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커리어 릴레이 인터뷰 <3> 조아신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총괄기획
“좋은 연결은 낯섦에서 시작되고, 설계로 완성된다”
“사람을 잇고 모이게 하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당장은 결과가 없어 보여도 일단 만나 시작하는 경험이 나중에 중요한 일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아신(본명 조양호)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총괄기획의 커리어는 조직과 역할이 바뀌어도 한 축으로 이어져 왔다. 바로 ‘연결’이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임팩트 생태계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잇는 일을 해왔다. 그 무대는 온라인에서 지리산으로, 다시 전국으로 확장됐다.
◇ 20여 년 전 시작한 재택근무가 커리어의 방향을 바꾸다
조 기획의 임팩트 커리어는 199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시작됐다. IMF 직후, 기업 감시와 금융 개혁, 노사 관계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던 때였다. 이듬해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창립해 인터넷 기반의 예산·기업 감시 운동을 펼쳤다.

2001년 그는 서울을 떠나 전라북도 완주로 내려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이 경험은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20대 활동가의 요구를 받아준 조직 문화와 리더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당시 사무처장이던 하승창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앞으로 이런 방식이 많아질 테니 조직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보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그는 홈페이지 운영과 뉴스레터 제작 등 비대면 중심의 일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몸으로 익혔다.
이 경험은 비영리단체의 기술 활용을 확산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인터넷 기반 시민운동을 펼치며 워크숍과 교육을 기획했다. 이후 다음세대재단에서 비영리단체를 위한 IT 지원센터 업무도 맡았다.
◇ 지리산으로 옮긴 무대, 연결은 더 넓어졌다
조 기획은 “지리산에 자리를 잡은 건 2004년이었지만, 2012년 전까지는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마을 카페이자 책방인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을 열며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10여 년간 사람을 연결해 오며,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토닥은 주민들의 모임 공간이자, 여행자들이 지역을 이해하는 거점이 됐다.
작은 카페 하나가 마을의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토닥이 생긴 이후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지역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서울에서 먼저 시도됐다. 2010년 ‘더 체인지’를 통해 카페 겸 콘퍼런스 공간을 운영하며 사회적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열었다. “서울과 지리산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필요하거나 흥미 있는 일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일하게 됐다”고 했다.

활동 범위는 지역을 따라 넓어졌다.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 지리산을 공유하는 5개 지역을 묶는 ‘지리산이음’을 통해 교류를 확장했다. 이 활동은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이는 ‘지리산포럼’으로 발전했다. 2015년 시작된 포럼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3박 4일 동안 2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는 “지리산포럼은 참여자끼리 만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지리산이라는 지역과도 관계를 맺는 기회”라며 “포럼을 계기로 만난 사람들이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협업을 시도해보자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다”고 이야기했다.
◇ 사람을 잇고 기회를 여는 것이 곧 생태계의 역할
2024년부터 비영리활동가 교육 프로그램 ‘엣지’를 통해 그는 또 다른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활동가들을 만나고, 현장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그는 “교육에서 얻는 내용도 의미 있지만, 식사 이후나 숙소에서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가 특히 좋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배움은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조 기획은 연결을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생태계가 길러야 할 역량으로 본다. “좋은 연결이 부족한 이유는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적기 때문”이라며 “이 역시 방법과 태도, 철학이 필요한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연결을 “낯선 사람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얻고, 사고의 폭을 넓히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설명했다. 동시에 이러한 만남의 자리와 이를 설계하는 역할에 대한 인식과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유명 연사의 강연에는 많은 자원이 투입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만나 관계를 쌓게 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며 “서로 친해지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데 왜 비용이 필요하냐고 여기는 것은, 아직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 연결은 커리어를 드러내고 지속시킨다
그는 임팩트 커리어가 수도권 중심으로 보이는 이유 역시 ‘연결의 문제’로 해석한다. “지역에도 공익활동, 사회적경제, 복지 등 다양한 커리어가 이미 존재한다”며 “다만 서로 닿지 않고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이미 존재하는 사람과 활동을 엮고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조 기획의 커리어와도 맞닿아 있다. 관계를 맺고 사람을 잇는 일은 임팩트 커리어에서 필요한 감각이자,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29년간 이 영역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맺어왔기 때문”이라며 “관계의 힘 덕분에 계속 이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곧 30년에 가까운 경력을 앞둔 그는 이제 ‘커리어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조직에 속하지 않더라도 이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지 스스로 묻고 있다. “다만 지금은 여러 곳을 다니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