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관계·생활을 다시 잇는 ‘꿈드림’
현장에서 확인한 ‘안전망’과 남은 과제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선택지가 많다 보니 오히려 진로를 정하는 게 더 어려웠죠. 세상은 늘 한 가지 길만 요구했는데, 그 기준에 저를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게 됐어요.”
조혜민(21)씨는 12살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뒀다. 그의 선택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청소년정책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약 17만3800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5만 명 안팎의 청소년이 새롭게 학교를 떠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립·은둔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가족부의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는 ‘심리·정신적 어려움’(31.4%)과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27.1%)가 가장 많았다. 학교 밖 청소년은 흔히 ‘탈락자’로 묘사되지만, 조사 결과는 다르게 말한다. 이들 상당수는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제도 안에서 자신의 선택지를 찾기 어려워 학교 밖을 선택했다.
조씨는 “공모전이나 대회에 지원할 때 ‘소속 학교’란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주최 측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 했다”며 “학교 재학생만 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때마다, 세상은 여전히 청소년은 모두 학교에 다닌다고 전제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진로 탐색 이전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은 학업 중단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선입견·편견·무시’(26.2%)를 꼽았다. ‘새로운 친구 만들기 어려움’(25.0%), ‘의욕 저하’(24.2%), ‘진로 찾기 어려움’(23.2%)도 뒤를 이었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 문제들이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진로를 가로막는 구조로 작동한다고 본다. 규칙적인 생활이 무너진 상태에서 정보와 경험에 접근할 기회는 줄어들고, ‘학교 밖’이라는 낙인은 새로운 관계와 도전을 위축시킨다. 진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과제가 된다.
◇ 학교 밖의 학교, ‘꿈드림’
이런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성평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이하 꿈드림)’이다.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15년 5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조씨는 꿈드림을 “이름처럼 정말 꿈을 준 곳”으로 기억한다. 14살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구리시 꿈드림 센터를 다닌 그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맞지 않는지를 알게 됐다”며 “직업 체험과 진로 상담을 거치며 배우라는 직업을 떠올리게 됐고, 이후 연극연기과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전국 222곳에서 운영되는 꿈드림은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겪는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검정고시와 상급학교 진학을 포함한 학업 지원, 직업 체험과 자립 지원, 건강검진·상담, 급식·교통비 지원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제도권 학교 바깥에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 생활 리듬부터 다시 세우는 ‘맞춤형 홀로서기’
학교 밖 청소년에게 가장 큰 장벽은 의외로 ‘매일 나온다’는 기본적인 생활 리듬이다. 학교처럼 정해진 시간표와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김길하 성북구 꿈드림 팀장은 “직장은 매일 출근해야 하는데,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그 자체가 큰 허들”이라며 “취업 연계를 해준 이후에도 생활 리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꿈드림 센터들은 생활 습관 회복에 공을 들인다. 동대문구 꿈드림 관계자는 “아이들이 센터에 나오지 않으면 아침마다 학생이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출석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성북구 역시 일대일 관리를 통해 생활 리듬부터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성북구는 ‘월간 꿈드림’을 운영하며 퍼스널컬러 체험, 놀이공원 체험, DMZ 견학, 유튜버 체험 등 흥미 중심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센터를 ‘훈육의 공간’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경제적 인센티브도 중요한 요인이다. 경기도의 ‘꿈울림 카드’는 학교 밖 청소년 전용 교육지원 바우처로, 월 3회 이상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도서·학원비뿐 아니라 문화활동과 식비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직접적인 보상이 있을 때 참여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며 “참여가 늘어나면 청소년 주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고 말했다.
◇ 자격증·인턴십으로 메우는 ‘경험의 공백’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떠나는 순간, 진로 정보망에서도 함께 이탈한다. 공교육 체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제공되던 진로 상담과 직업 정보가 학교 밖으로 나오는 즉시 끊기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꿈드림 관계자는 “센터에서 만나는 어른이 대부분 사회복지사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진로 인식이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경향도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선택지는 빠르게 좁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꿈드림 센터들은 청소년들이 가장 빠르게 성취감을 느끼고, 노동시장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로 지원의 방향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 과정이다. 바리스타, 제과기능사, MOS·ITQ 컴퓨터 자격증, 반려동물 행동지도사 등 실무 중심 자격증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바리스타 자격증은 아르바이트로 바로 이어질 수 있어 청소년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진로의 상상력을 넓히기 위한 직업 체험도 병행되고 있다. 부산진구 꿈드림은 청소년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겠다며 2018년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자체 특별 공모 사업으로 추진된 ‘부산진구 진로역량강화지원사업–진로를 상상해!’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해외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방식의 진로 체험이다. ‘건축’과 같은 특정 분야를 주제로 3박 4일간 중국 상하이, 일본 후쿠오카 등지의 대학과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일종의 ‘진로 수학여행’이다. 매년 청소년 8명과 실무자 2명이 사전 오리엔테이션부터 해외 연수, 사후 모임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며, 부산진구청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센터의 대표적인 특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진구 꿈드림 담당자는 “해외 연수에서 얻은 작은 힌트가 진로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축을 주제로 한 연수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막연했던 진로 구상을 ‘인테리어 분야’로 좁혔고, 올해는 사업자 등록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청소년은 연수를 계기로 일본어 학습에 흥미를 느껴 JLPT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이 진로가 분명한 청소년에게는 확신을, 고민 중인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동기를 제공하는 셈이다.
취업을 염두에 둔 청소년들은 ‘직무 경험 인턴십’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 경험을 쌓기도 한다. 동대문구 꿈드림 센터는 지난해까지 ‘만남의 직장’이라는 자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구직 교육과 기초 훈련, 현장 인턴십까지 총 5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 내 진로·직업 체험 기관과 협력해 도서관, 인근 카페, 밀키트 공장, 사회복지관 등에서 총 60시간의 근로 경험을 제공했다. 성북구 꿈드림센터의 한 관계자는 “사회 진출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경력 하나라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턴십의 의미는 단순한 경력 쌓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근로 경험을 통해 직장 내 기본 예절과 역할, 책임감을 몸으로 익힌다. 부산진구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청소년 인턴십’을 꾸준히 운영해 온 담당자는 “단순히 취업을 연결하기보다, 사회생활을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청소년들에게 일하는 경험 자체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낙인에 맞서는 또 하나의 해법, ‘관계’ 맺기
학교 밖 청소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은 사회적 낙인이다. 성북구 꿈드림 관계자는 “이력서에 학교명을 적지 못하는 순간부터 편견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취업 과정은 물론, 아르바이트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인다. 센터들이 심리 상담과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동대문구 꿈드림은 외부 전문 상담기관과 연계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또래 간 소속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센터가 힘을 쏟는 영역은 동아리 활동이다. ‘학교 밖’이라는 이유로 약해지기 쉬운 관계망을 다시 만드는 장치다.
동대문구 꿈드림의 밴드 동아리 ‘신설동역 10번 출구’는 9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통 3~4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동아리 활동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센터 차원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버스킹과 발표회 등 무대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활동의 동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6차례 무대에 올랐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일반 학교 동아리와 비교해도 활동 지속성이 높은 편”이라며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고, 기획과 운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청소년은 이 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3년간 센터에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는 과정에서 또래 간 유대감과 성취감을 쌓아가는 구조다.
◇ ‘꿈드림’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하여
그러나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 꿈드림 센터 관계자들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참여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동대문구 꿈드림에서 임유라 전문상담사가 운영해 온 인턴십 프로그램 ‘만남의 직장’은 지난해 참여 인원 미달로 중단됐다. 양주시 관계자도 “청소년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는 구조상 참여를 강제할 수 없어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불안정하게 이어지는 배경에는 예산과 인력의 제약이 있다.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진로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꿈드림 관계자들은 “바리스타나 제과·제빵기능사, ITQ·MOS 같은 자격증 외의 진로를 희망하는 경우 센터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내일배움카드’ 등 외부 제도를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센터 내에 진로 전문 인력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현실은 기본 인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동대문구 꿈드림의 경우 3명의 팀원이 30여 명의 청소년을 담당하고 있다.
이충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미래진로센터) 기획부장은 “꿈드림은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만큼 한 곳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꾸리기에는 규모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진로를 중장기적으로 탐색하고 싶다면 하자센터 같은 진로 특화 기관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자센터는 연간 약 3만 명의 청년이 찾는 공간으로, 프로그램별로 학교 밖 청소년 참여 비율은 30% 안팎이다.
지역 간 격차도 불가피하다. 전국 222개 꿈드림 센터가 각 지역 여건에 맞춰 운영되다 보니, 제공되는 프로그램과 인턴십 분야는 지역 인프라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한 경기도 지역 센터 관계자는 “지역과 학군에 따라 청소년들의 특성이 다르고, 연계할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도 다르다”며 “취업·진로 프로그램 역시 그 범위 안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혜영 공주교대 아동청소년교육상담전공 교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입시나 취업 과정에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제한적”이라며 “사회관계와 정보 접근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지만, 센터들을 통합적으로 지원·조정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마련된다면 한계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정책적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김비랑(한양대 국어교육학 4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류현서(한양대 정책학 4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이기주(한양대 정치외교학 4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 이 기사는 한양 SSIR Korea 센터와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한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와 연계해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