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AI: 나는 어떻게 종말 낙관주의자가 되었나’ 선정
31개국 121편 상영…찾아가는 영화제·청소년 환경교육 등 참여 프로그램 확대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꾸고, 열 번의 세미나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
2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한 말에는 영화제가 지향하는 방향이 압축돼 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미국 워싱턴 DC 환경영화제, 이탈리아 시네맘비엔테와 함께 세계 3대 환경영화제 중 하나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세계 환경의 날’인 6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개막해 30일까지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전 세계 119개국에서 2133편이 출품됐고, 이 가운데 40편이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상영작은 총 31개국 121편으로, 지난해(77편)보다 크게 늘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영화제는 2023년부터 17개 교육청과 협력해 수업 시간에 환경 영화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해 왔다. 참여 인원은 2023년 35만 명에서 지난해 103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15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영화는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매체”라며 “관객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영화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영화가 실제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중국에서 공개된 환경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를 언급하며, “영화가 공분을 사며 폐기물 수입 정책 변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작품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공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삶을 통해 환경 오염의 현실을 드러냈고, 이후 중국 정부는 201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외국 폐기물 수입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 올해 개막작 주제는 AI…기술의 가능성과 위험 다룬다

올해 영화제의 핵심 키워드는 AI다. 개막작은 다니엘 로허·찰리 타이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AI: 나는 어떻게 종말 낙관주의자가 되었나’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대표 등 AI 산업 주요 인물을 찾아가며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조명한다.
장영자 프로그래머는 “AI는 이미 우리의 삶과 환경을 동시에 바꾸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작품은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에너지 소비 증가, 권력 집중, 인간 소외 등의 문제를 짚으면서도, 인간의 선택에 따라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고 밝혔다.
영화제의 특성에 맞게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올해는 일부 극장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공동체 상영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했다.
장 프로그래머는 “극장 상영 없이 영화제가 가능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같은 예산이라면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관객이 있는 만큼, 관객이 있는 곳으로 영화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명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공동체 상영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학교, 지역 단체 등 다양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상영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규모 단체에는 공간 대관도 함께 지원한다.
이미경 대표 역시 “극장을 통째로 빌려 좌석이 비어 있는 상황을 반복하기보다, 필요한 관객과 만나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구성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영화제처럼 장르나 섹션으로 나누는 대신, AI·먹거리·환경정의·생물다양성 등 27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를 재편했다.
장 프로그래머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관객은 시네필보다 환경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섹션보다 ‘이 영화가 무엇을 다루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식 홍보대사 ‘에코프렌즈’로 위촉된 가수 바다는 환경을 감정의 언어로 풀어냈다. 그는 “떠나간 애인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처럼 자연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거창한 이야기보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관계 속에서 환경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는 행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공개하는 등 운영 방식 자체에서도 탄소중립을 구현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탄소발자국 측정을 도입했고, 2025년에는 식재를 통한 상쇄를 진행했다. 올해는 행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산정한 뒤, 나무 식재 등 흡수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상쇄하고, 관객 참여형 친환경 프로그램을 도입해 영화 관람이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