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지난 10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 체육관에 소녀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규 수업 전 운영되는 특별 체육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수업 현장. 한 시간이나 일찍 등교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친다. 수업에 참여하는 A양은 “소녀, 달리다 수업이 있는 날엔 학교 가는 게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녀, 달리다’는 현대해상이 헬스케어 전문 기업 와이즈웰니스와 함께 2013년부터 7년째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체육 활동에 소극적인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신체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신체 발달을 돕고 사회성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게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2회씩 12주 동안 총 24회 열리며, 매회 특정 주제가 제시된다. 이 주제에 달리기를 접목한 체육 활동을 하게 되는데, 토론과 글쓰기 수업도 병행된다. 2019년 1학기에는 수도권 소재 25개 초등학교 재학생 76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인왕초등학교에서 열린 프로그램의 주제는 ‘SBLR’. 또래집단의 압력에 대처하는 방법인 ‘STOP(멈추고), BREATH(호흡하고), LISTEN(듣고), REPLY(대답하다)’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학생들은 석지혜 담당 강사의 설명을 듣고 또래 무리가 와서 특정 친구를 따돌리자고 제안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직접 상황극을 벌이며 익혔다. 상황극을 마치고 나서는 팀별로 멀리 놓인 알파벳 S, B, L, R 카드를 하나씩 가져오는 달리기 게임이 진행됐다. 카드를 다 모은 팀은 팀원들끼리 손을 잡고 크게 “만세!”를 외치며 폴짝폴짝 뛰었다. 석 강사는 “아이들에게 ‘느려도 괜찮으니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목적을 달성하는 협업 정신, 그리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수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4학년 B양은 “평소 운동을 안 좋아하고 체력도 약해서 체육을 싫어했는데 소녀, 달리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운동이 좋아졌다”며 “처음엔 왕복 달리기를 1분에 40번밖에 못했는데 지금은 90개도 거뜬하다”며 웃었다. 여자 친구들과 마음껏 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즐기는 학생들도 많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한민희 와이즈웰니스 팀장은 “대부분 체육 활동이 남학생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학생들끼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체육 활동을 하며 경쟁할 경우 남학생들이 이기는 경우가 많아 여학생들이 운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기 쉽다. 한 팀장은 “여학생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승부욕을 갖고 열심히 임한다”고 했다.
덕분에 아침 일찍 시작되는 특별 수업인데도 평균 출석률은 90% 이상이다. 한 팀장은 “부모님 권유로 등록한 학생들도 처음에는 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수업이 진행될수록 태도가 변한다”며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먼저 제안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해상과 와이즈웰니스는 학생들이 보다 의욕적이고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때마다 자체 평가를 진행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와 함께 커리큘럼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한 팀장은 “여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소녀, 달리다’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수연·정은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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