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자립준비청년, 동정 어린 시선 벗어나 가능성 많은 청년으로”

[인터뷰]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

열여덟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 청년들이 있다. 만 18세를 맞아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머물던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신선(30) 캠페이너도 자립준비청년이었다.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홀로 삶을 꾸리는 일은 마치 교과서 없는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았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선 캠페이너는 “자립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은 자립 준비 청년 당사자만이 느끼는 고민과 답답함을 풀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열여덟어른’ 캠페인의 활동가로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실을 왜곡 없이 전하고, 당사자 중심의 정책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목소리 내고 있다.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도 고민 많던 자립 초년생의 순간이 있었다. 그는 "보호시설 퇴소 후 생전 처음 받아본 고지서에 당황했던 기억, 보일러 고장으로 불이 날 뻔했을 때의 아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간의 시행착오에서 얻는 자립의 노하우를 모아 후배들의 건강한 자립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도 고민 많던 자립 초년생의 순간이 있었다. 그는 “보호시설 퇴소 후 생전 처음 받아본 고지서에 당황했던 기억, 보일러 고장으로 불이 날 뻔했을 때의 아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간의 시행착오에서 얻는 자립의 노하우를 모아 후배들의 건강한 자립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간 시설의 보호가 끝났다는 뜻으로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렀지만, 이들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본다는 의미로 용어가 변경됐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캠페인 ‘열여덟어른’은 매년 시즌을 거듭하며 자립에 나선 청년들을 향한 편향된 시선을 바로잡고, 관련 정책을 논의해왔다.

신 캠페이너는 지난 3년간 진행된 캠페인의 모든 시즌에 참가한 유일한 활동가다. 블로그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자립을 준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열여덟어른이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그가 캠페이너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은 좋지 않았다. 누군가는 보육원 출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라며 걱정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보고 배울만한 자립 청년 선배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둘째는 조건 없이 받은 도움과 사랑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흘려보내고 싶다는 소망이다.

“고아(孤兒)라는 단어가 싫었어요. 한자로 ‘외로운 아이’란 뜻인데, 부모님이 계시지만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시설을 나온 청년들에게 사람들이 갖던 동정어린 시선이 자립준비청년이란 단어의 등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이전보다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청년들을 돕겠다는 사람도 정말 많아졌어요.”

인식이 바뀌는 만큼 제도도 변했다. 자립준비청년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꼽히는 1순위 어려움은 ‘경제력’이다. 대표적인 지원제도인 자립정착금은 2002년부터 20년 가까이 500만원으로 동결돼 있었다. 이마저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지급액이 달랐다. 열여덟어른 캠페인은 청년들이 자립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착금에 대해 꾸준히 얘기해왔다. 이후 자립정착금이 최소 500만원으로 상향 권고되더니 800만원, 1000만원으로 점차 늘어났다. 경기도의 경우 1500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지원금이 상향 된 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에요. 그런데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없다 보니 지원금을 받고서도 헤매는 친구들이 많아요. 어린 시절의 결핍을 해소하려고 크게 탕진하거나 갑자기 생긴 큰돈에 부모님과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요.”

자립은 정보전이다. 알고 배운 내용이 많을수록 자립에 도움된다. 신 캠페이너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과 가정위탁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홈이나 위탁가정의 아동을 직접 만나 1대1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이 시급하고, 또 누군가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인 것처럼 자립이란 결코 의식주 해결에서 끝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에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자립준비청년의 시설 퇴소 시점을 기존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로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신 캠페이너는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라며 “보호종료연장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돌아올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독립한 친구 중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면 다시 부모님께 돌아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자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보호 종료를 결정했지만 맞닥뜨린 현실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청년이 한 번쯤은 시설로 돌아올 기회를 갖도록 보다 유연한 제도 설계가 뒤따르면 좋겠습니다.”

최다희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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