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민혁 끌림 대표
하루 8시간, 거리의 폐지와 고물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다. 리어카에 가득 실은 폐지의 무게는 평균 150kg. 그렇게 폐지를 팔아 손에 쥐는 돈은 하루 평균 2만~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고된 일은 대부분 60세를 훌쩍 넘은 노인들이 맡고 있다.
소셜벤처 ‘끌림’은 폐지 수거 노인의 안전과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기업이다. 리어카 공차 무게를 절반으로 줄여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해 수익을 돌려준다. 지난 2016년 대학 동아리로 출발해 소셜벤처로 전환한 이후 7년간 광고비 5억8000만원을 유치했다. 폐지 1만4980t을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민혁 대표는 “숫자로 계산되는 물질적인 효과만큼이나 어르신들의 정서적 건강까지 챙기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무형의 가치라면 어떤 걸 뜻하나요?
“리어카로 폐지를 수집하시는 어르신을 ‘끌리머’라고 부르는데요. 한 끌리머 어르신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리어카 끌면서 말상대가 많지 않았는데, 끌림 광고하면서부터 사람들이 나한테 광고에 대해 물어봐. 그럴 때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구나, 소속감을 느껴. 끌림을 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어.’라고요. 광고 수익도 중요하지만, 끌리머들이 스스로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가치예요. 리어카를 끄는 것이 아니라 광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끌림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인액터스(Enactus)라는 동아리로 출발했습니다. 재활용 산업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고물상에 관심이 갔어요. 직접 가보고 인터뷰도 진행하다보니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해보였어요.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다가 리어카에 광고를 부착하는 형태로 구체화하게 됐죠.”
-광고 집행은 어떻게 하나요?
“광고주가 의뢰하면 기간과 리어카 대수로 계약을 합니다. 그렇게 리어카 1대당 1명씩 배정해 무상으로 대여하고, 광고 수익을 배분해요.”
-광고 수주가 잘 되나요?
“사업 초반에는 먼저 광고주를 찾아다녔어요. 사업이 조금씩 커지면서 요즘은 제안 받는 광고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광고주가 홍보를 원하는 지역이 있으면 해당 지역의 고물상이나 복지관과 연결하기도 해요. 끌리머들의 활동 지역이 확장되는 거죠.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대전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리어카 광고를 보실 수 있어요. 현재는 36개 지역구로 확장했고 끌리머 499명에게 리어카를 무상 임대를 해드렸어요.”
-제공하는 리어카도 특별하다고 들었는데요.
“건강 악화로 기존의 일을 그만두고 폐지 산업에 뛰어든 분들도 있어요. 보통 리어카 무게가 75kg 정도됩니다. 상당히 무겁죠. 그렇다 보니 폐지 수거로 오히려 건강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리어카 구조를 변경하고 가벼운 부품으로 교체해 38kg까지 줄였어요. 너무 가벼운 리어카는 파손 위험이 있어 안정성을 위해 추가적인 경량화 작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고된 폐지 수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목표일텐데요.
“장기적인 목표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제공하는 일이 먼저라고 판단했습니다. 광고를 통해 부수적인 수익을 늘리고, 계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리어카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어요.”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업이 7년차에 접어 들면서 안정적인 수익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제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서 더 효과적인 광고 형태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또 끌리머들과 교류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하려고 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세대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느꼈거든요. 인액터스를 시작한 서울대 외에도 끌림과 연계된 대학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끌림을 경험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혜림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