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보호소 머무는 유기동물 전년比 6배 증가… 코로나로 발길 ‘뚝’

“혼자서 200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느라 힘듭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봉사활동 오는 분들이 계셨는데. 지금은 혼자 다해요. 이것들도 다 생명인데, 어쩌겠습니까.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겠어요. 제가 끝까지 키워야죠.”

대구시 수성구의 유기견 보호소 ‘영자네’에서는 최영자(72)씨 홀로 2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살핀다. 도움의 손길은 끊긴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넘게 봉사자들은 보호소를 찾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는 유기동물들도 피하지 못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1만4030마리다. 전년 동기 2428마리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양된 유기동물 수는 2만5096마리로, 전년 대비 1847마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전국에서 접수된 유기동물 수는 9만253마리에 이른다.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의 유기견 보호소 ‘영자네’에서 지내는 유기견들의 모습. 사설 동물보호소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없이 후원금만으로 운영된다. /동물보호소 영자네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매년 10만 마리를 훌쩍 넘지만, 보호소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특히 유기견보호소 영자네처럼 안락사가 없는 곳일 경우 비용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안락사는 안 시켜요. 다 귀한 생명인데, 어쩌다 버려져 갈 곳도 없는 애들을 누가 돌봐주겠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가보면 개들이 그 좁은 데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어요. 다들 보름 내로 입양 안 되면 안락사 되는 애들이에요. 눈물 나서 그 모습 못 봐요. 불쌍해서. 그렇게는 못해요.”

최씨의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운영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시 보호소의 경우 주민으로부터 유기견 신고를 받고 보호소로 데려올 경우 정부로부터 한 마리당 8~15만원의 보호비를 지급받는다.

등록된 유기동물은 15일 안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잠시 머물다 떠난 빈자리는 다른 유기동물이 채운다.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15일짜리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영자네 유기동물들엔 시한이 없다. 가족을 만날 때까지 최씨가 돌본다. “지금까지는 거절 못 하고 다 받아줬는데, 이젠 잘 모르겠어요. 허무맹랑한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견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돌보게 됐는데 200마리 정도 되니까 감당이 안 됩니다. 운영비 대기도 빠듯해요. 매달 45만원 정도 드는데 노령연금을 보태 겨우 충당하고 있어요.”

현행 제도상 사설 동물보호소에 대한 공적 지원은 불가능하다. 동물보호법 제4조에 따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단체에 동물보호운동이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권장하거나 필요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사설 보호소의 경우 법률상 신고나 허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원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김민경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않으면 보호소 문제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면서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나운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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