용 산업의 문제를 찾고 과학적으로 해결하라’였다.

“관련 논문을 먼저 찾아봤어요. 50개 남짓 되는 논문을 읽고, 의문점을 저자들에게 메일로 묻기도 했죠. 그때 처음 이물질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의 질이 떨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재활용 업체 수십 곳에도 전화를 돌려 확인했어요. 현장에서도 고민거리였어요. 업체들도 복합재질 플라스틱을 분해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고요. 직접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동은 대표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원료의 순도를 높이는 실마리를 미생물에서 찾았다. 고등학생 때 직접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고, 스물한살 되던 지난 2019년에 스타트업 ‘블루리본’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같은 방식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던 연구 창업팀 ‘플라스테이스(PLASTASE)’와 회사를 합쳐 지금의 리플라를 만들었다.

리플라는 자사 수익보다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을 더 중요시한다. 서 대표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를 높이면 자원의 지속적인 순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활용 산업을 살리는 게 환경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생물 분해 기술은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을 높여줄 거예요. 업체들이 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 수도 있겠죠. 가까운 미래에 자원순환이 무한히 이뤄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이재은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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