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제2회 ‘서울숲마켓’이 열렸습니다. 소셜벤처 등 45개의 팀이 셀러로 참여해 ‘공익적’ 의미를 담은 특별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특별한 행사에 더나은미래가 빠질 수 있나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1 김리은 청년기자가 담아온 현장 이야기
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마켓
“무설탕인데 어쩜 이렇게 달아요?”
“이거 살게요! 얼마예요?” “두 개 사면 1000원 깎아서 9000원에 드릴게요!”
“이게 점자라고요? 어머 정말 예쁘다. 의미도 좋고요!””
만남은 항상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발 디딜 틈이 좁아질수록 상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공간인 카우앤독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카카오‧쏘카의 후원과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서울숲마켓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벤쳐들의 제품이 쏟아졌다.
현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했다. 책상과 테이블을 건물 양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색색깔의 식탁보가 깔렸다.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다. 제품이 담긴 상자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브랜드 콘셉트 별로 구역을 나눠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오른쪽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셀러, 왼쪽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팔찌나 드림캐쳐 등의 패션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자리잡았다.
오전 11시, 마켓이 개장되자마자 시민들이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정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0여명이 찾았고,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에코백 300개는 금새 바닥을 보였다. 문상진(34)씨는 ”조용하던 동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가다 들렀다”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한 뒤 서둘러 제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제품의 구성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꼬마 아이부터 흰머리의 어르신들까지 시민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왜 하필 성수동일까. 성수동은 소셜벤처 동네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창업자들이 하나 둘 찾아오더니 ‘소셜벤처 밸리’가 형성됐다. 골목 골목마다 소셜벤처들이 둥지를 틀었지만 소셜벤처 상품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이은진(30) 카우앤독 매니저는 서울숲마켓이 그런 아쉬움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온라인으로 쇼핑이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자들끼리도, 소비자들과의 교류가 어려웠어요. 늘 아쉬움이 남아서 한 데 모아보자 했죠. 소셜벤처 제품에 대한 편견도 깨고 싶었어요. 좋은 취지로 사업을 기획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요. 소비자 분들이 직접 와서 행사에도 참여해보고, 물건도 구경해보시면 그런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실 거라 생각했죠.”
올해 서울숲마켓에 모인 셀러들의 수는 총 45팀. 크라우드펀딩으로 농부를 지원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사펀드’, 폐 자전거를 시계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Rebris)’, 위기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은 의류 브랜드 아코밋(Acomet) 등 개성 넘치는 브랜드들이 모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셀러로 참여한 도트윈 대표 박재성(23)씨는 “서울숲마켓은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 이화영 청년기자 담아온 현장 이야기
화사한 봄처럼 일상을 어루만져주는 ‘플라워 햇 박스 레슨’ 워크샵 현장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행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워크숍 진행이다. 완성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 꽃을 통해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꽃그리다봄’과 폐 자전거로 시계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가 팔을 걷어 부쳤다.
꽃그리다봄은 ‘플라워 햇 박스 레슨’ 워크숍을 꾸렸다. 햇 박스란 마치 모자를 쓴 것처럼 꽃 바구니에 뚜껑이 달린 형태를 말한다. 페이스북을 사전 신청으로 이뤄진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은 8명. ‘꽃그리다봄’의 소개와 함께 시작된 워크숍 공간은 이내 참여자들의 웃음이 번졌다. 이애이 꽃그리다봄 실장의 설명에 따라 참가자들은 박스 안에 담긴 플로랄폼(floral form•꽃 작업을 할 때 꽃이나 가지를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흡수성 스폰지)에 꽃을 끼웠다. 박스가 하나 둘 꽃으로 채워질수록 참가자들의 웃음 소리가 덩달아 커졌다.
이애이 실장은 “SNS 중심으로 고객과 소통하다 보니 젊은 분들이 대다수였는데,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저희를 알리는 것도 좋지만, 참여하시는 분들이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실제 워크숍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워크숍에 참여한 최예선(36)씨는 “마켓을 돌아보기만 하면 아쉬웠을 텐데, 취지도 이해하고 꽃꽂이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번 워크숍을 통해 서울숲마켓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후가 되자, 마켓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는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 ‘더마더뮤직’의 공동대표인 김철연(35)씨의 기타와 노래 소리가 마켓 안을 가득 채웠다.
셀러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몸을 들썩였고, 시민들도 한층 밝아진 분위기에 기분 좋은 얼굴로 화답했다. 특히 두번째 공연인 시나 앤 블랙스노우의 공연에서는 열기가 고조됐다. 이은진 매니저는 “단순히 제품의 판매와 소비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3 한미연 청년기자가 담아온 현장 이야기
버려진 폐 자전거, 시계로 탈바꿈한 사연은? ‘소형시계 제작’ 워크숍 현장
“서울에서 1년에 버려지는 자전거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무려 1만대에 달합니다. 요즘 계속 증가 추세에요. 그런데 그 중 딱 30%만 재사용이 되고 나머지는 70%는 그대로 버려진대요. 부품을 새롭게 활용해 사용주기를 늘리면 환경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겠죠? 리브리스는 자전거 부품을 활용해 시계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저희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시죠? 같이 시작해봅시다.(웃음)”
리브리스 장민수(28) 대표의 말에 ‘우와’ 환호성이 터졌다. 오후 4시,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자전거 폐 부품을 활용해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워크숍에 참여한 오정림(45)씨는 “자전거 기어를 재료로 쓸 수 있다는 게 재미있다”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장 대표는 시계 만들기에 앞서 업사이클링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제품의 의미까지 전달하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여자 친구와 함께 참여한 이원균(24)씨는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본격적인 시계 만들기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오늘의 주 재료는 자전거 기어와 육각 볼트. ‘부품’이 ‘제품’으로 탄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시계의 몸체가 될 기어 꾸미기다.
“물에 물감을 띄워 색을 입히는 스월링 방식을 진행할거에요. 잘 보세요.”
장 대표의 시연이 이어졌다. 원하는 물감을 물 위에 떨어뜨린 후 입으로 ‘후’ 불자 물감이 퍼지며 유려한 곡선이 퍼졌다. 염색할 제품을 물 표면 살짝 닿았다 떼니 밋밋했던 흰 색의 기어가 색으로 물들었다. 이후에는 강풍기의 작업이 이어진다. 바람을 쐬어 표면을 완전히 말린 후 보호제를 뿌리는 것까지가 기본 과정이다. 초침과 분침이 고정될 시계 판은 사인펜의 도움을 받았다. 기어와 시계 판 두 개의 부품을 볼트와 너트로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시침, 분침을 붙이니 튼튼한 탁상시계가 뚝딱 완성됐다. 자녀와 함께 워크숍에 참여한 김효진(35)씨는 “아이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둘째도 크면 꼭 데리고 오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장 대표는 “워크숍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업사이클링에 대해 관심과 호감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 날 1인당 3만원씩 워크숍 참가 비용으로 모은 금액은 전액 자전거 기부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후 5시, 서울숲마켓 행사가 마무리됐다. 1000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김하나(36)씨는 “요즘 트렌드에 맞는 ‘친환경, 공정무역, 소셜벤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명동, 코엑스와 같은 일반적인 쇼핑 공간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과 달리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셀러로 참여한 소셜벤처들의 만족감도 높았다. 시각장애인 조향사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인액터스 봄내음(강원대) 유경탁 대표(25)는 “향수 4가지 중 하나가 완판됐다”며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숲마켓 진행을 맡았던 김예원 카우앤독 매니저는 “제품에 담긴 의미 뿐 아니라 제품 자체로서의 경쟁력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서울숲마켓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김리은·이화영·한미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