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버틸 수 있습니다”…낮은 임금과 고된 업무에 짓눌린 ‘아동그룹홈’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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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아동복지법 제5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게도 적용하여 아동양육시설 종사자와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 대한 임금 차별’ 결정문 내용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모 아동공동생활가정(이하 ‘아동그룹홈’) 사회복지사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데 따른 결과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진정인의 인건비는 아동양육시설 종사자의 67.6% 수준이었다. 또한 2018년 아동그룹홈 종사자의 평균 인건비는 아동양육시설 종사자 인건비의 80.9%에 그쳤다.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이 임금에서 명백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부당 처우 실태를 조사했다.

지난해 9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단일임금체계 실현연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9년도 아동그룹홈·지역아동센터 정부예산(안)’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업무 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희생’ 강요받는 그룹홈 종사자

아동그룹홈은 부모의 학대나 방임, 가정 해체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일반 가정 형태의 보호와 양육,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이다. 시설장을 포함해 3명의 사회복지사가 3교대로 5~7명의 아동을 보살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학대피해아동쉼터 63개소를 포함해 전국 533개소의 그룹홈에서 1569명 종사자가 2811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모든 아동에 가정형 보호가 필요하다’는 민간의 자성에서 시작된 아동그룹홈은 1997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04년 아동복지법 테두리 안에 들어섰다. ‘보육원’이라 불리는 아동양육시설과 동등한 사회복지시설로 편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이 받는 차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봄언덕그룹홈 김보라 시설장은 2명의 보육사와 함께 영유아 4명을 포함한 7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가사와 보육 업무는 자정까지 빠듯하게 이어지고, 야간에는 밀린 행정과 회계 업무를 처리하느라 온전한 휴식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들에게 법정 근로시간은 의미가 없다.

“국가에서는 시설장 포함해 하나의 그룹홈에 3명의 인력만 지원합니다. 3교대로 버티라는 건 하루가 24시간이니 8시간씩 365일 일하라는 거죠. 그런데 이조차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예요. 이제 막 돌 지난 아기를 포함해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영유아만 4명이고,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도 있어요. 혼자서 모두를 돌보라는 건 사고를 내라는 거거든요.”(김보라 시설장)

충남아동그룹홈협의회 지부장이자 천안에서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는 전사무엘 시설장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양이 너무 많다”면서 “아동양육시설의 경우 24명 종사자가 번갈아 가면서 작업을 하지만, 그룹홈은 3명의 종사자가 70여가지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며 과중한 업무 부담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관계자에게 ‘그룹홈은 아동양육시설에 비해 전문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룹홈 10년차 월 급여 190만원…양육시설로 옮길 경우 급여 두배 올라

두 시설장의 급여는 월 190만 원 정도다. 김 시설장은 2009년 3월 입사해 11년째 아동그룹홈에 종사하고 있지만, 연공(年功)에 대한 보상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룹홈 종사자 인건비에는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고, 직급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1년을 근무한 사람이든 10년을 근무한 사람이든, 시설장이든 보육사든 모두가 똑같은 급여를 받는다. 김 시설장은 “근무 기간이 늘어도 급여가 오르지 않으니 몇 년 못 버티고 퇴사하는 종사자들이 많다”면서 “새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양질의 돌봄 서비스가 어려워 질 수밖에 없어요. 주 양육자가 수시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부모로부터 상처받고 온 아이들인데.”(김보라)

김 시설장이 호봉제가 적용되는 아동양육시설로 옮겨갈 경우, 각종 수당을 포함하지 않고도 급여가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경력이 높을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는 “호봉제보다 더 급한 게 ‘포괄임금제’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양육시설의 경우 기본급은 기본급대로 주고, 가족수당이나 명절수당 등은 따로 지원해준다”면서 “반면 그룹홈 종사자들은 시간외근무수당조차 없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노인·장애인 그룹홈은 되고 아동그룹홈은 안된다?

그룹홈 종사자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지점은 ‘차별’이다. 그룹홈 종사자들은 아동양육시설 종사자들과 똑같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해 업무를 하고 있지만, 양육시설 종사자가 적용받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못한다. 2005년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지자체로 이양되며 인건비 가이드라인(호봉제)이 배포됐는데, 그룹홈은 지원 여부를 논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아동그룹홈을 제외한 노인 및 장애인 그룹홈 종사자들은 아동그룹홈과 같은 국고보조 사업이자 소규모 시설임에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결국 힘없는, 즉 선거권이 없는 ‘아동’만 차별받는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김 시설장은 “모든 사회복지시설이 보건복지부 일반 예산 기금에 속해있는데, 아동그룹홈만 기획재정부 복권 기금에 속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용시설도 아닌 생활시설을, 그것도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이렇게 취급한다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형태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차별은 인권 문제”라며 “동일한 직종의 근로자에게는 동일한 임금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그룹홈의 도입 취지는 아이들에게 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정서적으로 안정된 발달을 연속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인데, 아이들 입장에서 같이 사는 엄마·아빠, 이모·삼촌이 늘 피곤해하고 바쁘고 자주 바뀐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그룹홈이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그룹홈 종사자의 인권은 아동의 인권과 연결된다”면서 “국가가 아동 인권의 의미와 중요성을 안다면 그룹홈에도 적절한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룹홈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업무 환경을 15년간 버텨왔다. 부당한 처우와 차별 속에서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김 시설장에게 물었다. “엄마라는 직업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저희 직업이 ‘엄마’잖아요. ‘엄마’는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포기하거나 이직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이화랑 청년기자(청세담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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