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물으면 이런 답을 자주 듣는다. “우리는 SROI 기반으로 측정합니다”, “우리는 IMP 기반으로 측정합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개 의미는 비슷하다.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한다는 뜻이고, IMP(Impact Management Platform)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IMP가 제시한 ‘임팩트의 다섯 가지 차원(Five Dimensions of Impact)’에 맞춰 임팩트 리포트를 작성한다는 뜻이다.
물론 틀린 설명은 아니다. 다만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팩트를 화폐가치로 환산하거나 IMP의 다섯 가지 차원에 맞춰 정리하는 것은 성과를 ‘어떻게 표현하고 보고했는가’에 관한 설명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성과가 어떻게 발생했고, 그중 조직이 실제로 기여한 몫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 SROI의 핵심은 화폐가치화가 아니다
SROI는 재무적 대용치(Financial proxy)를 활용해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표현하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흔히 ‘SROI=화폐가치화’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전 단계다. 어떤 변화를 성과로 볼 것인지, 그 변화 가운데 조직이 실제로 만들어낸 몫은 얼마인지 식별하는 과정이다.
임팩트 측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관찰된 변화 가이운데 우리 조직이 아니었어도 발생했을 변화(What would have happened anyway)를 제외하고, 조직이 기여한 몫을 구분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SROI 역시 ‘과대주장 금지(Do not overclaim)’ 원칙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조직이 만들지 않은 성과까지 자신의 것으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재무적 대용치를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따라서 SROI의 원칙에 따라 성과를 식별하고 조직의 기여를 판단한 뒤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것과, 단순히 어떤 숫자에 금액을 부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작업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화폐가치화 작업만 하고도 ‘SROI 방식으로 측정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IMP는 구체적인 측정 방법론이 아니다
많은 조직의 임팩트 리포트에서 “IMP의 기준에 따라 측정했습니다”라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IMP는 개별 성과를 산출하기 위한 구체적인 측정 방법론이 아니다. 투자자와 기업, 표준기관 등이 임팩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기술할지 공통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발전시킨 체계에 가깝다.
그 결과 누구에게(Who), 어떤 변화가(What), 얼마나(How Much) 발생했는지, 그 변화에 조직이 얼마나 기여했는지(Contribution), 기대한 임팩트가 나타나지 않을 위험은 무엇인지(Risk)를 살펴보는 다섯 가지 차원이 제시됐다.
중요한 점은 이 다섯 가지 차원이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알려줄 뿐, 각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개팅을 주선하는 상황에 비유해보자. IMP가 상대방을 볼 때 ‘키, 몸무게, MBTI, 가정적 성향, 회복탄력성’이라는 다섯 가지 항목을 중요하게 본다고 가정해보자. 소개팅 주선자는 이 항목에 맞춰 상대방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가정적 성향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했는가.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했는가.
임팩트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수집한 숫자를 IMP의 다섯 가지 차원에 맞춰 배치했다고 해서 충분한 측정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고의 틀을 구성한 것과, 그 숫자가 어떻게 산출됐고 조직의 기여를 어떻게 구분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 가장 중요하지만 실무에서 빠지는 것, ‘Contribution’
IMP의 다섯 가지 차원에 따라 작성된 임팩트 리포트를 보면 Who, What, How Much는 비교적 충실하게 작성된 경우가 많다. 반면 Contribution과 Risk는 생략되거나 짧은 설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임팩트 측정의 핵심이 ‘우리가 실제로 기여한 몫을 구분하는 것’이라면 Contribution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IMP는 사후가정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를 활용해 ‘우리 조직이 없었어도 이 변화가 발생했을까’를 따져볼 것을 제안한다. 조직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변화를 구분해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험·준실험 설계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인터뷰, 시장 조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SROI의 ‘과대주장 금지’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취업 이후 평균 근로소득에서 이전 근로소득을 뺀 ‘소득 증가분’을 조직의 성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득 증가분은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가’를 보여주는 정보일 뿐, 그 증가가 조직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소득 증가분 전체를 조직의 성과로 인정하려면 ‘이 사람은 우리 조직이 아니었다면 다른 어떤 경로로도 취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정부나 다른 기관의 지원, 지역 노동시장 상황, 개인의 취업 의지 등 다양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관찰된 변화 전체를 조직의 성과로 가져오기보다 다른 요인의 영향을 고려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조직의 몫을 구분해야 한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인센티브 구조도 왜곡될 수 있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사람만 골라 지원한 조직과, 취업이 어렵지만 지원 필요성이 높은 사람을 장기간 도와 취업까지 이끈 조직이 비슷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팩트 측정이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자원이 ‘성과를 내기 쉬운 곳’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성과의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어려운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 ‘측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며
물론 모든 조직이 정교한 실험 설계를 통해 기여도를 규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측정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고, 사업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다르다. 모든 조직이 동일한 수준의 엄밀성을 갖춰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질문은 필요하다. “우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 질문에 어떤 근거와 가정을 바탕으로 답했는지는 드러나야 한다.
우리가 ‘측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상, 관찰된 변화를 나열하는 데서 멈출 수는 없다. 그 변화 가운데 조직이 실제로 기여한 몫을 구분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SROI를 활용하면서 화폐가치화만 남기고, IMP를 활용하면서 다섯 가지 항목에 숫자를 배치하는 데 그친다면 프레임워크의 형식은 가져왔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놓칠 수 있다.
결국 임팩트 측정의 출발점은 ‘이 변화 가운데 정말 우리가 만든 것은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데 있다.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한양대 겸임교수
필자 소개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들에게 지속가능경영과 소셜벤처 창업, 임팩트 측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