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푼 수학자부터 거리의 교사까지…‘2026 포스코청암상’ 주인공은?

[현장] 2026 포스코청암상 시상식
과학·교육·봉사·기술 부문 4인 수상…사람에게 투자한 청암상의 20년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장인화)은 2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2026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을 열고, 과학상·기술상·교육상·봉사상 수상자 4인을 시상했다. 이번 시상식은 재단 설립 55주년이자 청암상 제정 20주년을 맞은 해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청암상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고, 포스코 창업 이념인 창의 존중·인재 육성·봉사 정신을 사회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 2006년 제정됐다.

과학·교육·봉사 부문으로 시작된 청암상은 부문별 상금 2억 원으로 출범했다. 2017년 기술상이 추가되며 지금의 틀을 갖췄다. 지난 20년간 수상자는 72명, 누적 지원금은 142억 원이다. 재단은 올해부터 상금을 3억 원으로 올렸다. 의미 있는 도전과 성취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2007년 제1회 과학상 수상자인 임지순 울산대학교 석좌교수는 “청암상은 단순히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보여주는 이정표이며 이를 수상자들의 삶이 증명한다”며 “앞으로 청암상이 시대의 도전과 성취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김상기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장, 최연수 한빛청소년재단 상임이사, 정기로 APS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6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청암재단

◇ 곡률 변화 연구로 수학 난제 풀어낸 최경수 교수

과학상은 최경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수상했다. 최 교수는 복잡한 곡면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붕괴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발전시켜 온 수학자다. 특히 표면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이점’을 체계적으로 규명하며 난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이러한 연구는 국제 최상위 학술지에 발표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 이론은 물질 표면 변화 예측이나 반도체 결함 분석, AI 영상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최 교수는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난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찾는 일이고 이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동안 선배들이 제시한 여러 난제를 해결하며 과분한 평가를 받았지만, 대부분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들이었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부족함도 느낀다”며 “앞으로는 남이 제시한 길이 아니라 새로운 수학을 제시해 후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선취업 후학습’ 여성 직업교육 이끈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육상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가 수상했다. 1926년 설립된 서울여상은 100년에 가까운 전통 속에서 여성 직업교육을 선도하며 산업 수요에 맞춘 실무 중심 교육을 운영해 왔다. 특히 ‘선취업 후학습’ 체계를 정착시키고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도입해 안정적인 취업 성과를 이어왔다. 최근 7년 연속 취업률 100%를 기록하며 졸업생 전원이 금융권 및 기업체 등으로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직업계고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왔다는 평가다.

김상기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장은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서도 성실한 배움과 현장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진로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며 “이 상은 서울여상뿐 아니라 직업교육 현장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길러내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음 세대의 삶을 밝히는 교육의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학교 밖 청소년 지원 30여 년 이어온 최연수 상임이사

봉사상은 최연수 한빛청소년재단 상임이사가 수상했다. 최 상임이사는 30여 년간 학교 밖 및 위기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자립 지원 활동을 이어온 현장 중심 실천가다. 거리 상담과 대안교육기관 운영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왔으며, 직업훈련과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진입을 돕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청소년을 지원하며 발굴부터 교육·보호·자립으로 이어지는 통합 지원 모델을 구축했다.

최 상임이사는 “학교 밖에서 방황하던 제자들이 30~40대가 되어 경제적으로 자립한 모습을 보며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오늘 이 상은 지난 30여 년에 대한 마침표가 아니라 앞으로의 과제를 담은 새로운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여정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 이끈 정기로 APS 대표

기술상은 정기로 APS 대표이사가 받았다. 정 대표는 30여 년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개발에 매진하며 국내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다. 특히 OLED 공정 핵심 장비인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ELA) 장비를 독자 개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장비는 디스플레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 기술로,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이끈 사례로 평가된다.

정 대표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점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이 곧 국력인 시대에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도전에 나서고, 국가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업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젊은 인재와 초기 기업가들을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장인화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은 “오늘 수상자들이 걸어온 길은 서로 다른 분야에 놓여 있지만 그 출발점에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책임감과 소망이 있다”며 “수상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선택이 있어 우리는 더 넓은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고 다음 세대 역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청암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면서 포스코청암재단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다양한 지원을 지속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영상 축사가 공개됐다. 그는 “나는 철을 만들었지만 늘 사람을 생각했다”며 “쇳물은 세상에 틀을 만들고 사람은 배우며 그 세상의 가치를 더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예회장이 1971년 제철장학회를 설립하며 시작한 포스코청암재단은 지난 55년간 사람과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청암상을 비롯해 글로벌 스칼러십, 사이언스 펠로십, 유스 스칼러십, 히어로즈 등 다양한 인재 육성 및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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