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자원낭비와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텀블러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등을 실천하며 쉽게 버리고 낭비하던 일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해외는 어떨까.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나라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간 사용하는 비닐봉지 양이 420개인데, 핀란드는 그 100분의 1인 4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자원을 아끼며 살아가는 핀란드인들의 절약 비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공중화장실 다회용 리넨 타월 사용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자원 절약에 동참해 주세요!’
한국의 공중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자원을 아끼자는 요청이지만 지키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종이타월의 대안으로 핸드드라이어가 설치된 곳도 많다. 하지만 물기를 말리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최근 254종의 세균이 발견됐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면서는 일부러 종이타월을 찾는 이가 늘었다. 손의 물기만 훔치고 곧장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종이타월이 하루에도 수천만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국회에서만 하루 2만장 이상의 종이타월이 소비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반면 핀란드의 공중화장실에서는 일회용 종이타월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리넨 소재의 타월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타월의 끝 부분을 쭉 잡아당겨 손을 닦은 뒤 놓으면, 기계가 회전해 사용한 만큼의 타월이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사용된 부분은 기계 내부에서 자동으로 살균된다. 핀란드에서 유학한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화장실을 방문했을 때 열 번에 아홉 번꼴로 이 기계를 만날 수 있을 만큼 보편화 돼 있다.
핀란드는 풍부한 삼림으로 제지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종이타월의 100%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낭비되는 종이타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게마다 설치된 공병 수거 기계…반납도 쉬워
올해 초 우리나라는 공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빈병 보증금을 크게 인상했다. 소주·콜라·사이다 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100% 이상 올렸다. 핀란드에는 모든 제품에 보증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10~40센트(한화 130~520원) 정도다. 공병뿐 아니라 각종 캔, 페트병이 모두 수거 대상이다. 1.5리터짜리 페트병을 하나를 반납하면 40센트를 돌려받을 수 있어 꽤 쏠쏠하다.
핀란드에서 공병을 반납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일상적이다. 대부분의 가게에 공병 수거 기계가 설치돼 있고, 반납도 손쉬워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핀란드는 정부 규제로 술값이 비싸고, 추운 날씨 때문에 주류 소비가 많다. 이 때문에 밤새 파티를 벌이고도 다음날 착실하게 캔을 모아 마트에 가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자도 유학 당시 맥주 캔을 한가득 모아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맥주 몇 캔을 또다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에도 일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병’ 무인회수기가 존재한다. 아직 캔이나 페트병을 제외한 병류만 회수가 가능하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무인회수기의 수는 단 100여개. 이 중 62개는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강원도에는 한 개도 없다. 공병 보증금을 올리는 것만큼 쉽게 공병을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낭비되는 자원을 줄이고, 공병을 수거해야 하는 소매업체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공병 수거 기계의 활성화도 환경보호를 위한 좋은 방법이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중고가게
핀란드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kirpputori(키르푸토리)’ 라고 써진 간판을 자주 볼 수 있다. 핀란드어로 ‘벼룩시장’, ‘중고가게’란 뜻이다. 물가가 비싼 편인 핀란드에선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중고가게가 활성화 돼 있다. 마을마다 중고가게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주말엔 웬만한 쇼핑몰만큼이나 사람이 많다. 기자도 유학 당시 중고가게를 자주 방문했다.
핀란드에는 중고 물건의 판매도 구매도 활성화 돼있다. 중고상인이 전문적으로 물건을 사들여 판매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이 자신이 안 쓰는 물건을 직접 중고가게에 가져와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건을 일정한 가격에 중고가게 매장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 매장마다 정해진 자릿세를 내고 자기 물건을 전시해놓을 수 있는 구조다. 핀란드인들은 물건이 오래될수록 가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릇 등 값비싼 중고 물품을 내놔도 잘 팔린다.
우리나라에도 시민들이 자원순환에 동참할 수 있는 중고 가게가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중고제품 활용을 위해 자치구별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 가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품목의 중고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전국 11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아름다운가게’, 공동체형 중고문화마켓 ‘마켓인유’ 등은 자원순환을 위해 중고가게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들이다. 최근엔 ‘알라딘’, ‘YES24’ 등 중고 책 거래 상점도 많이 생겼다.
빈 병과 종이타월, 쓰지 않는 중고 물품들까지, 무심코 버려지는 자원의 ‘선순환’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주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wndusl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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