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버려진 종이컵이 사진 인화지로 재탄생합니다”

[인터뷰] 오승호 테오아 대표

오승호 테오아 대표는 “환경을 예술적으로 다루는 것이 테오아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이정은 청년기자

“종이컵 소각을 막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출발했어요. 버려진 종이컵의 약 95%는 내부 코팅지 탓에 소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지죠. 테오아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진 종이컵을 사진인화지로 재활용하고 감각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요. 종이컵 예술은 종이컵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오승호(32) 테오아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소셜미션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한 각종 국내외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었다. 유기견, 쓰레기, 여성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세상의 변화를 꿈꿨다. 아이디어를 실천하고자 반려견 비문(콧구멍) 인식 기술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사진인화서비스 스타트업을 설립한 오 대표는 무심히 버려지던 종이컵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승호 대표는 “테오아는 지구를 위한 사진 브랜드로 환경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일상 속에서 버려진 수많은 종이컵을 보게 됐어요.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종이컵이 ‘257억 개’예요. 그중 재활용률은 단 ‘5%’에 불과해요. 내부가 코팅된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재활용할 수 없어요. 별도로 수거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컵은 소각되죠. 이 과정에서 16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오염을 유발합니다. 종이컵의 환경문제를 깨닫고 해결방법을 고민했어요. 사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기존에 사용하던 비닐 인화지를 전면 중단하고 종이컵 소재로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게 됐습니다.”

2017년에 설립된 테오아는 세계 최초로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개발했다. 2018년 출시했던 사진인화서비스 ‘필라로이드’에 지난해 1월부터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38만 개’의 종이컵이 재활용됐고 인화된 사진은 90만 장이 넘는다.

“국내에 종이컵만 재활용하는 곳이 없어요. 종이류를 전부 다루기 때문에 종이컵만 맡기기 위해 협의가 필요했죠. 프린팅 시장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요. 테오아는 환경가치를 우선시하지만, 제조산업은 수익을 중요시하죠. 재활용된 종이컵 제지가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가 일어나도록 내부적인 사업전략을 체계화했습니다.”

사진인화지에 적합한 프린팅 환경도 중요했다. 종이컵 재생지의 조건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일반적인 재생지는 거칠어서 사진인화지에 적합하지 않다. 프린트의 종류부터 종이의 색감, 밝기, 재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 여러 종류의 재생지 중에서 제품에 맞는 종이를 찾기까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시도 끝에 사진에 맞는 종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종이컵 사진인화지는 국·내외에서 생산을 병행 중이다. 종이컵 한 개(13oz)는 사진인화지 3개가 된다. 수거된 종이컵을 분류한 뒤 불려서 내부 코팅지를 분리한다. 잉크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탈묵 과정을 거친다. 이 섬유들을 응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나면 종이컵 재생지가 탄생한다.

테오아는 현재까지 이용자 13만명을 확보했다. 종이컵 사진 특유의 따뜻한 색감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다. 신규가입자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오 대표는 “사진을 통해 환경문제의 접근성을 높이고 싶었어요. 고객들도 지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홍보에 힘쓰지 않아도 입소문 덕분인지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테오아는 고객들의 리뷰를 한 건당 1000원씩 마케팅 비용으로 환산해 환경운동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테오아는 지난 6일, 종이컵을 재활용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줍다(Joopda)’로 사업을 확장했다. 줍다는 ‘one or nothing’, 버려진 종이컵 소각을 막으려는 사명감을 뜻하는 ‘one’. ‘그 외에 아무것도 없다.’라는 강렬한 슬로건을 내세운다. 서브타이틀인 ‘종이컵에 미친 예술가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기존에 있던 프린팅을 비롯해 종이컵 포스터, 포토북, 종이를 종이컵 소재로 대체한 페이퍼워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테오아에 대한 호응은 뜨겁다. 2018년에 글로벌 ICT 유망기업 K-global 300에 선정됐다. 같은 해에 삼성벤처투자와 인라이트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프리시리즈 A 투자가 진행 중이다. 거래방식을 기업 대 고객(B2C)과 기업 대 기업(B2B)을 병행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 애완견 전문 사진관인 HAUTE 포토그라피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용객은 줍다의 종이컵 사진인화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테오아는 지금 흥미로운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이달 말 ‘일회용품 말살 프로젝트’가 출시 예정이다. “환경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선택했죠. 9월 한 달 동안 15개의 가맹점과 300개의 일회용품 말살을 목표로 하는데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리유저블 패키지를 대여할 수 있어요. 다양한 혜택을 결합한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쿠팡이츠’, ‘배달의 민족’에 API 제공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옵션을 선택하면 리유저블 용기를 받는 서비스 도입이 목표입니다.”

이정은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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