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면 되잖아?” 폐지수거 어르신이 차도로 가는 이유

러블리페이퍼, 폭 줄이고 무게 낮춘 안전 수레 개발
인천항만공사와 수레 보급 및 아동 환경교육 위한 모금 돌입

“빵빵!” 경적 소리가 울리는 아스팔트 도로 위,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끄는 어르신들의 모습. 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왜 인도로 가지 않고 위험하게 차도로 다닐까”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러나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차도로 손수레를 끄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손수레의 너비가 1m를 넘으면 ‘차마’로 분류된다. 기존 고물상에서 사용하는 철제 수레는 대부분 폭이 1m를 초과해 인도 통행이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재생활동가를 위한 안전경량손수레’를 개발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성도 높였다. 러블리페이퍼는 “고철로 만들어진 수레는 아무것도 싣지 않아도 무게가 약 50kg에 달하는데, 여기에 폐지를 가득 실으면 어르신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훨씬 커진다”며 “수레를 뒤에서 끄는 구조 탓에 뒤따라오는 차량을 확인하기 어렵고, 고장이 나면 수리비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이 수레는 폭을 1m 이내로 축소 설계해 인도 통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철 대신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해 전체 무게를 약 20kg 수준으로 낮췄다. 앞으로 미는 방식이라 이동 중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보조바퀴를 달아 방향 전환도 쉽게 했다. 손잡이 높이도 어르신들이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도록 조정했다.

수레가 고장 났을 때의 부담도 줄였다. 러블리페이퍼는 펑크가 나지 않는 통바퀴를 적용하고, 고장이 발생하면 손수레 정비봉사단이 방문해 수리를 지원하는 평생 무상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기존 수레 수리비가 적게는 1만~2만 원, 많게는 8만 원까지 드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한 달 수입의 상당 부분을 수레 수리에 써야 했던 어르신들에게는 안전만큼이나 중요한 지원이다.

문제는 보급률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폐지 수거 어르신은 약 1만4831명이다. 현재까지 러블리페이퍼가 보급한 안전 수레는 1000여 대로, 전체의 약 6.7% 수준이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여전히 기존의 철제 수레를 사용하고 있다.

안전 수레 보급 확대를 위해 러블리페이퍼는 인천항만공사와 함께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전개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임직원 나눔 캠페인을 통해 이번 지원 사업에 동참했다.

모금액은 크게 두 가지 사업에 사용된다. 첫째는 폐지 수거 어르신을 위한 안전경량손수레 지원이다. 위험한 차도와 무거운 수레에 의존해 온 어르신들이 보다 안전하게 자원재생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둘째는 아동 대상 환경교육이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로부터 정당한 가격으로 매입한 폐박스를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키트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생태·환경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어르신의 손길이 아이들의 환경교육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경험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러블리페이퍼에 따르면,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활동은 연간 1481억 원의 재활용 수거 비용을 절감하고, 26만 톤 이상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러블리페이퍼 측은 “이번 모금을 통해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에게는 타인과 환경의 관점을 이해하는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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