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이 높은 눈높이 때문에 취업을 거부하고 있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장을 이탈한 청년들은 오히려 중소기업을 더 선호했고, 임금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을 영구적으로 이탈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초대졸 이하 청년층을 겨냥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0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을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오삼일 조사국 고용연구팀장과 윤진영 과장, 김민정 조사역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변화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 확산 등 구조적 요인이 청년층 노동시장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쉬었음’은 취업 준비, 가사·육아, 병역 등 특별한 사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쉰 상태를 뜻한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며, 노동시장과의 연결 고리가 약화될 우려가 큰 집단이다.
최근 ‘쉬었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비중은 2019년 12.8%에서 지난해 15.8%로 확대됐다. 특히 청년층(20~34세)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비중은 14.6%에서 22.3%로 크게 늘었다.
분석 결과 초대졸 이하 청년층은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층보다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6.3%포인트 높았다.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 역시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쉬었음’ 상태일 확률이 4.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인별 잠재력에 따른 기대수익 차이가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도 뚜렷해졌다. 구직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쉬었음’ 상태일 확률은 4.0%포인트 상승한 반면, ‘구직’ 확률은 3.1%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경향은 학력이나 진로 적응도가 낮은 집단에서 더욱 빠르게 나타나 장기 미취업이 노동시장의 영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구직 눈높이가 통상 인식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은 3100만 원으로, 중견기업 고졸 취업자의 평균 초봉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현재 취업 중인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도 320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유보임금은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을 의미한다.
선호 기업 유형에서도 ‘중소기업’이 48%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기업(17.6%)’이나 ‘공공기관(19.9%)’을 선호한 다른 미취업 청년층보다 오히려 낮은 눈높이를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일자리 기대치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 간 미스매치를 ‘쉬었음’ 청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최근 고학력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 확대 등 구조적 변화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본인 명의의 금융자산이 있는 경우 ‘쉬었음’ 상태일 확률이 11.2%포인트 높아지는 등, 경제적 여건에 따른 자발적 선택 역시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쉬었음’ 청년층 증가에 대응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초대졸 이하 학력 청년층을 핵심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 경직성 완화와 함께 진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한 적응력 강화, 청년 채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주요 해법으로 제시됐다.
윤진영 과장은 “임금 외에도 향후 전망, 근무 시간, 조직 문화 등 근로 여건이 청년들의 기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기업 역시 인식 차이를 겪고 있다”며 “진로 상담과 직무 교육 등을 통해 잠재력이 낮은 청년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