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정훈 콩세알 대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부터 2~3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영우’ 같은 자폐인, 더 나아가 직업인으로서의 자폐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1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8% 수준이다. 전국 장애인 고용률인 34.6%에 비해 낮다. 지난해 기준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25만5207명으로 이 중 13만5867명(약 62%)이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취업률은 턱없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내 발달장애인 민간고용률은 30%이지만 지방은 5% 수준에 불과하다.
농촌형 사회적기업 1호로 등록된 ‘콩세알’은 해법을 농업에서 찾았다. 이른바 ‘사회적농업’이다. 사회적농업은 장애인, 고령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사회통합과 자립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 중심의 농업활동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부터 사회적농업 실천조직을 ‘사회적농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83개소가 있다. 참여자는 장애인,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로, 지역사회의 주민, 조직 등과 네트워크를 이뤄 협력한다. 핵심 기능은 농촌자원 활용해 돌봄, 교육, 직업훈련 기회 제공이다.
돌봄의 대상에서 돌봄의 주체로
인천 강화군에는 사회적농장 5곳이 있다. 그중에서 농업회사법인 ‘콩세알’이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군 양서면에 있는 콩세알 본사를 찾았다. 서정훈 대표는 “2005년 친구 5명이 모여 ‘일벗’이라는 생산공동체에서 출발했다”면서 “청소년 자원봉사단, 재가노인 봉사 등을 병행하면서 ‘함께 일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꿈꿨다”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17년차가 된 콩세알은 이제 20명 이상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 중 12명이 노동 취약계층이다. 서 대표는 “정부 지원은 언젠가 종료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면서 “관내 협력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살림, 두레생협 등에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농업은 1차 생산물인 농산물을 생산하는 목적 이외에도 돌봄이나 교육, 그리고 사회 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유럽에서는 보통 사회적농업을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농업’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한다.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에서 배제됐던 사람들이 농업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된다는 의미다.
“항상 돌봄의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다른 식물과 작물을 돌보며 돌봄의 주체가 되는 거죠. 그 과정에서 그분들의 자존감이 세워지고, 자연환경이 주는 안정감처럼 자연이 주는 효능들이 있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정직하고 착한 농부들과 함께 농업을 매개로 이렇게 사회 안에 통합되고 복귀하는 과정들이 사회적농업입니다”
사회적농업이 그리는 농촌의 미래
콩세알이 진행하는 대표 프로그램은 ‘농사학교’다. 농사학교는 성인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각종농사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정기 과정은 매년 4~11월 주 1회씩 총 20회 진행한다. 심화 과정은 주 2회로 50회가량 진행된다. 심화 과정을 듣는 장애인 학생들은 취업을 목표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 콩세알의 정직원으로 채용될 기회를 준다. 서 대표는 “직업훈련을 거쳐도 고용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원하는 사람들은 심화 교육을 통해 두부 공장이든 농장이든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서 “다만 농한기가 존재하는 농업의 특성상 고정적인 일자리가 나오긴 쉽지 않기 때문에 연중 가동할 수 있는 ‘화훼 스마트팜’을 최근 조성했다”고 화훼 스마트팜은 약 1만6000㎡ 규모로, 올해 하반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콩세알의 미션은 사회적농업을 통한 농촌의 사회 문제 해결이다. 농촌은 고령화로 농업을 후계할 인구가 줄고, 교육이나 의료 수준도 도시에 비해 취약하다. 서정훈 대표는 콩세알의 활동을 큰 범주의 ‘나눔’으로 본다. 일자리와 생산품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나눈다는 면에서다. 또 가공사업 과정에서 농산물을 수매하며 농가의 소득을 증대하고, 친환경 농가를 지원해서 환경 농업을 확대하는 등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농업이 쇠락하는 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농장이 수행하는 돌봄 노동의 대가는 정부에서 사회적으로 지급해줘야 하죠. 복지시설 지원금을 농장에도 지급해 일자리도 만들고 돌봄도 동시에 수행하는 겁니다. 농가들에도 도움을 주고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꿈꾸는 사회적농업의 이상입니다.”
노하린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