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16일까지 모리함 전시관서 ‘기억가게’ 전시 개최
“가장 소중한 물건이 뭐냐는 질문에 1초 만에 떠오른 건 어머니의 ‘침봉’이었죠.”
국립극단 역사상 첫 여성 연출가이자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아라(69) 연출가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어머니의 80년 된 ‘침봉’이었다.
김 연출가의 침봉은 현재 서울 중구 모리함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의 ‘기억가게’ 전시에서 공개되고 있다. 지난 2일 전시장을 방문한 김 연출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항상 무언가를 나누던 분이었다”며 “침봉을 보는 순간 잊고 있던 감사함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 “물건 나눔의 사회적 가치와 철학 전달되길”
아름다운가게(이사장 박진원)는 오는 16일까지 모리함 전시관에서 10인의 ‘물건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를 개최한다. 연출가 김아라 외에도 생태학자 최재천, 배우 손숙, 디자이너 윤호섭, 운동선수 주정훈, 뮤지션 강아솔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규 1집 앨범 CD’, ‘아버지의 안경과 만년필’, ‘아버지의 중학생 시절 일기장’ 등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물건을 표구 형식으로 전시하고, 그에 얽힌 사연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한 아름다운가게의 이혜라 홍보팀장은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가게의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다시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며 “기부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는 시간이 지나며 잊히기 쉽지만, 물건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름다운가게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물건 나눔의 사회적 가치와 철학이 함께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떠오르는 사람은?” 관람객 ‘손글씨’ 답변 코너 마련
전시장 한쪽에는 관람객이 손글씨로 답변을 남길 수 있는 참여 공간도 마련됐다. ‘기억가게를 둘러보며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누구인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물건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손글씨로 남겼다.
한 관람객은 간직하고 싶은 물건으로 ‘가족사진’을 적으며 “살면서 나를 지켜준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 이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떠올린 인물은 조부모였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원해준 유일한 분”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관람객은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으로 어머니를 꼽으며, 이유를 한 단어로 “그리움”이라 적었다.
장윤경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작은 물건 하나가 한 사람의 시간과 기억을 담아 타인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일상의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5월 12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무료이며, 전시장 내 ‘아름다운가게 메모리점’에서는 일부 아름다운가게의 물품도 구매할 수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