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개발부터 직장 내 동료 교육까지 종합 지원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고용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굿피플은 1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 비전공유회’를 열고, 장애 당사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종합 사업 구상을 공개했다.

이날 구영모 굿피플 상임이사는 “지난 10년간 발달장애인 수는 약 33% 증가해 전체 장애인 청년 인구의 70%를 차지하지만, 고용률은 29%에 불과하고 이 중 84.3%가 비정규직”이라며 “발달장애인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맞춤형 직무 개발부터 직장 동료 교육까지
2023년 기준 국내 발달장애인은 27만 명을 넘는다. 그러나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4년 6개월에 불과하며, 전체 장애인 고용률 평균(69.8%)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굿피플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 전 단계부터 직무 수행, 지속 근속까지 포괄하는 자립지원 시스템을 설계했다.
사업에는 ▲직무 개발(베어베터) ▲예비 직장인 교육(피치마켓) ▲건강·여가 지원(함께웃는재단) ▲사례관리·상담(시소감각통합상담연구소·소통과지원연구소) 등 5개 기관이 협력한다.
주요 내용은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대상 예비 직장인 교재 제작 및 교사 교육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활용 가능한 직무 콘텐츠 개발(VR 포함) ▲직장 동료 대상 발달장애 이해 교육 ▲건강관리 지도사 양성 ▲개인별 사례관리 상담 등이다. 굿피플은 직장 내 동료와 관리자, 당사자의 가족까지 교육과 상담을 지원해 장기 근속을 도울 계획이다.
◇ “보통의 삶이 곧 자립”…당사자와 가족 목소리도
현장에서는 당사자와 가족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발달장애인 유강우 씨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브라보비버 대구’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고, 스스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어 좋았다”며 “중요한 건 자기만의 속도로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성낙영 씨는 “입사 이후 협동과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됐고, 경제적으로도 저축을 하며 독립생활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부모의 68.7%가 자녀 돌봄 때문에 치료나 진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취업은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굿피플은 이번 사업을 통해 사회 전체가 얻을 수 있는 효과도 강조했다. 구영모 상임이사는 “발달장애인이 일터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립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 모두의 문제”라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반딧불 기금’도 소개됐다. 반딧불 기금은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빛으로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의미로, 기업과 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해당 기금에 참여하면 행사와 홍보물에 기업명이 노출되며,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이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발달장애인 관련 이슈는 21대 국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부분”이라며 “굿피플의 이번 사업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존중받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으로, 저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천수 굿피플 회장은 “발달장애인이 일터에서 성장과 성취감을 누리며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의 지지가 발달장애인의 자립 여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