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보건 원조 확대는 미래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라운드테이블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출범식 이후 첫 행사

“공적개발원조(ODA)가 전쟁과 진영논리, 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 상황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다음 팬데믹을 예방하려면 ODA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교수가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회의에서 보건분야의 다자적인 협력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적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 및 백신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이 26일 개최한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이 이번 회의를 주최했다. 지난 19일에 있었던 창립식 이후 첫 번째 공식 행사며, 외교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함께 주관했다.

이번 회의는 대한민국이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하고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식 아래 열렸다. 단순한 인도주의 지원을 넘어 개발도상국의 부족한 보건의료체계를 보완해 팬데믹의 위험을 낮추자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개회사에서 “인류가 지금껏 접촉하지 않은 바이러스만 160만 종에 달하는데 다음 팬데믹은 반드시 올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팬데믹 대응을 같이 세워야 하고, 대한민국도 경제적 규모에 맞춰 기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 자리에 정부부터 기업 관계자, 연구자까지 있는데 함께 소통해 실질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송지선 국립외교원 글로벌거버넌스연구부 조교수는 “보건 ODA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원조 규모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은 26.9%인데, 10년 전에는 찬성 비율이 70%를 넘었다. 한국의 ODA 규모는 성장하고 있는데 대중 인식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송지선 교수는 “글로벌 보건 안보 차원에서 ODA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ODA 투자 있어야 백신 개발해 다음 팬데믹 대응할 수 있다”

이어 패널토론에서 국제 보건의료단체·바이오 기업·정부 관계자가 보건 ODA 협력에 대한 견해를 나눴다. 먼저 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ODA가 있었기 때문에 IVI가 100개 이상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지적재산권 없이 6가지 백신에 대한 기술 이전을 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 건강을 위한 한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이 26일 개최한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회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리처드 해쳇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대표는 백신 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장기적인 자금 지원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리처드 해쳇 대표는 “한국이 글로벌 보건 중추 국가로 기여하려면 보건 ODA 국가 예산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의 상당 부분은 다시 한국의 연구기관과 기업으로 돌아와 이들이 글로벌 보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김한이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RIGHT) 대표는 한국이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이후 ODA를 4배 가까이 늘려 그 규모가 현재 47억 달러(한화 약 6조 2590억원)에 이르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이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공중보건 연구개발(R&D) 노하우, 단기간에 성장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글로벌 보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진선 SK바이오사이언스 사업개발본부장은 “코로나19는 당시 많은 연구개발 지원뿐 아니라 사전구매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며 “반면 다음 팬데믹은 어떤 바이러스가 퍼질지 몰라 대비하는 것이 어렵다”는 바이오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팬데믹에 대응해야하기에 더욱 공공의 기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26일 열린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ODA 협력 방안 모색’ 회의에 참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

이승현 보건복지부 통상개발담당관은 백신을 비롯한 보건 R&D는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재정당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희창 국립조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신종 감염병을 대비하려면 mRNA 백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6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28년까지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하는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지난달 폐지된 질병퇴치기금, 새로운 보건 기여 방법 모색해야

한편, 현장에서는 질병퇴치기금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국내에서 해외로 향하는 모든 항공권에는 1만1000원의 ‘출국납부금’이 포함되는데 그 중 1000원이 개발도상국의 질병예방과 퇴치를 위한 질병퇴치기금으로 쓰였다. 올해 정부가 부담금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출국납부금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질병퇴치기금은 올해 7월부터 사라졌다.

리처드 해쳇 대표는 “그동안 질병퇴치기금이 글로벌 보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새로운 보건 기여 매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정 의원은 “정책이 한번 사라지면 복원하기 어려운 만큼 질병퇴치기금을 그냥 포기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종한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질병퇴치기금 폐지는 더욱 안정적으로 보건 ODA를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입장을 전달했다. 코로나19 당시 보건 ODA가 절실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출입국하는 사람이 줄어 재원이 불안정했다는 것. 그러면서 “재정당국과 합의해 보다 안정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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