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억이 굶주리고 20억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가운데, 성인 인구 3분의 1이상이 비만이고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은 유실되거나 낭비된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11년)
이는 2011년 발표 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자료다.
“2017년 기아 수준은 MDG(새천년개발목표)가 시작된 2000년보다 27%나 개선됐지만, 기아인구는 늘었습니다. 세계기아지수는 2016년 21.3%에서 2017년 21.8%로 0.5p% 증가했습니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한국 대표)
지난 14일 서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2017 세계기아리포트(Global Hunger Report)가 개최됐다. 세계기아리포트는 전 세계 기아의 현주소를 살피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올해는 ‘기아 종식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에는 관련 업계 실무자 뿐만 아니라 기아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 및 일반인 약 140명이 함께 했다. 행사를 주최한 컨선월드와이드는 2006년부터 미국의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 독일의 세계기아원조(Welthungerhilfe)와 함께 매년 세계기아지수(Global Hunger Index)를 발표해왔다. 세계기아지수는 국가별, 지역별 단위로 기아를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추적, 관측하는 도구다.
◇세계기아지수가 말해주는 것들
행사 오프닝에는 도미닉 맥솔리 컨선월드와이드 CEO의 환영사와, 줄리안 클레어 주한아일랜드 대사의 축사, 그리고 정진규 외교통상부 개발협력국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도미닉 맥솔리 CEO는 “한국은 기아를 경험했고, 그 기아를 극복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로서 이번 세계기아리포트 런칭이 특히 의미가 있다”며 “기아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줄리안 클레어 대사는 “전쟁, 차별, 정책, 인플레이션 등 기아를 만드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며 “인간은 기아를 만들기도 하지만, 분명히 해결할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진규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해결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아종식을 위한 새로운 혁신이라는 행사의 취지에 맞게 이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첫번째 세션은 ‘기아의 불평등’을 주제로,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대표와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2017년 세계기아지수에 대해 설명한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대표는 “기아란 인간상태의 최저점으로, 단순히 칼로리 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미량영양소 결핍을 포함한 영양적인 측면까지 포괄한다”며 “이를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기아지수는 불충분한 식량 공급(전체 인구대상)과 영유아 사망률, 아동 영양 부족(각각 5세미만 아동 대상)을 각각 3분의 1씩 반영해 산정한다.
“기아 인구는 90년대부터 조금씩 감소해 2015년에 7억7000명까지 줄었지만, 최근 8억1000만명으로 다시 4000만명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분쟁이었습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패, 지역사회의 관습이나 차별도 여전히 기아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입니다.”
이준모 대표는 “국가 식량체계의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촉진시켜야 한다”며 “컨선월드와이드는 국민총소득의 0.7%를 ODA에 사용하기를 제안하며, 이중 0.2%가 최빈국의 자립 지원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장은 영양실조와 기아 현상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서 과장은 “영양실조와 기아 현상은 한평생 영향을 주는데, 특히 영양결핍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영양 문제가 아이에게 되물림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생후 6개월 무렵 뇌가 완성되는데, 생후 2년까지의 시기가 영양섭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혁신을 통한 기아 줄이기
이날 두번째 세션은 ‘기아종식을 위한 새로운 혁신’을 주제로 진행됐다.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 올리브 토위 컨선월드와이드 세계기아지수 책임자, 이남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혁신사업실장, 임석환 CJ제일제당 CSV경영팀장 등이 기아 해결을 위한 다양한 혁신 사례들을 소개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독일 뮌헨에 ‘혁신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주체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테스트한 뒤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 실로(Smart Silos)는 밀폐공간에 진공상태로 식량을 보존해 식량들이 쉽게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영양강화 쌀(Rice Fortification) 개발 사업은 필수적인 미량 영양소 결핍을 막기 위해 영양을 강화한 쌀을 보통쌀과 일정비율로 섞어서 배분한다. 이밖에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을 통해 구호 자금을 제공하거나 인공지능(Al Ruda)을 긴급구호 사업에 투입해 정보를 수집 및 처리하기도 하며, 푸드 컴퓨터(Food Computer)를 통해 작물 재배 환경을 통제하는 등의 시도도 있다.
컨선월드와이드의 올리브 토위 세계기아지수 책임자는 두 가지 사업을 소개했다. 잠비아의 발육부진 아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영양개선형농업(RAIN)사업이 대표적이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아일랜드의 식품기업인 케리 그룹(Kerry Group)과 국제식량정책연구소와 함께 농업 생산량을 증진하고 다양한 작물을 기르도록 도왔다. 그 결과, 교육과 농업, 영양 등 모든 부분이 하나로 통합돼 지역의 영양 문제를 해결했고, 여성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양성평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됐다. 급성 영양실조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CMAM)은 차드의 고즈베이다 지역에 적용된 프로그램. 고즈베이다는 기후변화에 민감해 1년 중 6개월을 식량 없이 지내는 지역이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조기경보와 긴급상황대응 시스템 및 다양한 트레이닝과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토양을 보호해 재난이 와도 복구가 쉽도록 했다.
코이카는 DIP(Development Innovation Program)라는 혁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는 혁신 기술 프로그램(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BS: Inclusive Business Solution), 그리고 혁신적 파트너십 프로그램(IPS: Innovative Partnership Solution)으로 구성됐다. 혁신 기술 프로그램은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이 주축이 되어 혁신적인 비즈니스의 성장을 돕는다.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은 기업들로 하여금 최소득계층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하게 하며, 혁신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가진 해외파트너들과 협업해 보건분야, 인권법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원당과 포도당을 원료로 한 아미노산 생산 기술로 기아 극복에 힘썼다. CJ제일제당은 옥수수찌꺼기, 폐먹재 등을 잘 활용해서 친환경 바이오 발효 공법으로 아미노산을 생산한다. 이는 기존 화학공법으로만 생산된 아미노산에 비해 생체이용률(체내에 흡수되어 아미노산으로서의 기능을 얼만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 측정하는 척도)이 더 높고,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농가 소득도 증대시킬 수 있다. 가격 폭등이 일어날 수 있는 사료용 대두곡물 대신 사료용 아미노산을 사용함으로써 재고를 줄이고 공급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3월 UN 파트너십 홈페이지에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등재됐다.
발표 이후 손혁상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장을 좌장으로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행사의 가장 마지막 시간, 도미닉 맥솔리 컨선월드와이드 CEO는 말했다.
정빛나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