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공간을 공유할 순 없을까.’ 차량 공유와 빈방 공유에 이어, 공간 공유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미션을 갖고 플랫폼을 만든 여성이 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33) 대표가 주인공이다. 연습실, 회의실, 스터디룸, 카페, 비즈니스 센터 등 다양한 공간을 고객에게 유통중인 이 스타트업에, 지난해 네이버는 17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의 콘텐츠 검색이 연결된 후, 공간제공자(이하 호스트)는 1년 만에 1000개팀에서 3600개팀으로 늘었다. 초기 스타트업, 1인 기업,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소규모 프로젝트 그룹 등 4차 산업혁명 이후 곳곳에서 ‘일자리의 혁명’이 벌어지는 지금, 어쩌면 이 공간 공유는 그 혁명을 앞당기는 촉매제일 지도 모른다. 지난 2일,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정수현 대표를 만났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창업 및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청년 및 소규모팀에게 작업 공간은 늘 부족하다. 공간 자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정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스타트업과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일의 트렌드로 인해,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이 늘었다. 이전에 북창동의 ‘스페이스노아’, 서울시와 ‘무중력지대’ 공간사업을 기획 및 운영했다. 3년 정도 넘게 공유공간을 직접 운영하니 2000명이 넘는 청년 회원들이 스터디, 파티, 모임,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간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흩어져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예약도 받을 수 있는 컨셉으로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론칭했다.”
그녀는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가진 공유 공간 13개를 소개하고 이를 연결시켜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메일로 주문을 받아 공간 운영자에게 넘긴 것이다. 6개월 만에 200개 공간이 동록됐고, 곧 소셜벤쳐 인큐베이팅기관인 소풍(Sopoong)의 씨드(seed)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 호스트가 1000팀 정도 되었을 때 네이버로부터 전략투자를 받았다. 현재는 3600팀의 8000개의 공간을 유통 중이다. 월 3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접속하고 예약은 2~3만 건 정도로 진행된다. 네이버 투자후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공유경제 및 공유공간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2008년 한동대를 졸업했다. 전공은 언론정보문화학부였으며 저널리즘, 문화산업, 국제지역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비영리단체로 진로를 잡았다. 2008년 청어람아카데미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년정치-사회혁신 분야의 기획강좌 등을 운영했다. 당시 공간 코디네이터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대학정책팀으로 1년 반 정도 일했다. 창업으로 진로를 개척해가는 청년들과 그들의 기반이 되는 제도, 정책, 환경에 대한 사회적 자원을 국가별로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그 성장 배경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고, 이러한 ‘베이스캠프 공간’이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이곳 저곳에 주장하다가 결국 직접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하게 되었다.”
-누가 공간을 찾는가.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어디인가.
“10대들에게 연습실이 인기가 정말 많다. 확실히 오디션 연습생들이 많아졌다. 시장조사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들이 언제 오디션을 하는지 일부러 찾아본다. 이들이 20대가 되면 둘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열공팀, 하나는 놀줄 아는팀으로 나뉜다. 매출은 파티룸에서 많이 나지만, 예약횟수가 많은 건 스터디룸이다. 단가가 높지만 인기가 좋다. 따라서 20대 양대축은 스터디룸과 파티룸. 30대는 공유 사무실을 많이 찾는다. 파티룸이 생각지 못한 히어로였다. 이렇게 즐겁고 다양하게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지 몰랐다. 파티룸은 스페이스 클라우드 뿐 아니라 에어비앤비나 다른 커머스 채널에서도 인기다. 요즘 고객들은 베이비샤워(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위한 파티), 브라이덜샤워(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를 위해 절친한 친구들이 여는 파티)는 물론 팀 프로젝트도 파티룸을 빌려서 한다.”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는 누구인가.
“주로 90%가 자영업자분들이다. 오피스 규모도 큰 자본의 운영금으로 운영되는 곳들과 달리 연 2-3억 이하의 수익을 목표로 바라보는 곳들이 많다. 이 시장이 아직은 크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데이터 상으로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이 이용함에 따라 개성이 있고, 지역적인 독특한 장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어필 중이다. 오래된 건물을 재설정하여 도시재생을 하는 것이 결국 작은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잘 되게 하는 사회를 만든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려면 소규모 비즈니스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입점한 호스트들이 잘 되도록, 그 공간들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멋지게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네이버와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한 것인가.
“소풍 투자 후, 공간이 1000팀까지 늘어났다. 당시 네이버에서는 공유경제 산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조사 중에 우리와 연락이 닿았고, IT업계의 수장 앞에 두꺼운 기획서를 두고 딱 하나만 얘기했다. ‘우리에게 네이버 페이 붙여주세요’라고. 개발자를 구하려고 제주도까지 가서 면담을 했는데 실패해서, 울면서 돌아온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 공간도 가장 잘 알고, 호스트들의 마음도 가장 잘 알고, 멋진 공간을 공유해줄 수 있는데 우리가 기술력이 없다고 말했다. 아웃소싱 받아서 만들었지만 여전히 결제가 취약하다고 얘기했다. 네이버 부동산팀을 통해 기술지원을 받았고, 사이트의 컨셉은 그대로 가져가되 디자인, 브랜딩의 도움을 받아 리뉴얼을 했다.”
-대기업인 네이버의 투자는 어떤 의미일까.
“투자를 받고 난 후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이버 같이 큰 회사가 우리처럼 기술력도 약한 회사에 왜 17억이나 투자를 했는지. 후에 한성숙 대표님과 티타임할 시간에 질문했다. ‘저희들한테 좋은 기회를 주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성숙 대표님은 ‘공간 공유가 사회에 이로운 서비스가 될 수 있는지 보고싶다’라고 하시더라. 최근 네이버는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를 지원해주는 ‘프로젝트 꽃’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600억 정도 사내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유저들이 바로 스몰 비즈니스다. 이런 방향과 맥락에서 우리가 좋은 사례가 되었던 것 같다.”
-공간 공유가 정말 사회에 이로운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
“제인 제이콥스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도시개발에 큰 영향력을 끼친 분이 있다. ‘고속도로 넓히지 마. 자꾸 사람이 걸을 수 없는 도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도시 만들지 마’를 외쳤다. 도시개발학과도 아니고 글만 쓰는 이가 함께 사는 도시를 위해 온 몸으로 싸우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 그분의 추종자들이 매년 연례 행사로 ‘Congress for the New Urbanism’(신도시 구상을 위한 의회, 이하 CNU)를 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도시기획자, 개발자, 부동산업자, 건축가 등이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 스페이스 클라우드도 참여했다. ‘시애틀에서 미국 도시들의 미래가 펼쳐진다’를 주제로 보행자 중심 도시의 대표적인 모델로 손꼽히는 시애틀의 프로젝트들을 보았다. 특히 오래된 건물을 재건해, 지역의 스몰비즈니스 팀과 연결한 성공적 사례를 확인했다.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등록된 90% 이상의 스몰비즈니스 호스트들이 바로 이 도시 활력에 주요한 주체다. 우리도 바로 이런 도시 정책과 방향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윤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