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고운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
“여가활동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없어 생활체육을 즐기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아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공공체육시설이 있지만, 한 번 가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리고, 이마저도 신청인이 많아 이용하려면 수 개월을 기다려야해요. 장애인도 웨이트 트레이닝같은 생활체육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초 체력도 높일 수 있는데 운동을 못하니 외출도 못하고, 근력도 점차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고운(37)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선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헬스케어센터로 장애인·기저질환자·노인 등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어댑핏’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온라인과 서울·부산에 위치한 오프라인 센터의 누적 고객은 5000명에 달한다.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본사에서 만난 정고운 대표는 “병원치료가 끝난 뒤에도 운동하지 않으면 심폐 능력과 근력이 저하된다”며 “어댑핏을 통해 재활치료와 생활체육 사이 공백을 최소화하고 체력과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맞춤 피트니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퇴원하는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집에서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받았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매우 한정적이란 걸 깨닫고 13년 전부터 환자들에게 퇴원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운동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거나 관련 동영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5~6년이 지나고 보니 운동을 꾸준히 한 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무엇보다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도 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더라. 이때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할 동료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댑티드 피트니스가 장애인 스포츠와 구분되는 점은 무엇인가.
“어댑핏은 신체·정신적으로 제약이 있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어댑티드 피트니스(Adapted Fitness)의 줄임말이다. 어댑티드 피트니스 문화를 더 확산하자는 취지로 지었다. 강조하고 싶은 건 공공체육센터에서 하는 보치아나 역도 등의 장애인 스포츠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댑티드 피트니스는 신체에 제약이 있는 사람도 생활체육을 접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어댑핏에서는 장애와 질환을 고려해 적합한 생활체육을 제안하고 있다.”
-어댑핏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비장애인의 경우 헬스장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게 인바디와 같은 체성분분석이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내 신체 상태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게 가장 최우선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거나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경우 측정기에 올라가기부터 어렵다. 어댑핏에서는 3회에 걸쳐 세부 신체 분석을 진행한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도록 기기를 개발했다. 해당 기기로 근지구력, 균형능력 등을 진단하고 자세와 움직임 평가도 한다. 이후 병력이나 장애 관련 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소견이 담긴 가이드북을 제공한다. 이 과정이 끝난 후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센터 내에는 물리치료사, 스포츠의학석사 등 특수체육 전문가 20여 명이 근무하며 장애인의 운동을 돕는다.”
-신체적 제약이 있는 고객을 고려하며 진행하는 게 쉽지 않겠다.
“자체적인 커리큘럼이 있지만, 장애나 질환 유형이 워낙 많다 보니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강사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강사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한특수웰니스협회’를 만들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질환과 장애 유형에 따라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심리적으로 어떻게 교류할 수 있는지 등을 가르친다.”
-강사의 역량이 강조되다 보면 정서 소진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강사 한 명이 정말 많은 케이스의 장애 유형을 다루다 보니 정서적으로 소진이 많이 되긴 한다. 하지만 운동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잊히더라. 2년 전부터 방문하시던 뇌성마비 환자의 경우 우울증을 앓고 계셨는데, 운동을 통해 극복하셨다. 최근엔 부모로부터 독립도 하고 장애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계시다.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 ‘이 맛에 일하는구나’싶다.”
-‘어댑핏’외에도 하고 있는 일이 있나?
“휠체어 서핑, 휠체어 복싱, 바디프로필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운동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휠체어 서핑은 어댑핏 고객분들의 요청으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고객의 신체 상황에 맞게 서핑 동작을 수정하고, 서핑에 필요한 근력 트레이닝 등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휠체어 서핑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속에서는 더 자유롭다며 행복해하시던 고객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올해는 매트라이프 재단과 함께 ‘100일간의 서프라이즈(SURF-RISE)’ 프로젝트로 확장해 10명의 청년 지체 장애인의 휠체어 서핑을 돕고 있다.”
-앞으로의 확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아직 고객 유치보다는 어댑티드 피트니스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일반 헬스장에 가면 아직도 안전문제로 거절당하는 게 대다수다.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동일하게 운동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올 9월엔 대한민국 최초로 배리어프리 피트니스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강다현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