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커리어 릴레이 인터뷰 <5> 김유리 사단법인 시민 사무처장
“활동가의 성장과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 질문을 던진다”
“비범한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함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시민운동을 하며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유리 사단법인 ‘시민’ 사무처장이 20년 전, 처음 시민사회의 문을 두드리며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문장이다. 그는 지금도 수시로 이 문장을 꺼내 읽는다. 현장 활동가에서 출발해 어느덧 시민사회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고민하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한 김 사무처장을 <더나은미래>가 만났다.

◇ 현장과 제도를 잇는 ‘연결자’로의 여정
교육학을 전공한 김 사무처장은 벤처기업과 출판사를 거쳐 환경단체 ‘생명의숲’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당시 학교 현장은 정보화나 영어 교육 시설이 화두였는데, ‘숲이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생명의숲의 비전에 매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가 공익 생태계를 돕는 ‘중간지원조직’에 눈을 뜬 건 2007년 산림 분야 중간지원조직 연구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만 해도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다”며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들만큼이나, 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는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NPO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긴 김 사무처장은 9년간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 활동가 역량 강화, 의제 발굴 등을 이끌며 조직과 사람의 성장을 도왔다. 김 사무처장은 이 시기 배운 가장 큰 자산으로 ‘오지랖’을 꼽았다. 그는 “어디에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누구와 누구를 연결해야 시너지가 나는지 탐지하는 레이더가 생겼다”며 “중간지원조직 종사자는 결국 탁월한 ‘연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답보다 ‘질문’ 던지는 역할
김 사무처장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앞서 걷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먼저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현장의 답을 대신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변화를 먼저 살피고 질문을 던져 조직이 스스로 방향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팩트 측정’이다. 그는 “10여 년 전만 해도 현장에서는 임팩트 측정에 대한 거부감이 컸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며 “이처럼 다가오는 변화를 먼저 보여주고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 지원조직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답보다 ‘질문’이 성장을 이끈다고 믿는다. “지원사업을 운영할 때도 단순히 신청서 칸을 채우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사업을 하는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며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활동가와 조직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중간지원조직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도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행정을 대행하는 곳’이라는 오해도 샀지만, 현장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꾸준히 공급하면서 이제는 생태계 내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 고립감 겪는 청년 활동가들, 열쇠는 ‘동료와 연대’
김 사무처장은 20년 가까이 활동가들의 성장을 지켜봐 왔지만, 오늘날 청년 활동가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작은 단체일수록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다 보니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할지,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할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조직 내 인력 부족으로 세대교체나 온보딩(적응 지원)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2025 공익활동가 지속가능지수(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결과는 그의 고민을 뒷받침한다. 4년 전과 비교해 급여 등 현실적 처우에 대한 만족도는 소폭 상승했지만, 활동가 정체성이나 동료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처우는 다소 나아졌을지언정,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내적 동력’과 ‘관계망’은 약해진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사무처장은 중간지원조직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네트워킹’을 꼽았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외롭지 않도록 ‘오지랖’을 자처하는 그는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이 결국 ‘동료와의 연대’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활동가 지원사업을 할 때마다 ‘이곳에서 또 다른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꼭 합니다. 현장에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활동가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 자체가 엄청난 위로이자 힘이 되거든요. 나 혼자서, 혹은 우리 조직 혼자서 풀 수 있는 사회문제는 없습니다. 결국 협력이 기본이고, 네트워크가 곧 우리의 가장 강력한 자산입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