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입주 기업, 국내 공정무역 문화 확산에 박차
최근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으로 유통되는 커피와 초콜릿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생산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착한 소비’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서울혁신파크에는 국내 공정무역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힘쓰는 단체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가격 탓에 확산 속도가 더딘 공정무역 제품의 매력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이하 아공네)는 지난 2012년 소비자와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아공네는 커피·계피·캐슈넛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필리핀 농부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의 자립을 지원한다.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제품 고유의 콘텐츠를 부각시킨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각종 첨가물을 넣어 보존기간을 늘리기보다 공급 사슬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 제품 추적이 가능하다.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이루어진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 사슬과 정반대 구조다.
“베트남의 공정무역 계피는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생산됩니다. 생산자 대부분은 80~90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죠. 그동안 할머니들은 고산에서 수확한 계피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비포장도로를 걸어 내려와야했는데, 공정무역을 시작하면서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이동 시간이 확 줄어들어 생산성은 더 높아졌죠.”
아공네에서 생산자파트너십을 담당하는 이승희(35) 팀장은 공정무역이 가진 ‘변화의 힘’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무역에서는 중간상인들이 마진을 남기기 위해 제품 가격을 어떻게든 낮춰보려 하지만, 공정무역은 이윤을 제1목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제품의 최저 가격과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한다. 덕분에 생산자들의 근무환경은 개선되고, 품질과 사후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제품인증이다. 아공네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에 정회원으로 가입, GS(Guarantee System)인증을 취득했다. GS인증은 WFTO의 회원으로 WFTO의 공정무역원칙을 준수하며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단체라는 것을 보증하는 제도다. 공정무역단체들은 WFTO의 까다로운 심사와 방문 인증을 거쳐 GS마크를 취득하고 나서도, 매년 모니터링을 통해 갱신해야하는 등 번거로운 제도를 기꺼이 감수한다.
서울혁신파크에는 아공네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아공네가 서울시와 함께 펼치고 있는 ‘공정무역 시민대학’ ‘공정무역 캠페인’ 등은 같은 건물 1층에 입주한 한국공정무역협의회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
특히 밥상 프로젝트 ‘가나다밥상’은 아공네와 함께 지난 8월 공정무역 캐슈넛과 닙스를 활용한 ‘공정무역 파스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또 다른 공정무역단체 ‘마을무지개’도 함께했다.
혁신파크 내 미래청에 있는 카페 ‘별꼴’에서는 아공네의 공정무역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만날 수 있다. 또 사회적 경제 교육기업인 ‘자바르떼’는 최근 커리큘럼에 공정무역 섹터를 추가하기도 했다.
[김혜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khw9730@naver.com]–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