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볼라·분쟁까지…지원은 줄고 위기는 계속되는 인도주의 현장

8월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World Humanitarian Day)
2억3900만 명 지원 필요…남미 강진·콩고 에볼라·레바논 피해 이어져

8월 19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2008년 유엔 총회가 전 세계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구호 활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2003년 8월 19일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본부 폭탄 공격으로 인도주의 활동가 22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날을 기념한다.

올해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존 위기가 장기화하고 새로운 재난과 분쟁도 이어졌다. 인도주의 활동 연구기관 알납(ALNAP)이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인도주의 지원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인도주의 지원액은 333억 달러(약 47조130억 원)로 전년보다 20% 줄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했다.

국제 인도주의 지원액이 2023년 이후 약 30% 줄어든 가운데, 올해 콜롬비아·베네수엘라 지진과 레바논 분쟁 등 인도주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콜롬비아 지진 피해 현장. /UNFPA

지원 수요는 여전히 크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올해 전 세계에서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2억3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유엔과 인도주의 파트너들은 이 가운데 1억350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약 330억 달러(약 46조5890억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올해 발생한 지진과 감염병, 무력 충돌 현장에서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응이 계속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주요 위기 현장의 현재 상황을 살펴봤다.

◇ 남미를 뒤흔든 강진…두 달 뒤에도 이어지는 복구

남미에서는 올해 대형 지진 피해가 잇따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일 콜롬비아 서부 초코주에서 규모 7.4 지진이 발생했다. 유엔 OCHA가 17일 발표한 최신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15개 주 47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가 확인됐고, 피해 인구는 18만6000명을 넘어섰다.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긴급구호는 계속된다. 초코주 등 일부 지역은 산악·정글 지형과 통신 장애로 피해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당국과 구호기관은 피해 주민을 지원하는 한편 주택과 기반시설 피해를 조사 중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6월 24일 중북부 지역에서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OCHA가 지난 14일 발표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6301명이 숨졌고 7만335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피해 주민 30만4000명 이상에게 인도주의 지원이나 필수 서비스가 제공됐다.

지진 한 달 뒤인 지난달 24일 기준으로도 약 2만3100명이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주거·보건·식수 등 대응을 위해 올해 12월까지 9800만 달러(약 1380억 원)가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지진에 따른 직접 물적 피해를 196억 달러(약 27조6710억 원)로 추산했으며, 이 가운데 47%가 주택 피해였다.

◇ 확산 중인 에볼라·돌아가지 못한 레바논 주민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지난 5월 시작된 에볼라가 여전히 확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30일 기준 확진자는 3605명, 사망자는 1587명으로 치명률은 44%다. 감염은 북동부 이투리주에서 시작해 5개 주 49개 보건구역으로 번졌으며, 33곳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WHO는 이번 유행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보고 있다.

치명률 44%에 달하는 에볼라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확산하고 있으며, 이번 유행은 현지에서 발생한 에볼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번 유행은 ‘분디부교 바이러스’ 유형의 에볼라로, 현재 승인된 백신이나 특정 치료제가 없다. 후보 백신과 치료제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격리·치료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것이 주요 대응 수단이다. 여기에 동부 지역에서 이어지는 정부군과 여러 무장세력 간 충돌도 방역을 어렵게 한다. 치안 불안과 주민 이동으로 환자 발견과 접촉자 추적에도 제약이 따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콩고민주공화국을 방문한 뒤 “일부 지역에서는 에볼라 확산이 대응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WHO와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는 치료·검사 역량 확대와 의료진 지원 등을 위해 추가 재원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3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다시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피란이 발생했다. 8월 초까지 최소 4335명이 숨지고 1만2277명이 다쳤다. 유엔 OCHA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 83만4651명이 기존 거주지역으로 돌아갔지만, 35만2793명은 여전히 국내 실향 상태다.

귀환 이후에도 주거와 의료, 교육, 생계 등 지원 수요가 이어진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장기간 피란한 주민들이 안정적인 거처와 의료·교육·생계수단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IRC) 한국 대표는 인도적 위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원조와 지원은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위기 현장 최전선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최소 350명,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84명의 인도주의 활동가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보호받고 생명을 살리는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한국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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