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새로운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이들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시상식 현장

저는 치과의사입니다. 칫솔은 두 달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발표자로 선 H-온드림 6기 펠로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의 말에 참가자들이 술렁였다. ‘닥터노아’는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어 베트남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은 대나무 산지에 공장을 짓고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자립모델을 만들었다. 경제적 가치가 낮은 대나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칫솔로 재탄생시킨 결과다.

지난 10월 19일,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에서 대나무 칫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 ⓒH-온드림사업단

지난 10월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이하 H-온드림) 시상식 및 사업발표회 현장. 이날 ‘닥터노아’를 포함해 ‘H-온드림 6기 펠로’로 선정된 총 25개팀이 참여해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주제로 각 팀의 사업을 소개했다. 모두 전국 200여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참여한 가운데, 1차 서류심사와 2차 그룹토론 및 현장평가 등 치열한 전형을 거쳐 최종 펠로로 선정된 이들이었다.

H-온드림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찾아내 각 기업이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단법인 씨즈,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실시해왔다. 지난 5년간 150여개가 넘는 사회적기업들이 H-온드림을 통해 성장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패션디자인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마리몬드’와 소외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녹색친구들’ 이 대표적이다.

이번 2017 H-온드림 6기 펠로 팀들을 더나은미래가 소개한다.

 

◇친구 이상의 고민을 털어놓는 애플리케이션, ‘나쁜기억 지우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털어내지 못해 마음의 병이 생기곤 하죠. 이제 그 고민을 나누고 지우세요. 고민은 누군가와 나눌 때 지워집니다.”

이준호 코툰(COTOONE) 대표는 마음의 병 예방법 ‘나쁜기억 지우개’를 소개했다. ‘나쁜기억 지우개’는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익명으로 털어놓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미 입소문만으로 누적 다운로드 수가 22만이 넘었다. 그리고 매일 4000개 이상의 고민이 등록된다. 주목할 점은 사용자의 90% 이상이 청소년이란 것이다.

이 대표는 “일상의 작은 고민부터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큰 고민까지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내년에는 전문가 상담을 무료제공하고 온라인과 심리상담센터를 연계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겠다”며 앞으로의 사업 확장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 정보통신분야에서 시니어, 경력단절여성, 장애인을 위한 플랫폼 ‘후즈하비몰’을 운영하는 ‘오엠인터랙티브’, 온·오프라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운영하는 ‘인제·양구 건강생활 인프라개선사업단’, 장애인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소프트웨어 테스터로 활약하는 ‘테스트웍스’ 등이 있다.

 

◇자동차 폐부품에서 가방이 되기까지, ‘컨티뉴Continew’ 계속된다.

 

“컨티뉴(Continew)는 누군가 필요 없다고 여겼던 유슬리스(Useless)소재를 가장 유스풀(Useful)하게 만든 우리의 결과물입니다.”

‘모어댄’ 최이현 대표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모어댄은 자동차의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여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는 사회적기업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모어댄이 생산하는 제품은 ‘컨티뉴(Continew)’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지속 가능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기업 가치가 제품명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모어댄은 자동차의 생산이나 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 처리가 사회문제로 심화되는 것에 주목했다. 컨티뉴 가방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폐기물을 태우거나 매립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물 1.6ℓ를 절약할 수 있다. 이밖에 청바지 업사이클 패션잡화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스트인디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디자인상품을 개발하는 ‘에이드런’도 모어댄과 함께 업사이클링 및 디자인 제품을 선보인 펠로팀이었다.

지난 10월 19일,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6기 펠로 중 ‘이스트인디고’의 발표 장면 ⓒ송봉근 청년기자

◇‘보기 안 좋은 떡도 먹기 좋다’, 못난이 농산물의 눈부신 활약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못난이 농산물은 외관에 생긴 흠집이나 변형된 형태로 인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말한다. 생산과정이 같아 정상 농산물과 맛에 차이가 없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바로 ‘파머스페이스’의 서호정 대표다.

“보시다시피 이 사과가 못생긴 것은 ‘팩트’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저렴하죠. 이것은 ‘임팩트’입니다.”

파머스페이스는 국내 1호 못난이 농산물 B2B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B2B(Business to Business)란 기업과 기업이 거래 주체가 되어 상호 간에 상거래를 하는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의 데이터를 가지고 농가(생산자)와 가공업체(소비자)를 연결해 서로 윈윈(Win-Win) 하도록 접점을 찾아준다. 서 대표는 “생산자는 버릴 과일을 팔아서 좋고, 소비자는 기존 농작물보다 값싼 가격에 살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못난이 농산물의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19일,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6기 펠로들의 수상 장면 ⓒ송봉근 청년기자

이 밖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농산물 큐레이션 매칭 서비스 ‘드림스’와 경북 영주지역 할머니들이 직접 두부와 묵을 만드는 ‘할매묵공장 사회적협동조합’ 등도 ‘농산물’ 부문에서 펠로팀으로 선정됐다. 특히 경북 영주의 할매묵공장은 오디션 현장 투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혼자 꿈을 꾸는 것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새로운 현실의 시작”이라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면 사회를 놀랍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온드림을 6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은 “요즘 모든 세대가 각기 다른 사회문제 속에 짓눌려 있어서 다양한 연배와 지역에서 사회혁신의 계기를 만드는 분들을 골고루 선정했다”며 “펠로 선후배들 간의 연대를 통해 사회문제를 세대, 지역, 성별, 인종을 뛰어넘는 융합적 방법론을 꼭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19일,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6기 펠로 25개팀 ⓒ송봉근 청년기자

송봉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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