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생리대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됩니다”

[인터뷰]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

“우리 회사의 목표는 ‘소멸’입니다. 생리대 한 개를 구매하면 저소득층 아동에게 한 개가 기부되는 ‘원포원(one for one)’ 방식이라 잘 팔리는 생리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아지고, 사회적 불평등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저는 이 사업을 접을 겁니다. 빨리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5일에 만난 이지웅(33) 업드림코리아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 모든 아이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업드림코리아는 생리대 브랜드 ‘산들산들’, 기저귀 브랜드 ‘비엔’ 등과 같은 생필품부터 여권 케이스, 가방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하나 사면 하나가 기부되는 ‘원포원’ 방식에 참여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지 청년기자

“대학 졸업 후 1년 정도 세계여행을 했는데, 그때 빈민가 아이들이 쓰레기를 주워 먹는 것을 보고 ‘왜 같은 사람인데, 저렇게 살 수밖에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이후 가난한 자와 부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찾아보던 중에 사업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이지웅 대표는 ‘생리대 만드는 남자’로 유명하다. 그는 “성인이 되고 난 뒤 저소득층 아동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한 여학생이 생리대가 비싸다는 말을 했다”며 “그 말을 듣고 편의점에 가보니 4장에 2000원 정도로 학생들에게 부담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여성이 한 달 동안 쓰는 생리대는 평균 28~35장이고, 국내 생리대 한 장의 가격은 평균 약 331원으로 일본·미국 181원에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다.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일에 대한 소명과 사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의 소명은 소외된 계층,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리대도 기저귀와 마찬가지로 성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 가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생리대의 품질을 높이고 단가를 낮추면 더 많은 사람이 더 합리적인 가격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당연한 권리인 거죠.”

업드림코리아는 2017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총 1억3698만원을 모금하고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첫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기부된 생리대는 약 280만 장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0억원이 기부된 셈이다. 이 대표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어서 금액적인 부분은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드림코리아는 지난해 1월 약 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프리시리즈A 브릿지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누적 14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품질에 대해서도 인정받고 있다. 올해 ‘2021 소비자 서비스 만족 대상’에서 지난해에 이어 생리대 부문 대상을 2회 연속 수상했다.

올해는 사회공헌 캠페인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여행 플랫폼 ‘여행에 미치다’ 등과 진행한 ‘브리즈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브리즈런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에어컨과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업드림코리아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한 굿즈(티셔츠)를 입고 러닝 완주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 생리대 한 팩이 기부되는 식이다. 약 100세트의 준비된 물량이 하루 만에 품절돼 200세트의 물량을 추가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집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집에 에어컨과 전기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러닝을 하며 더운 여름을 같이 느껴보고, 함께 달리면서 아이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선물하자는 의미로 시작했어요.”

이 대표는 ‘탐스슈즈’를 보고 업드림코리아를 기획했다. 탐스슈즈는 신발 한 개 구매 시 다른 하나가 기부되는 방식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다만 탐스슈즈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2019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이 대표는 “초반 경영 때는 경제적으로 힘들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다 보니 현재는 투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게 됐다”고 했다.

“저희의 단기적 목표는 연 매출 300억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군과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안전성과 품질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 또한 단순히 ‘큰 회사’보다는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아서 영향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수지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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