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소셜섹터 커뮤니티 힘을 믿습니다”…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체인지메이커들과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키워주는 느낌보다는,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허재형(38) 루트임팩트 대표의 목표는 체인지메이커를 위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서울 성수동에 소셜벤처 공유 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세우며 일대를 소셜벤처밸리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곳에는 소셜벤처 71개사, 550명이 입주해 있다. 허 대표는 지난해 헤이그라운드 2호점(서울숲점)을 추가로 냈다.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헤이그라운드를 매개로 체인지메이커들이 사회에 더 많이 등장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허재형 대표는 “커뮤니티의 상생 문화로 체인지메이커들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혜원 청년기자

커뮤니티의 힘을 믿습니다

공간에 집착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사회는 워낙 좁고, 특히 소셜벤처 같은 특정 분야는 더 좁습니다.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죠. 네트워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건 공간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언택트(untact) 얘기를 많이 하는데,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비롯된 관계의 힘을 믿어요. 헤이그라운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축적한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으니까요.”

임대료를 내면 공간을 주는 기존 공유 오피스와 다른가요?

다르죠. 처음에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인데, 답은 어떤 회사를 입주시키느냐 였어요. 겉으로 보면 다른 공유 오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는데, 헤이그라운드는 사회적가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그걸 입주사 선정에 적용하는 거예요. 입주사를 선발할 때 1차로 지원서류를 받고, 2차로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를 해요.”

입주하려면 면접을 봐야 한다고요?

채용 면접 보듯 꼼꼼하게 진행합니다.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하니까요. 가장 중요시하는 건 그 회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지, 또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지 등입니다. 또 커뮤니티에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보죠. 커뮤니티 형성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는지도 물어봐요. 조금 까다롭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루트임팩트는 헤이그라운드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팩트커리어W’가 인기였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일을 쉬는 여성들을 위한 채용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일자리 구하기가 아닌 경력단절 직전의 직무로 연결해 여성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8 4월 첫선을 보인 이후 매년 2회씩 기수제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30여 명의 여성 모두가 취업에 성공했다.

임팩트커리어W를 진행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사업이든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감이에요. 임팩트커리어W도 같은 맥락이죠. 저희 직원들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때 함께 시작했다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육아휴직 갔다가 복직하고 그랬어요. 이런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경력단절 여성 이슈에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했나요?

사내 공모전을 열었는데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서 무언가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사실 정부 지원도 있지만 한계가 있었어요. 경력이 단절되기 전에 수행하던 업무로 연계해야 하는데 아이 돌봄 교사, 바리스타, 네일아티스트 등 일자리 수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쪽으로 연결해버렸죠. 결국 기업으로는 복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느꼈어요.

소셜벤처와 어떻게 연결한 건가요?

“여성들이 복직한다 해도 당장 육아와 집안일에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잖아요? 회사에서 이런 부분까지 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봤어요. 소셜벤처나 체인지메이커 조직들은 이런 가치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이었거든요. 다들 스타트업이다 보니 근무 장소나 시간 등이 유연한 경력직에 목말라 있었어요. 그런 동료를 찾는 저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도전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거죠.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어요.

코로나 시대 속 소셜벤처 생태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없었나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면 오프라인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많이 열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많이 줄었어요. 코로나가 처음 터지고 초반엔 거의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온·오프라인을 섞어서 진행하고 있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분명히 산업생태계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 우리 사업에 미치는 시사점이 뭔지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소셜벤처에게 코로나19는 위기인가요, 기회인가요?

위기도 있지만 기회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소셜벤처 존재 이유가 더 선명해졌어요. 코로나가 아예 새로운 문제를 가져온 것도 있지만, 기존 문제를 가속하거나 증폭해서 보여주는 측면도 있거든요. 동시에 대중들도 소셜벤처가 하는 일에 깊게 인식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소셜벤처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투자사나 자산운용사 쪽에서 사회문제 해결에 우리도 뭔가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실제로 소셜섹터로 자본이 많이 움직일 겁니다. 코로나로 사회 불평등 문제가 부각되면서 여기에 의식 있는 자본들이 움직일 거라고 봐요.”

허재형 대표는 소셜벤처의 바른 성장을 위해선 도덕적 우월감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셜벤처에서 일한다고 일반 사회 구성원보다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끔 도덕적 우월감에 젖은 경우를 종종 보거든요. 남이 그렇게 바라봐 주니까 마치 자기가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 순간 사람이 변하고 회사의 방향은 변질돼요. 본래의 사회적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이런 함정들을 주의했으면 좋겠어요.”

[이혜원 청년기자(청세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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