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 이야기

[인터뷰] 위코노미 이영웅 대표, 장재덕 실장

사회적기업 ‘위코노미’는 미래 세대를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제 막 자산 관리를 시작한 청년과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시설 청소년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만18세가 넘어 보호시설을 나와 자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 자립정착금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금융지식이 부족해 일찍 목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할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18일 서울 구로구의 위코노미 사무실에서 만난 이영웅 대표와 장재덕 실장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금융 교육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위코노미의 이영웅(오른쪽) 대표와 장재덕 실장. /이정민 청년기자
자립준비청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위코노미의 이영웅(오른쪽) 대표와 장재덕 실장. /이정민 청년기자

-왜 금융 교육인가요.

이영웅=미래 세대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금융 교육입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금융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를 테면 통장을 만들고, 적금이나 보험에 가입하고, 부동산 계약을 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깜빡하는 사이에 금전적인 손해를 보기도 하고, 시간도 낭비되는 사례가 많아요.

-교육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장재덕=사례를 들어볼게요. ‘서울 영테크’ 사업으로 청년 1만명에게 1대1 재무상담, 5000명 정도 인원에게 금융 교육 실시 중입니다. 만 39세 미만 서울 거주 청년에게 2~3회 재무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팁 위주로 알려줍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전월세 임대차 계약서 작성 요령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어요. 미래 세대들이 의도치 않게 손해보지 않도록 금융지식을 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립준비청년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영웅=원래 재무상담사로 일했어요. 어느 날 대기업 임원과 미팅이 있었습니다. 넓고 화려한 방에 압도당했죠. 방 하나가 당시 저희 사무실보다 더 컸으니까요. 그날 오후에는 3000만원 대출금 때문에 생계유지가 힘든 분을 만나게 됐어요. 돈이라는 게 뭘까 싶더라고요. 부의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에서 살아갈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준비할 수 있도록 금융 지식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는 친구들이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을 만나보니 어땠습니까.

이영웅=2014년쯤 우연한 계기로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시설보호아동을 대상으로 교육한 적이 있어요. 당시 자립지원금 규모가 200만~30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5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고 퇴소하더라고요. 일부 학생들이 “누가 먼저 돈을 다 쓰는지 보자”라고 농담하는 게 들렸어요. 경제 관념이 전무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때부터 시설보호아동이나 자립준비청년에게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청년들에게 사회 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위코노미 교육 현장. /위코노미
청년들에게 사회 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금융 지식을 전달하는 위코노미 교육 현장. /위코노미

-일반 대중들의 금융 이해 수준도 높진 않은데요.

이영웅=기초 강의도 어렵다고 하는 교육생이 많아요. OECD에서 금융 문해력 테스트를 하는데 크게 ‘태도’ ‘지식’ ‘행동’으로 구분해 측정합니다. 한국은 현재 OECD 평균 수준인데,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실제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문해력은 낮다고 느낍니다. 특히 태도 부분이 가장 부족해 보여요. 사회에 나가서 내 자산을 어떻게 잘 쓸 것이고, 또 어떻게 올바르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방법이 부족해 보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장재덕=트레이너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월급을 180만원 정도의 받고 일하는데, 재무 교육을 진행하면서 저축하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줬어요. 현실적으로 매달 120만원은 저축해야 자산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자주 하면서 신경 썼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잘 따라줬어요. 이외에도 전문직이 된 친구, 명문대에 입학한 친구 등 가르치는 입장에서 뿌듯한 결과를 만들어준 고마운 친구들이 많습니다.

-사업적 성과도 중요합니다.

이영웅=사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채무상담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능기부 단체 느낌이 강했어요.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했거든요. 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낀 시점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한 2019년쯤입니다. 당시 매출이 8500만원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10억8000만원으로 10배 넘게 늘었죠. 올해 상반기는 전년 대비 약 38% 성장했어요. 직원도 3명에서 9명정도로 늘었고요. 전문성을 가진 강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영웅=기운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워요. 정말 대다수가 의욕이 없어요. 특히 조금 놀랐던 거는 대부분이 전화를 안 받는 다는 겁니다. 약속 시간이 두시간이나 지났는데 전화를 안 받는 청년들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무례하고 이기적인 태도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하게 됐어요. 이정도로 힘이 없고 무력한 상태였구나.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기운 좀 냈으면 좋겠어요.

장재덕=청년들에게 ‘뭐라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숨지 말고, 갇혀 있지 말고, 밖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면서 보냈으면 좋겠어요. 의욕 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이정민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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