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조치 소홀, 국제법 위반”…한국도 2035년 목표 상향 압박

국제사법재판소, 기후변화 대응 미이행은 국제법 위반 가능성 첫 명시
국내외 환경단체, IPCC 과학 분석 근거로 최고 수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요구

국내외 환경단체 33곳이 한국 정부를 비롯한 각국에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달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며 기후조치 미이행이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권고 의견을 낸 데 따른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달 23일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권고 의견을 발표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IPCC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35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서한 참여 단체들은 한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2035년 목표 설정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법적 의무”라며 각국이 ICJ 권고를 NDC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출시점보다 각국의 NDC가 담고 있는 목표의 수준과 실질적인 내용, 그리고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난달 23일, 유엔 최고 사법기관인 ICJ는 각국이 기후 조처를 하지 않으면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권고 의견을 발표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후변화협약과 국제관습법 등 다양한 국제법 원칙을 근거로 국제 사법기구가 처음 내놓은 공식 법적 견해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제법 논의의 전환점이자 전 세계 기후소송 확대의 계기로 평가한다.

이번 권고는 태평양 도서국과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의 결과다. 6년 전 바누아투에 있는 남태평양대학교의 태평양 도서국 출신 학생들의 제안에서 출발해 바누아투 정부가 외교전에 나섰다. 이들은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부터 ICJ 절차까지 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NDC 관련 권고는 시의성이 크다. ICJ는 모든 국가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세워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기온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파리협정의 1.5도 목표가 실질적 의무임을 분명히 했다.

33개 국내외 환경단체는 ICJ 권고에 따라 2035년 NDC를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Unsplash

한국을 포함한 파리협정 가입국들은 2035년 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 기한은 애초 2월에서 9월로 연장됐으며 8월 4일 기준 27개국이 완료했다. 대부분 국가의 추가 제출은 올해 3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9월 중 초안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해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오렐라나 유엔 특별보고관은 “NDC는 수립과 제출에 그쳐서는 안 되며 1.5도 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제법은 형식적 절차 대신 각국이 실질적인 조치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ICJ 또한 NDC가 국가 재량에만 맡겨질 수 없으며, 국경을 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상당한 주의의무를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병천 아주대 교수는 “국제관습법의 상당한 주의의무는 기존 국가들의 느슨한 파리협정 NDC 관련 의무를 단단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헌법 6조 1항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법 일부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아시아 첫 사례 국가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31년 이후 감축 목표를 새로 설정해야 한다. 엄예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한국은 주요 배출국으로서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핵심 경로”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모든 당사국은 1.5도 목표와 현행 정책의 격차를 점검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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