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자립준비청년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고대현 소이프 대표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은 ‘옮겨심기’예요. 작은 화분에 심었던 나무가 양분을 먹고 커지면 새로운 화분에 분 갈이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화분 안에 갇혀서는 성장할 수 없어요.” 고대현(40)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소이프’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지속가능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립준비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자립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소이프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고대현 소이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살면서 만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이프 제공
고대현 소이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살면서 만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이프 제공

-처음에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14년부터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어요. 보육원에 사는 친구들이랑 카메라를 들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출사 봉사활동을 했죠. 자연스럽게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문득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그냥 방학 내내 시설 운동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 시간 동안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이 찍었던 사진을 디자인 교육에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디자인 전공이거든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사진 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는데, 매주 한두 번씩은 보게 됐어요.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중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인연을 이어갔죠. 그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기에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더라고요.”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나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이사, 대학 입학 후 학교생활을 하는 전반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하고 도와줄 어른이 없는 거예요. 지원체계도 거의 없었어요. 주변에는 시설 선생님 아니면 같은 시설 선배들뿐이었죠. 이 친구들이 과연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두 명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이들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소이프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됐어요.”

-‘소이프(SOYF)’는 무슨 의미인가요?

“‘Stand on your feet(네 발로 서라)’이라는 문장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땄어요. 영화에 나오는 문장인데, 불사의 몸이 된 주인공이 깨어날 때마다 이 대사가 나와요. 친구들의 자립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희미한 잔상으로 남아있던 이 문장이 생각났죠. 대부분 ‘자립’이라고 하면 후원을 하거나 돌봐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에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으로 자립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의미가 그대로 담긴 것이죠.”

-매년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디자인아카데미를 운영한다고요. 

“첫해에는 3명으로 시작을 했어요. 지금은 30명 넘는 청년이 졸업했어요. 이 중에는 다른 곳에서 디자인 일을 하는 친구도 있고, 소이프에 보조 디자이너 정직원으로 채용된 친구도 있어요. 모든 졸업생이 디자이너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제품 기획, 디자인, 프린트, 사진 촬영 등 제품 제작 전 과정에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거든요. 그런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기회를 갖는 거죠.”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도 만든다고요.

“친구들과 디자인 교육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계속 질문을 던져요. ‘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 ‘이건 어떤 의미야?’ 하고 말이죠. 그렇게 꺼낸 스토리를 반영해서 캐릭터를 그리고 옷이나 양말, 엽서 같은 제품을 만들어요. 그 제품이 판매되면 자립준비청년들이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죠.”

-수익금의 5%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준다고요.

“수익금의 5%를 자립정착금으로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취약계층 아동을 위해 운영하는 디딤씨앗통장(CDA)에 저축해주거나, 정말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개인 통장에 지급하기도 해요.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긴급자금으로 사용하거나 평소 다니고 싶었던 미술 학원에 등록하기도 하죠.” 

-소이프에서 만난 친구들끼리도 가까워지겠어요. 든든한 네트워크가 되겠는데요.

“맞아요. 소이프 자체적으로도 ‘허들링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시간 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으면서 필요한 것은 없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서로 물어보는 것이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금방 10명이 되더니 지금은 30명이 커뮤니티에 참가하고 있어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중 선발된 매니저가 꼭 필요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을 끝내 극복해낸 청년들이 비슷한 환경의 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 소이프라는 기업이 없어져도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거죠.”

-소이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설립하면서 했던 말이 있어요. 딱 10년만 회사를 운영하고 그만하자고 말이죠. 대표의 마인드가 이래서는 안되지만요(웃음). 이 회사를 잘 만들어서 소이프의 자립준비청년 중 자신과 같은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넘겨주는 것이 목표예요. 그렇게 되려면 지금의 소이프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인정을 받고, 더 많이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날을 기다려 주세요.” 

손자영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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