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3일(금)

생생한 스토리와 투명한 데이터… ‘비투비’가 뉴스레터로 ‘찐팬’ 만드는 비결

후원자 사로잡는 비영리 뉴스레터의 비밀<3>

“1년 넘게 밀착으로 지원했던 청소년 비혼모가 아이와 분리된 적이 있었어요. 마음과 지원을 많이 쏟았던 가족이었던 만큼, 비투비 팀원들도 심적으로 많은 타격을 받았었죠. 당시 지원 대상자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상황, 비투비의 고민을 ‘넘어졌다가 일어난 이야기’라는 뉴스레터 제목으로 솔직하게 전했어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내보이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그만두지만 않으면 시행착오 끝에 행복한 결말은 올 테니까요.”(김윤지 비투비 대표)

2018년 설립된 사단법인 비투비는 위기 가정의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자립까지 지원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부모가 아기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쉽고 빠르게 연결하고, 없는 것은 개발한다. 비투비는 2021년 10월, 뉴스레터 ‘월간임팩트’ 발행을 시작했다. 후원자에게 ‘최소한의 보답으로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선명하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비투비 ‘월간임팩트’ 갈무리

◇ 현장 이야기는 물론 후원금 지출 현황 파일까지… ‘아낌없이 공개한다’

월간임팩트의 구독자는 1400여 명, 평균 오픈율은 40%다. 매월 마지막 업무 영업일이 되면 비투비의 모든 팀원은 하루 종일 ‘월간임팩트’를 만든다. 김 대표는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며 그간의 업무를 매듭짓는 의식이자, 그간 만든 변화를 알리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표현했다.

비투비는 월 1회 ‘월간임팩트’를 통해 한 달간의 소식과 함께 후원금 지출 현황 파일까지 공유한다. ‘이 달의 만남’, ‘이 달의 나눔’ 등 현장 사진과 지원 대상자의 후기 메시지를 담은 구체적인 글로 ‘생생함’을 더한다. 후원금 지출 현황 파일에는 지원 내용과 지출 일자 및 금액을 구체적으로 기재한다. 구독자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한 달 동안 비투비의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빠짐없이 알 수 있다.

뉴스레터 하단에는 ‘구독자 낙서장’ 코너도 있다. 일종의 ‘소통 창구’이자, 비투비를 응원하는 ‘커뮤니티’다. 김 대표는 “구독자분들이 ‘응원의 말’을 많이 남겨주신다”며 “비투비가 만든 변화에 감동해 글을 남겨주시면, 그 글에 힘을 얻어 조금 더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전했다. 작년에는 연말 첫 모금캠페인을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열었는데, 일반 대중 캠페인보다 응답률도 더 높았다.

/비투비 ‘월간임팩트’ 구독자 낙서장 갈무리

◇ 시행착오까지 모두 공유… ‘진짜 팬’을 만드는 비결

김 대표가 꼽은 뉴스레터 ‘월간임팩트’의 차별점은 ‘실패사례까지 공유하는 것’이다. 그는 “시행착오와 함께 이로부터 배운 교훈을 전했을 때 오히려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월간임팩트 구독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나온 의견도 ‘성공적인 이야기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실패한 사례도 보여준 뒤 어떻게 나아갈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았다’는 것이었다.

입사 전부터 비투비의 솔직한 소통에 호감을 느껴,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김소정 비투비 매니저는 “보통 비영리 조직은 후원금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성공적인 이야기를 전하는데, 비투비는 그렇지 않아 애정이 있었다”면서 “실패든 성공이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비투비의 뉴스레터가 좋다는 구독자의 피드백도 많다”고 전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대상자의 이야기도 숨기지 않고 전달한다. 월간임팩트 2024년 1월호에는 첫째 아이를 숨지게 해 교도소를 복역한 비혼모의 사례가 담겼다. 김 대표는 “어떻게 아기를 죽인 사람을 지원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서 작성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도와야 하고, 왜 이 사람도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하는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어 “위기 가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중의 인식과 현장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비투비의 후원자 행사 ‘비투비 나이트’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투비

현장 이야기를 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객관적 사실 전달’과 ‘익명성 보장’이다. 김소정 비투비 매니저는 “쓰는 사람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해 읽는 사람이 판단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익명성도 지킨다. 대략적인 지역명도 기재하지 않고, 집이나 동네 사진을 올리더라도 알아볼 수 없도록 철저히 신경 쓴다.

지난달 월간임팩트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7월 19일 시행된 보호출산제 이슈와 법안 통과 과정, 그로 인한 변화와 쟁점, 보완점 등을 담은 것. 이는 비투비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알리고, 현재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됐다. 김 매니저는 “뉴스레터를 통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개인이 모이면 정책적 변화에 이어 사회 변화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뉴스레터 형식을 유지하되, 이번처럼 관련 사안이 있다면 정보를 담은 형식으로도 발행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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