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우 119REO 대표
“암 또는 희귀 질병을 앓는 소방관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 특성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은 소방관은 두 명에 불과해요.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들은 치료 비용을 자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폐방화복 업사이클 스타트업 ‘119REO(레오)’의 이승우(28) 대표는 소방관들이 입던 방화복을 재활용해 가방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금 일부는 다시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119레오 팝업스토어 현장에 자사 주력 상품인 ‘레오백’을 매고 등장한 이승우 대표와 마주 앉았다.
“소방관은 우리를 구하는데, 우리는 소방관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9레오를 설립했습니다. 화마(火魔)로부터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방화복입니다. 수명을 다한 폐방화복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119레오의 핵심 가치를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장에서 소방관을 지켰던 방화복은 업사이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지역별 소방서에서 수거된 폐방화복은 지역 재활센터에 모여 세탁과 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문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튼튼하고 개성 있는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제품은 온라인몰과 백화점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판매된다. 119레오는 1년에 두 번, 영업 이익의 50%를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과 희귀질환 소방관에게 기부한다.
이승우 대표는 제품의 가치를 넘어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환경적 가치도 챙긴다. “근로 취약 계층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해 세탁과 분해 과정에서 지역 자활센터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 제품의 안감은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119레오는 올해 말까지 전국 백화점 8곳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70대 할아버지도 좋아할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와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이 팔아야 합니다. 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나려는 이유입니다.”
이승우 대표는 “평범한 가방 하나에도 화재 현장을 누빈 스토리가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119레오는 소방관과 함께 주기적으로 SNS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소방관이 근무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을 풀어놓는 시간입니다. 소비자들은 내 가방이 어떤 현장을 다녀왔는지를 상상하는 거죠. 소방관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119레오 제품에 특별함을 더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소통 공간을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승우 대표의 꿈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아직도 소방관이 방화복조차 입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전 세계 소방관을 구하면 전 세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119레오가 앞장서겠습니다.”
지가영 청년기자(청세담1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