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은 ‘생존’의 문제”…환경 분야 인재도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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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환경 운동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아직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도 있죠.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환경오염이 생존과 직결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야 해요.”

이지현(47)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25년째 환경 운동을 지속해왔다. 그는 환경 운동의 핵심을 ‘생존’으로 꼽는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노동 운동이 대세였어요. 그땐 그게 생존의 문제였으니까요. 지금은 환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운동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 분야 인재를 키워야 하는 거죠.”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대학 캠퍼스에 걸렸던 ‘환경운동연합 여름캠프 참가자 모집’ 현수막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서 보고 들은 환경오염 실태는 그를 환경운동가의 길로 이끌었다. 이 사무처장은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에코맘코리아를 거쳐 현재 숲과나눔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양다혜 청년기자

환경과 생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라온에서 만난 이지현 사무처장은 환경 문제에 관심 갖게 된 ‘날카로운 첫 기억’을 먼저 꺼냈다. “대학 다닐 때였어요. 우연한 기회로 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여름캠프에 참여했는데, 공해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는 마을을 찾아갔어요. 울산 온산읍 인근 공단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을 피해 사람들이 주거지를 옮겨야 했고, 온산초등학교는 폐교됐습니다. 그때 환경은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환경운동을 시작한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한 지 벌써 25년입니다.

“환경은 다른 운동과 달리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은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크게 느끼진 않는 것처럼요. 이 때문에 환경 문제는 사회인식뿐 아니라 후원금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환경운동 자체가 가지는 힘에 공감하고 꾸준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동료들이 있나요?

“환경운동연합 소속일 때 ‘벌레먹은사과’라는 팀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먹는 것부터 손에 닿는 물건들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때죠. 그때 이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 동고동락한 팀원들 덕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당시 어떤 활동을 했나요?

“2000년대 초반인데, 당시 아토피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어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그때 팀원들과 ‘식품첨가물 최소화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햄이나 소시지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 줄이자는 거였요. 이 밖에도 유명 식음료 제조 기업을 상대로 보존료를 줄이는 캠페인도 벌였는데, 항의 전화를 하루에 백통씩 받을 정도로 고생했어요. 결국 첨가물을 줄인 제품으로 재출시됐어요. ‘웰빙 바람’과 맞물리면서요. 다른 햄에 비해 가격이 높았는데도 잘 팔렸어요.”

-시민의 목소리가 기업을 바꾼 건가요?

“기업은 시민이 요구하면 바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많은 시민이 동참해야 한다는 거예요. 첨가물을 줄인 제품이 인기를 끌기 3년 전에 이미 발색제 무첨가 햄이 출시됐는데, 반응이 안 좋았어요. 맛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요. 어떻게 보면 3년 사이에 건강을 생각하는 시민이 늘어난 거죠. 기업이 좋은 걸 만들어내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잖아요. 결국 시민도 기업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최근엔 환경 분야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을 잘 키워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도가 있어도 사람들이 모르면 유명무실해지듯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됩니다. 사람이 있어야 문제를 인식할 수 있고, 합리적인 담론을 만들 수 있어요.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죠. 환경운동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재들을 키워내야 해요. 그러다 보면 환경운동가들이 보다 쉽게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겠죠.”

그린뉴딜, 선언보단 세부 정책 필요

―정부에서 추진하는 ‘그린뉴딜’이 화두입니다.

“그린뉴딜이라고 하면 새로워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대응과 정책에서 시작합니다. 결국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을 줄이고 효율적인 에너지를 쓰자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전환입니다. 당장 탈석탄, 탈원전, 저탄소 등으로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데도,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죠. 그래서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지요.”

―선언을 넘은 무엇이 필요합니까?

“세부적인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기존 산업이 새로운 정책에 적응할 수 있는 전환사업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원전 관련 기업의 기술과 인력을 이용해 재생산업을 논의할 수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기존 경제논리의 힘이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만 드는데요.

“정부 차원에서 움직인다기보다 지자체에서 먼저 움직이면 됩니다. 실제로 순천시, 창원시, 서울시, 전주시, 완주군 등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도시보다 작은 단위인 구(區) 단위로 하는 방법도 있어요. 서울시 노원구의 ‘노원에너지제로주택’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자일(agile) 조직이 돼야 해요. 예컨대 환경과에서 미세먼지 관련 계획을 만들어도 교통과나 주택과에서 협조해주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으니까요.”

―환경 정책이 정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환경은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경제의 문제도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미래가 달린 일이기도 해요. 정부 정책 기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환경 정책까지 반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환경 정책과 운동은 ‘사전예방의 원칙’에서 시작합니다. 위험이 발생하고 나서 바꾸는 게 아니라 모든 위험을 최소화로 줄이자는 거죠. 예컨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가 손상돼 사망하거나, 라돈 침대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로 피폭을 겪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미래가 바뀌겠죠.”

―’환경’이 사회 보편적 이슈가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지속적인 제도, 반응하는 언론, 실천하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여태 제도와 현실이 부딪혀 단발적인 변화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뀌어야 하거든요. 에너지 전환, 그린 뉴딜의 세부적인 정책 등을 잘 도입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안 될지라도 지속적인 시도와 보완이 있어야 안착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감시하고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도 꼭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을 하는 시민이 있어야 합니다. 환경이라는 건 결국 우리 삶이거든요.”

[정자형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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