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모든 위기 가정의 홀로서기를 꿈꿉니다”

[인터뷰] 김윤지 비투비 대표

김윤지 비투비 대표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이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미혼부모들이 차별받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현 사진작가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가족의 다양성과 보편성 중시를 기조로 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른바 ‘정상 가정’ 범주에 벗어난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발적 비혼모가 된 방송인 사유리의 육아 예능 출연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온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달 17일 만난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게 설치한 상자를 베이비박스(Baby Box)라고 해요. 지난 2018년 베이비박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 비투비를 설립했습니다. 주거와 경제 불안, 부모 또는 아이의 장애, 강간을 통한 임신 등 베이비박스 아이를 버리는 부모의 사정은 다양했어요.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아이를 찾아가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죠. 바로 여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베이비박스, 개인의 문제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김 대표는 베이비박스를 일종의 ‘부표’라고 했다. 청년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박스는 청년 빈곤, 범죄 등 복잡한 문제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어요. 모든 위기 가정이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총 1476명이었다. 이 가운데 약 10%인 149명이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비투비를 설립하기 전 김 대표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2009~2014년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상담일지 약 1000건을 분석하는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의 숫자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양육 의지가 있는 부모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비투비는 위기 상황에 놓인 모든 가정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미혼부모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부모, 청소년 부모까지 지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부모의 자립’이다. 일정 시점이 지나면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부모가 홀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유통 등 3개의 기업과 협업하며 부모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있어요. 면접장에 레깅스와 슬리퍼를 신고 나갈 정도로 준비가 안 된 미혼부모들이 많아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져본 경험이 없어서 그게 문제라는 것도 잘 모릅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기본 소양 교육부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안전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품(PUUM)’

지난해 5월 비투비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 기반 정보 플랫폼 서비스 ‘품(PUUM)’을 론칭했다. 10대, 20대 부모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본다는 점에서 착안한 서비스다. “네이버의 지식iN 서비스에 미혼모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밑에 달리는 답변이 대부분 성매매 제안이에요. 심각한 문제죠. 정확하고 안전한 정보 제공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9년 기준 미혼모 복지시설 111개 가운데 43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 사는 비혼부모들은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대면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미혼부모들에게 세상과 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지원금 등 사회적 자원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부모들의 정보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내년 상반기 ‘앱’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기존 플랫폼이 사용자 정보에 따라 정부와 민간 자원을 제공하는 곳이었다면, 앱으로 출시할 ‘품’은 정보를 2차 가공해 훨씬 더 쉬운 언어로 전달할 예정이에요. 또 한부모에게 필요한 자원을 단계적으로 제공해서 일시적인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자립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비투비의 목표는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나누고 연결해주는 ‘컨트롤 타워’가 되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출산 의료비 지원이나 축하금은 있어도 임신 중 생계비 지원은 부족합니다. 어렵게 주거 지원을 받아도 살림살이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도 있죠. 양육을 도와줄 가족이 없는 미혼부모들을 위해 2~3일 정도 아이를 맡기고 일이나 개인 업무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도 필요합니다. 쏠린 자원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나누고 부족한 자원은 새롭게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박혜연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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