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무기한 보호는 위헌”… 출입국관리법 5월 개정 시한
외국인 보호제도, 상한 기간·독립성 쟁점 부상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무기한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제63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오는 5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을 둘러싸고 최대 보호 기간과 심사 주체를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출국 때까지 보호시설에 기한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보호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보호시설은 사실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금 상태로, 교도소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 보호 기간 상한이 없고 ▲ 구금에 대한 이의 신청 심사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하지 않으며 ▲ 보호 명령에 대한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점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31일까지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안이 효력을 잃어 현재 보호 중인 외국인들을 모두 즉시 보호 해제해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450여명의 외국인을 보호하고 있다.
◇ 최대 18개월, 현실적 선택 vs 헌재·국제 기준 어긋나
정부는 작년 10월 개정안을 통해 보호 기간 상한을 18개월로 설정하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3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법무부는 EU 기준(기본 6개월, 예외적으로 최대 12개월 연장)과 국내 난민 심사 평균 기간(18개월)을 고려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보호제도의 올바른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종철 법무부 외국인정책과장은 “강제퇴거를 목적으로 보호하는 외국인이 난민 신청 등으로 법적 분쟁을 진행할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평균 18개월이 소요된다”며 “보호 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강제퇴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민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36개월은 헌재가 언급한 ‘합리적인 필요 기간’을 초과한다”며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의 평균 구금 상한은 8.2개월이며, 이스라엘은 최대 구금 기간을 20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한 사례를 들며 정부안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처벌 대상자의 추방 준비가 오래 걸리는 문제는 보호기간을 늘려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효과적인 집행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적절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대범죄로 복역 후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장기간 보호 대신 형 집행 종료 즉시 퇴거 절차를 진행하도록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 국민 안전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무부 산하 vs 법원 심사… 독립성 확보 가능할까
보호 연장과 이의 신청을 심사할 주체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안은 법무부 산하 행정위원회인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심사를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전문성과 신속성을 위해 법무부 소속 위원회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이 지휘하도록 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심사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합의제 기관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외국인보호위원회는 실무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 산하 기구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찬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는 “법무부 산하 위원회는 구조적으로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무국 운영이나 외부 위원 선정에서 법무부의 영향이 배제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보호 연장과 이의신청 심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주로 사법적 행정기관이 구금의 합법성을 판단하고 있다”며 “EU는 행정부와 독립된 사법적 성격의 기관이 심사를 맡고, 미국, 캐나다, 영국은 준사법기관이 구금을 집행하는 기관과 분리돼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 역시 “구금은 정기적인 사법심사나 사법부와 동일한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에서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세연 법원행정처 사무관은 “지방법원 판사가 보호 연장과 이의신청 심사를 맡게 되면 법원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법원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무총리 산하의 독립적인 제3의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동 구금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한재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변호사는 “헌재 판결 이후에도 아동 구금이 제한 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간 약 200명의 아동이 보호시설에 구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이주아동의 구금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