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려는데 돈을 더 내라고요?”…유산기부 가로막는 비용과 구조의 벽

단체가 보는 K-유산기부의 현실 <3>
공증·신탁 수수료부터 부동산 자산 구조까지, 실행 단계의 장벽

“신탁이나 공증을 진행하게 되면 일정 부분 수수료 명목의 비용 부담이 있거든요. 내가 돈을 내면서까지 기부를 해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거부감이 생기지 않나 싶어요.”

한 모금단체 유산기부 담당자의 말이다. 기부 의사는 분명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 비용과 절차 부담에 막혀 멈추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산기부 상담 현장에서는 ‘얼마를 기부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유언장을 쓰면 끝날 것 같지만, 실제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공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고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계약·관리·집행 단계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기부를 결심한 이후에도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구글 제미나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단체들은 이 같은 비용 구조가 기부 실행의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임현빈 굿네이버스 특별후원팀장은 “신탁은 계약·관리·집행 단계마다 보수가 발생하고 공증 역시 비용이 든다”며 “후원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아 월드비전 고액후원팀 책임매니저도 “유언대용신탁은 기부자와 기관 모두에 유용한 제도지만 수수료 때문에 권유가 쉽지 않다”며 “공익 목적 기부에 한해 금융사가 수수료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은 10억 원짜리여도 ‘의심’부터 해야 합니다”

유산기부가 복잡해지는 배경에는 한국의 자산 구조도 있다. 자산의 상당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약 64~65%로, 미국(30%대), 일본(30%대 중반)보다 높다.

서울의 풍경.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freepik

이로 인해 상담 현장에서는 주택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 부동산 기부는 소유권 이전, 공간 사용, 임대 수익 기부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유산기부에서는 통상 소유권 이전이 중심이 된다. 다만 자산을 이전받은 이후에도 활용 방식에 따라 기관의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직접 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와 매각해 현금화하는 경우로 나뉜다.

문제는 부동산이 현금처럼 즉시 활용 가능한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권리관계 정리와 세금, 매각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기부 의사와 별개로 수용 여부가 갈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호경 밀알복지재단 ESG협력실 특별후원팀장은 “부동산은 근저당, 세입자, 임차보증금 등 권리관계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며 “자산이 얼마나 ‘정리된 상태인지’에 따라 기관의 부담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은 세입자 보증금 반환, 세금 납부, 매각 절차를 거치고 나면 남는 금액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공개입찰 방식으로만 매각이 가능한 점도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다.

고영주 희망친구기아대책 IMC본부 차장은 “부동산은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각과 세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매각 가능성이 낮거나 비용 부담이 크면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용을 따져본 뒤 기부 수용을 포기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일부 기관은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 직접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윤예슬 초록우산 자산기금팀장은 “2024년에 기부자가 부모님의 유산이었던 광진구 아파트를 넘겨, 2025년부터 인근 대학생 기숙사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 역시 기부받은 부동산을 장애인 거주 시설이나 사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공인중개사·자산관리사’ 된 단체들, 전문가와 적극 협업

단체들은 유산기부 상담이 과거보다 한층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후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질문도 더 구체적이고 정교해졌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부동산 기부 시 세금 부담 주체, 처분 후 기부와의 차이, 상속 재산 재기부 시 세금 구조 등 세부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자산 종류와 시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만큼, 기부 방식을 비교·설계하려는 경향도 뚜렷하다.

지윤진 사랑의열매 전략모금팀장은 “유산기부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 혜택이 있지만, 실제 절차와 사후 관리가 까다롭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지원 세이브더칠드런 필란트로피팀장은 “현금부터 부동산, 주식, 보험, 귀중품까지 자산의 종류가 다양해 자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기부자에게 보다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자산관리사(FP) 자격증 취득을 한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의 경우 사례별로 상황이 달라 매뉴얼 적용이 어려워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고민한 유산기부 담당자도 있다고 전했다.

유니세프의 유산기부 안내 페이지. /유니세프 홈페이지 갈무리

이 같은 변화로 상담은 단순 안내를 넘어 세무·법률 판단이 개입되는 단계로 확장됐다. 김봉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고액후원팀 매니저는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상담은 법률사무소, 보험사 등 협약기관과 연계해 원스톱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에서 유언대용신탁 상담이 유산기부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면서, 금융·법률·기부가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유산기부는 ‘마음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실행은 제도와 구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부 의지가 있어도 비용과 절차, 자산 구조의 제약을 넘지 못하면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실무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와 비용 구조 개선 없이는 유산기부의 문턱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리·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