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수거·‘죽음의 발판’이 일상이 된 현장
왜 안전 기준은 작동하지 않는가
지난 19일 새벽 1시. 비가 그친 뒤의 서울 성동구 용답동 골목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인적이 끊긴 시간, 골목을 채운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집집마다 배출 시간에 맞춰 내놓은 쓰레기봉투였다. 한 상점 앞에는 50리터 종량제 봉투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투 입구는 제대로 묶이지도 못한 채 원통처럼 부풀어 있었다. 기자가 봉투 하나를 들어 올리자 중심을 잡기 어려울 만큼 묵직했다.

약 한 시간 반 뒤, 골목 안으로 수거 차량이 들어왔다. 두 명의 환경공무관이 차에서 내려 봉투를 집어 들었다. 습기를 머금은 봉투들은 거침없이 트럭 위로 던져졌다. 한 명이 봉투를 들어 올리면, 다른 한 명은 계단 세 단 높이의 적재함 위에 올라 ‘토스’하듯 받아 올렸다.
골목을 돌수록 차량 위에 쌓인 봉투 더미는 점점 높아졌다. 기온은 영하 3도. 얼굴에는 이내 땀방울이 맺혔다. 쉼 없이 이어지는 작업 탓이었다. 기자가 뛰어 수거 차량을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정차 지점은 촘촘했다. 성동구 환경공무관의 야간 근무 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담당 구역을 끝내야 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흘 뒤 찾은 도봉구에서는 ‘주간 수거’가 이뤄지고 있었다. 작업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에서는 2인 1조 또는 3인 1조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이 차량을 운전하고, 나머지 인원은 도보로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한곳에 모은 뒤 한 번에 차량으로 옮겼다. 야간 작업에 비해 시야는 확보됐고, 작업자 열의 아홉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전 10시쯤, 도봉구의 간선도로에서는 수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오갔다. 작업자들은 차도와 인도 사이 한 칸 남짓한 공간에서 움직여야 했다. 출근길 보행자까지 더해지면서, 시야가 확보된 만큼 접촉 위험 역시 노출돼 있었다.
◇ 유명무실한 가이드라인, 줄어들지 않는 안전사고
환경공무관의 안전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2017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환경공무관이 2주 간격으로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자 2019년 12월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과정의 안전 기준을 정비하며 청소차량 안전장치(불법 발판 등) 부착 금지, 운전자를 포함한 3인 1조 운영 같은 원칙을 제시했다. 2022년에는 환경부가 안전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그러나 사고는 줄지 않았다. 2025년 9월 새벽,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던 50대 환경공무관이 차량 후진 과정에서 전봇대와 차량 사이에 끼여 숨졌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공무관 산재 피해자는 2020년 6354명에서 2024년 8446명으로 늘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자료에서도 안전사고는 2019년 773건에서 2023년 876건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기준의 부재가 아니라, 기준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주간 작업과 3인 1조 운영을 원칙으로 두면서도, ‘민원’이나 ‘긴급성’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예외가 상시적으로 적용된다. 기존 작업 방식이 유지되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이 예외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수거 시간이 주민 출퇴근 시간과 겹친다는 이유, 민원이 예상된다는 판단,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 정해진 시간 안에 구역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이 겹치면 작업은 이를 기준으로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주간 시간대로의 작업이나 인력 기준은 계획 단계에서 후순위가 되고 기존 작업 방식이 유지되는 구조가 택해진다.
◇ “낮에 하면 더 오래 걸려요”
법과 지침은 야간 수거를 주간 수거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이를 전면 시행하는 자치구는 25곳 가운데 강동구와 도봉구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치구들이 주간 수거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정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 구조에 가깝다.
환경미화 업무는 차량이 짧은 간격으로 정차와 이동을 반복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작업자는 도로 위에서 보행과 수거를 동시에 수행하며, 차량의 후방과 측면을 수시로 오르내린다. 이 과정에서 넘어짐이나 베임, 찔림 같은 사고뿐 아니라 차량 후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끼임·충돌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은 생활도로와 골목을 중심으로 쓰레기 배출 지점이 촘촘히 분포한 한국의 도시 구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수거 지점이 짧은 간격으로 이어지다 보니, 노동자는 차량에 오르내리는 동작을 쉼 없이 반복해야 한다.
주정복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이런 구조에서 주간 수거로의 전면 전환은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일이나 낮에 작업하면 8시간을 꼬박 일해도 물량을 다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벽이나 야간에 작업해야 그나마 조금 일찍 끝내고 쉬는 시간이라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낮에는 차량 통행량이 많고 보행자와 오토바이까지 겹쳐 작업자가 노출되는 위험 요소가 훨씬 늘어난다”며 “여기에 소음 민원까지 더해지면 작업 동선이 계속 밀리고 쫓기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주간 수거가 오히려 또 다른 안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죽음의 발판’, 금지가 답일까
청소차 뒤 발판에 올라타 이동하는, 이른바 ‘죽음의 발판’은 환경공무관 사고의 상징처럼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본디 차량에 발판을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이에 타고 내리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사항이다. 불법을 감수하고도 수거 차량 후미에 탑승한 채 이동하다가 떨어지거나, 차량과 구조물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발판은 최우선 규제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꺼내 든 해법이 ‘저상형 청소차’였다. 2018년 정부 관계부처가 발표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에는 한국형 청소차 모델 개발이 포함됐다. 승차대 높이를 낮춰 오르내림의 부담을 줄이고, 후미 탑승 대신 차량 내부 승하차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같은 해 강원 정선군에서 처음 도입돼 운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쓰레기 배출 지점이 짧은 간격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도시 구조에서는 차량을 멈출 때마다 내부에서 타고 내리는 방식이 작업 효율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형 청소차 도입은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용 문제보다 더 큰 걸림돌은 현장 반발이었다. 이용자인 환경공무관 상당수가 “일이 더 힘들어진다”며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성동구의 한 환경공무관은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나 구릉지대에서는 5미터만 가도 쓰레기가 있고, 어떤 곳은 1미터 옆에도 또 있다”며 “그때마다 타고 내리고 다시 타는 걸 반복하면 몸이 먼저 망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발판을 아예 없애면 더 뛰어야 하고, 오히려 낙상이나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동카트나 오토바이를 활용한 수거 방식도 시도됐지만, 정착에는 실패했다. 성북구는 골목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한때 오토바이 수거 방식을 운영했으나, 주민 민원과 제도적 제약으로 중단했다. 서울시는 2024년 좁은 골목 수거를 위해 전동카트와 리어카 등 청소 장비 164대를 19개 자치구에 지원했지만, 배터리 성능 저하로 운행 시간이 짧아 현장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나오는 요구는 “발판을 타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안전하게 탈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노조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정복 사무처장은 “발판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미끄럽고 잡을 곳이 없다는 점, 떨어지면 그대로 사고로 이어진다는 구조가 문제”라며 “아예 금지할 것이 아니라 미끄럼 방지나 고정 장치를 갖춘 ‘안전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발판은 사고의 원인이기보다, 촘촘한 수거 동선과 시간 압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다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안전연구기관 MEL Safety Institute(MSI)가 공개한 2023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국가표준협회(ANSI)는 쓰레기 수거 차량의 ‘안전한 발판’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구조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차량 후면 발판은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표면이어야 하며, 면적은 최소 220제곱인치(약 1420㎠) 이상이어야 한다. 발판 깊이는 최소 8인치(약 20cm), 지면으로부터의 높이는 24인치(약 61cm)를 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작업자가 잡는 손잡이 역시 500파운드(약 227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작업 방식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다. 작업자는 차량에 오를 때 반드시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차량을 향해 정면으로 탑승해야 하며, 이동 중 몸을 바깥으로 기울이는 행위는 금지된다. 시속 10마일을 초과해 주행하거나 후진할 때는 발판 사용을 제한하고, 차량이 완전히 정지한 뒤에만 승하차하도록 규정한다. 지침은 작업자들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발판을 오르내린다는 현실을 전제로 설계됐다. 위험을 이유로 금지하기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기준을 정립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 거점형 수거, 도시구조와 인식 전환 뒷받침 돼야
환경공무관 안전 문제는 제도나 대책이 없어서라기보다, 안전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도시 구조와 작업 방식이 고착돼 온 결과에 가깝다. 수거 방식과 동선, 시간 압박과 인력 운영 구조가 사고 위험을 좌우하지만, 한국의 쓰레기 수거 체계는 아직 이 구조 자체를 바꾸기에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방식이 일본의 ‘거점형 수거’다. 일본은 도로변 지정 거점에 쓰레기를 모아 수거하는 체계를 오래전부터 정착시켜 왔다. 배출 장소가 일정해지면서 차량 정차 횟수와 작업 동선이 줄었고, 무리한 동작을 반복할 필요도 크게 낮아졌다. 배출·수거 시간이 엄격히 관리되면서 주간 수거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환경공무관의 근무 시간 역시 정규 주간 노동으로 고정됐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처리 단계와 사회적 인식이 함께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일본의 거점형 수거는 낮에 배출된 쓰레기가 곧바로 도심 인근 소각장과 자원회수시설로 이어지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쓰레기 배출과 수거, 처리가 도시의 일상적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졌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은 거점형 수거를 시도하고 있다. 제주 일부 지역에서는 클린센터를 중심으로 수거를 운영하며 작업 동선을 줄이고 관리 인력을 분리해 환경공무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보였다. 제주시청 생활환경과 청소운영팀은 “센터 관리 인력이 따로 배치돼 공무관의 작업 부담이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도2동 재활용센터 관계자 역시 “거점형으로 전환하면서 미관 문제가 개선되고 배출 요일별 수거 체계로 작업 과정도 정리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수도권 대도시에서는 주민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밀집된 도시 구조 속에서 대규모 거점을 확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서울의 작업 환경은 거점형 수거를 전면 적용하기에 구조적 제약이 크다. 도봉구청 직영 환경공무관 노조의 노남길 지부장은 “직영 인력은 가로 청소, 무단투기 처리, 대형 폐기물 수거가 주된 업무로, 생활쓰레기를 대상으로 한 거점수거와는 작업 성격이 다르다”며 “현행 직영 업무 구조에서는 거점수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별 공간 구조와 담당 업무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수거 방식을 일괄 적용할 경우, 정책과 현장 사이의 괴리는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방식 이전에 ‘인식’에 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수거와 환경미화 노동을 기피 대상이 아닌 도시의 ‘정상적인 기능’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미화 노동이 보이지 않는 뒷일이 아니라 도시를 유지하는 필수 공공서비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작업 방식과 공간 구조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의 한 사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들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어린이들이 1~5톤급 쓰레기 수거 차량에 오르내리고 50~100리터짜리 봉투를 직접 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거 작업의 강도와 위험을 몸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는 환경미화 노동을 숨겨진 노동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의 일부로 인식하게 하는 교육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역시 주간 수거 체계를 정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소관을 ‘전문 인력’으로, 청소 업무를 환경을 위한 ‘공공 서비스’로 바라보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70년대 도쿄에서는 쓰레기를 외곽으로 떠넘기던 기존 처리 방식에 대한 반발 속에 미노베 료키치 도쿄도지사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구별 소각장 설치와 환경공무의 정규직화·처우 개선을 병행 추진했다. 이후 소각장은 견학과 교육 기능을 갖춘 도시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학교 교육을 통해 쓰레기 처리와 환경미화 노동을 일상적 공공서비스로 인식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환경공무관 안전 문제는 결국 이 노동을 도시의 필수 기능으로 어디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되묻고 있다. 새벽과 골목 뒤편에 머물러 온 이 노동을 계속 외곽으로 밀어낼 것인지, 아니면 도시의 일상 속으로 끌어안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김경하(한양대 사회학과 3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김윤서(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김은우(한양대 연극영화학과 4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 이 기사는 한양 SSIR Korea 센터와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한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와 연계해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