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어두웠던 아이들이 별이 되는 곳, ‘성장학교 별’

실제로 어두웠던 아이가 밝아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기존 학교에서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친구가 여기 와서 인정을 받게 된 거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으니까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분위기가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현혜선 별지기)

왕따, 장애 등으로 자신감을 잃었던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밝아지는 학교가 있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이야기다.

지난 2002년, 정신과 의사인 김현수 교장이 성장학교 별을 만든 건 개인적 경험 때문이었다. 1992년 공중보건의로 활동하면서 소년교도소에서 만난 아이들이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 지적장애나 주의력 결핍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거나, 가정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출소를 해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범죄의 길로 빠졌다. 10년 동안 보호관찰소를 찾으며 이를 지켜본 김 교장은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학교엔 7명의 ‘별지기(선생님)’들과 2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지낸다.

성장학교 별에는 다양한 교과목과 커리큘럼이 존재한다. 사진은 예술음악조합 관련 활동 모습. ⓒ류가영 청년기자

◇교사와 학생,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곳

지난 11월 10일, 성장학교 별을 방문했다. 학교의 첫 인상은 ‘자유로움’이었다. 학생들의 휴식 공간인 줄 알았던 곳은 타 학교의 교무실에 해당하는 ‘별지기방’이었다. 아이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이곳을 드나들며 수업내용 중 궁금한 점을 묻거나 수업에 대한 평가를 나눴다. 별지기방뿐 아니라 복도, 교실 어디서든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이날 참관한 수업은 ‘반편견 수업’. 4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편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툭 던졌다.

“다문화가정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한국인은 외국인과 결혼을 못한다’는 편견이요. 또 ‘다문화가정은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진짜 편견 같아요.”

아이들은 답변에 거리낌이 없었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지식을 제공하는 게 아닌, 함께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식이었다. 성장학교 별의 모든 수업은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1월 10일, ‘반편견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교실 ⓒ류가영 청년기자

◇PPT 발표 보고 학생이 담임을 직접 선택해

성장학교 별의 15년 역사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작 초기에는 대안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근처 주민들의 반발로 건물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입학 경쟁률만 3대 1을 넘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한혜선 별지기에게 성장학교 별의 교육 철학과 운영 방식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물었다.

-성장학교 별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프레네 교육 철학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프레네 교육학’은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대안학교 운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협력’과 ‘자발성’이 핵심 키워드이다. 규칙, 학사일정, 프로젝트 수업의 주제 등 학교의 모든 활동들이 학급 회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성장학교 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다른 어떤 기관보다 편견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든 아이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다 인정한다. 틱(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 행동 틱같은 경우는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외부에선 의아한 시선을 던지기도 하는데 우리 학교 친구들은 그런 걸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신입생 같은 경우 틱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학교를 오래 다닌 학생들이 전체회의 시간에 ‘틱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해준다. 그러다다보니 아이들이 학교를 편안하게 여긴다.”

-교과 내용이나 커리큘럼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대학교 수업처럼 아이들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본인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책임을 지는 구조다.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수업은 대표교과 수업과 선택교과 수업으로 나눠진다. 대표교과 수업은 필수 과목으로 ‘반편견’, ‘낙관주의’, ‘분노조절’, ‘갈등해결’ ‘둔감력’ 5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에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선택교양 같은 경우 매학기 달라지는데 이 역시 아이들에게 설문을 받고 피드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독서 치유, 미술 치유, 체육활동, 영화와 자아발견, 난타 등이 있다.”

지난 11월 10일, 기자와 인터뷰 중인 현혜선 별지기. ⓒ류가영 청년기자

 

◇달라도 싫어하지 않고, 달라도 환대받는 곳

 

-교과 활동 외에 이뤄지는 수업은 무엇이 있는가.

“반 수업, 협동조합 수업, 인지교과 수업이 있다. 반 수업은 담임을 중심으로 반 학생들과 학교 생활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시간이다. 담임은 개강 프로젝트 기간에 정해지는데, 선생님들이 PPT를 통해 학기 계획을 발표 하면 아이들이 이를 보고 자신과 맞는 선생님을 선택한다. 협동조합 수업은 1년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데, 농업원예, IT 컴퓨터, 미술공예, 음악공연, 진로탐색으로 나누어진다. 진로 부분에서 심화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부모님과 아이들, 선생님의 고민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인지교과는 영어, 수학을 배우는데 골드, 오렌지, 화이트 등으로 같이 색깔로 반을 나눈다. 인지교과 역시 학생들의 욕구에 맞춰 운영된다. 또한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 학생회 활동도 있다. 이는 선택사항이며 참여를 원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성장학교 별은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이다. 졸업 후 대학과 진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 칼리지’라는 직업 학교의 개념을 도입했다. 스타 칼리지를 졸업한 일부 학생들은 ‘아자라마’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가디언으로 활동 중이다. 아자라마 역시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소셜 허브 공간이다.

아자라마를 운영 중인 선소영 가디언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여기 있는 친구들도 정말 다 다르거든요. 다들 왔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그거였어요. 내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싫어했는데 여기 와서 사랑받고 환영받았다고. 이 공간 자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환대’ 같아요. 스타 칼리지, 아자라마도 그렇고 이상한 말을 하는 누구라도 환대 받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성장학교 별에 위치한 ‘아자라마’ 카페의 전경 ⓒ류가영 청년기자

류가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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