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사회를 잇는 방식] 전쟁과 기후 리스크

이현승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 국제감축사업본부장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핵·군사 시설을 타격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그 시각 나는 탄소감축사업 타당성조사를 위해 아프리카 케냐에서 말라위로 향하고 있었다.

전쟁과 탄소감축. 전혀 다른 두 단어 사이를 오가며 나는 한 가지 질문을 오래 붙들게 되었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그 폐허의 시간은 동시에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폭발과 화염 뒤에서, 전쟁은 대기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배출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이 만들어내는 배출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쟁의 탄소배출은 단순히 전투기와 미사일이 사용하는 연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투기, 군함, 장비 수송과 같은 직접적인 군사 활동은 물론, 폭격으로 파괴된 정유시설과 저장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연료 손실, 무너진 주택과 학교, 산림 파괴, 도로를 복구하는 재건 과정, 그리고 군수물자 생산과 물류 재편까지 모두 막대한 온실가스를 유발한다.

다시 말해 전쟁은 한순간의 군사행위가 아니라, 파괴와 복구 전 과정에 걸쳐 배출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탄소 생산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훨씬 오래 지속된다.

실제로 전쟁이 만들어내는 탄소배출 규모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개전 이후 18개월 동안 누적 배출량이 약 1억 7천만 tCO₂e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중소 규모 국가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가자지구 분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짧은 기간의 군사작전과 대규모 파괴, 그리고 이후 불가피하게 이어질 재건 과정까지 고려하면 수백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점은 이 수치들이 단지 ‘전쟁 중 발생한 배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파괴된 도시를 다시 세우는 과정, 붕괴한 에너지 시스템을 복구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전쟁의 탄소배출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

결국 하나의 전쟁은 단기간의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기후 부담을 남기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과연 우리는 전쟁이 남기는 기후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사회는 재건의 방식 자체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인프라 복구를 넘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NGO 역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이러한 구조적 전환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감축사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해답이라기보다, 기후와 개발, 그리고 재원을 연결하는 하나의 틀로서 다시 검토될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재건은 단순히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현승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 국제감축사업본부장

필자 소개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에서 국제감축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비영리 영역에서 20여 년간 모금과 사업개발을 수행하며, 국내 최초로 가상자산 기부 도입 체계를 구축하는 등 재원 혁신을 이끌어왔다. 현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감축사업과 탄소시장을 기반으로 ODA와 민간투자를 연결하는 PPP 구조의 기후사업을 설계·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자원의 흐름을 연결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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