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금)
마음이 아픈 어른 4명 중 1명, 문턱 높은 종합심리검사

어른 4명 중 한 명이 마음이 아픈 시대다.  한국 성인 가운데 연간 470만명의 정신질환 경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울장애(우울증)를 앓는 사람은 연간 61만명(일년유병률 1.5%)으로 나타났다(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특히 20대 우울증의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에서 2016년 6만4497명으로 22.2%나 늘었다. 60대 이상 증가율(20%)보다 높다. 같은 기간 10대, 40~50대는 줄었고 30대(1.6%)는 약간 늘었다. 

대학생 B씨는 최근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학과 성적도 우수하고, 친구도 많은 활발한 성격이라 주변 친구들도 B씨가 우울증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B씨는 임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심리학 연구실에서 우연히 설문에 참여했다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심리학 교수가 B씨의 설문결과를 보고 상태가 심상찮음을 인지해 그에게 무료로 ‘종합심리검사(Full-Battery)’를 진행해줬기 때문. 그는 이후에 검사 비용을 알고 난 후, 깜짝 놀랐다. 검사비가 한 달 생활비에 육박하는 돈이었다.

◇접근성 떨어지는 고가의 종합심리검사비 

 

종합심리검사는 우울증을 진단하기 위한 첫번째 관문이다. 환자의 정신 및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상담방법을 처방하기 위한 절차다. 마음의 종합검진과 같은 셈이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발달지연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종합심리검사를 받는다. 종합심리검사에는 BGT, 로샤검사(Rorschach), MMPI, SCT, 그림검사, 지능검사 등 다양한 검사 항목들이 있다. 상담과 달리 환자의 심리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진단하는 검사다. 

종합심리검사에는 BGT, 로샤검사(Rorschach), MMPI, SCT, 그림검사, 지능검사 등 다양한 검사 항목들이 있다. ⓒpixabay

검사시간은 기본 4~5시간, 비용은 30~50만원 선. B씨와 같이 직장이 없는 20대 대학생에겐 더 큰 부담이다. B씨는 “교수님이 무료로 검사를 진행해주지 않으셨다면 내 마음 상태를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에 거주하는 C씨도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때문에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병원에 갔는데, 비용을 듣자마자 내가 이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정도로 아픈 사람인지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종합심리검사는 정신과와 상담센터 등에서 받을 수 있는데, 검사기관마다 가격도 제각각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어떤 검사를 받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비를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위치한 A사설상담센터는 45만원, 서초구에 위치한 B기관은 40만원이라 했다. 수련 과정에 있는 임상심리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등 편법도 왕왕 일어난다. 기본적으로 종합심리검사는 병원에서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갖춘 임상심리전문가가 맡아야한다. 

◇마음의 종합검진… 정신질환 예방에 방점두고 접근해야 

 

“저의 육아방식이 잘못된건지 아이의 성향때문인지, 답답한 마음이네요. 아이의 심리 상태를 알고 싶어요. 선배맘들께 도움을 청합니다.” (jive****)

“점점 아이가 안 좋아지는 것인지 두려움이 생기네요. 검사비는 얼마인지 궁금하고요.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선배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wjd*****)

맘카페에서도 ‘종합심리검사’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화두다. 아이들의 발달 정도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기 때문. 대구에 사는 김영숙(가명)씨도 38개월인 넷째 아이가 다른 형제들보다 발달 속도가 느려 걱정했지만, 영유아 검진에서 ‘발달 양호’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최소 30만원 가량인 검사 비용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종합심리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아이의 언어 발달상태는 15개월로 또래보다 한참 느리다는 것을 알게됐다. 

한국 성인 가운데 연간 470만명의 정신질환 경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울장애(우울증)를 앓는 사람은 연간 61만명(일년유병률 1.5%)으로 나타났다. ⓒpixabay

전문가들은 “정신과 심리 상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종합심리검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한 검사를 받을 수만 있다면, 병의 악화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강신삼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종합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담진료를 하면 피상적 진료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유아 검진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종합심리검사는 정신질환 예방 차원에서라도 국가가 지원해줘야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종합심리검사 급여화의 경우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임상심리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검사인만큼, 무조건 단가를 낮추면 검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김은숙 임상심리전문가는 “성격검사나 MMPI 같이 일부 객관적 검사는 컴퓨터 채점이 가능해 단가를 낮춰도 큰 문제가 없지만, 로샤검사(Rorschach)나 주제통각 검사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목도 있다”면서 “특히 정신보건과 관련해서는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팀을 이뤄 유기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보라·허일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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