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이 해법” 빌 게이츠…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나 [글로벌 이슈]

차세대 원전 SMR 세계 화두로 부상…韓도 가능성 부각
英·佛은 원전 확대, 獨은 재생 집중…日·中도 제각각 해법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차세대 원전 건설에 관심이 많고, 국내 기업들의 개발 역량이 크다”고 강조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부각했다. 이는 게이츠 이사장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 증가에 SMR이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화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을 만나 SMR을 함께 논의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SMR은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소형 원자로다.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수동 안전장치를 갖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TerraPower)를 직접 설립해 SMR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 원전 보유국으로, 현재 26GW 규모의 원자로 26기를 가동 중이다. 올해 상반기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8.7% 늘어난 반면 석탄 발전은 16% 줄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 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脫석탄 해법 갈라진 유럽…佛은 원전, 獨은 재생

탈탄소 시대, 각국은 원전을 붙잡을까, 버릴까. 영국은 2024년 9월 마지막 석탄발전소 ‘랫클리프 온 소어’를 폐쇄해 G7 가운데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안정적 무탄소 전원으로 보고 신규 대형 원전과 SMR 건설을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영국 원자력 개발청(GBN)이 방위·에너지 전문 기업 롤스로이스의 SMR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2030년대 초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의 원전 보유국으로, 전체 전력의 약 60~70%를 원자력에서 생산하고 있다.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으며 마지막 석탄발전소인 코르드메도 2027년 폐쇄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신규 대형 원전인 EPR2 건설과 함께 SMR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주도하는 ‘누워드(NUWARD)’ SMR 프로젝트는 현재 유럽 차원의 공동 규제 검토를 받고 있으며, 2030년대 초 시범 건설을 목표로 기술 설계를 다듬고 있다.

프랑스는 전력의 60~7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SMR 건설을 적극 추진중이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노장쉬르센 지역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P)가 운영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전경/. 연합뉴스, EPA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의 ‘나트륨(Natrium)’ SMR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6월 와이오밍의 폐쇄된 석탄발전소 부지에서 착공식을 열었고, 같은 해 3월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NRC는 심사 일정을 앞당겨 2025년 말까지 허가를 마칠 예정이며, 상업 운전은 2030년대를 목표로 한다.

반면 독일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원전을 에너지 전환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가스·수소 전환에 무게를 둔다. 2023년 4월 마지막 원전 3기를 폐쇄하며 ‘완전 탈원전’을 선언했고, 석탄도 당초 2038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 퇴출할 방침이다. 독일은 EU ‘그린 택소노미’ 논의에서도 원전 포함에 반대했지만, 집행위는 최종적으로 원전과 천연가스를 조건부 녹색 분류에 넣었다.

◇ 日 재가동·中 확장…SMR 두고 아시아도 분주

아시아에서도 SMR 논의가 거세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줄였지만, 다시 재가동과 수명 연장에 나섰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SMR을 포함해 2030년대 초 국제 협력을 통한 실증 목표도 담겼다.

중국은 58기의 원자로를 운영하는 아시아 최대 원전 보유국이다. 여기에 30기의 신규 원전을 추가로 짓고 있다. 발전 비중은 여전히 석탄이 60% 이상이지만, 정부는 2030년 전후 배출 정점을 찍은 뒤 감축에 나서겠다고 한다. 원전 확대 과정에서 SMR 기술도 채택했다. 하이난성 창장 부지에서 자체 개발한 ACP100(린룽원)을 2021년 착공했는데, 세계 최초의 상업용 육상 SMR로 꼽힌다.

다만, SMR을 둘러싼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뉴스케일의 유타 SMR 사업은 전력구매 부족과 비용 급등으로 2023년 중단됐다. 핵폐기물 관리와 분산 설치에 따른 규제·보안 부담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다수 프로젝트의 상업 운전 시점이 2030년대인 만큼, 2030년 이전 대규모 감축이 관건인 기후목표 달성에는 기여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도 원전과 가스를 ‘조건부’ 녹색 분류로 포함시키는 등 금융·정책 지원의 문을 열었지만,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한 제한적 인정에 머물러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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