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크러시’ 열풍 일으킨 5060세대,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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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망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현주 청년기자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가수 오승근의 히트곡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리다 보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기에 사람 기를 죽여 놓나 싶다. 70대 나이에 유튜브 스타가 된 박막례(72)씨는 지난 5월 출간한 에세이집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70대까지 살아보기를 잘했다고.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박씨의 외침에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이 반응했다. 순댓국 가게를 30여 년 운영하다 지난해 프로 모델로 데뷔한 김칠두(64)씨는 은빛 긴 머리와 수염을 자랑하는 모델계 신인이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손담비의 ‘미쳤어’를 소화하며 유명세를 얻은 지병수(76)씨도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은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강좌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소위 젊은이들과 접점이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바리스타, 펫시터 등이 주류다.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의 수업 현장을 찾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성반의 김홍래씨는 복습을 위해 수업 촬영까지 하는 ‘행동파’다. ⓒ박현주 청년기자

“몰라서 두려웠던 유튜브, 도전해보니 별거 아니더라”

매주 목요일 오후면 서울 성북50플러스센터가 분주해진다. 50~6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망생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들이 향한 수업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성반’. 강의실 책상에 올려둔 교재는 대학 전공 서적처럼 두껍다. 교재를 펼치자 일반 서적보다 상대적으로 큰 글씨와 굵은 글씨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어 하나하나 친절한 설명이 뒤따른 점도 특징이다. 시니어 수강생들을 위한 ‘배려’가 교재를 묵직하게 만든 셈이다.

수강생 김홍래(58)씨는 복습을 위해 수업 전체를 촬영하는 ‘행동파’다. 매수업마다 교재는 기본, 카메라 장비까지 챙긴다. 김씨는 21년간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다. 주제도 미리 정했다.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인문학 콘텐츠다. 그는 “주변에서 유튜브가 대세라기에 ‘먹방’ ‘화장’ 콘텐츠를 한 번 봤는데, 이해가 되질 않으니까 두려움으로 다가왔었다”며 “그러다 박막례 할머니, 지병수 할아버지의 콘텐츠가 유명세를 타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양성반’은 총 12회 차로 이루어진 강좌다. 유튜브 채널 개설부터 영상 콘텐츠 제작의 방법론을 단계적으로 교육한다. 실제 수업 이후 ‘알리사TV’ ‘신현진의 해맑은 하모니카’ 등 다양한 채널을 오픈했다. 김홍래씨는 “유튜브가 구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라는 걸 얼마 전에 알았을 정도로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서서히 자신감이 생긴다”며 “또래의 중년들에게 일단 한번 시작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2급’ 양성반의 황숙란씨 노트에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으로 빼곡하다. ⓒ박현주 청년기자

독보적 인기 클래스 ‘바리스타 양성반’

‘시니어 바리스타’는 업계에 소문난 인기 클래스다. 서울 동작50플러스센터에서 여는 ‘시니어 바리스타 2급 양성과정’은 수강생 모집 1시간 만에 마감됐다. 수강 신청이 열리는 시각은 자정. 늦은 밤까지 뜬 눈으로 강좌 오픈을 기다린 시니어 수강생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수강생들은 한국커피협회가 주관하는 ‘바리스타 2급’ 시험을 준비한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 마스터해야 하는 빡빡한 과정이지만 강의실의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하다. 지난달 24일 수강생들은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수업 도중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도움을 주곤 했다. 비슷한 또래들이 함께하니, 용기도 배가 됐다. 조수경(54)씨는 “2030대가 섞인 수업에선 그 친구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위축될 때가 많았지만, 비슷한 연령대끼리 배우다 보니까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은 정체된 것만 같던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조란영(53)씨는 “2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뒤로 우울했는데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배우고 나니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김수경(50)씨는 “커피에 대해 아는 게 생기니까 예전과 다르게 카페를 갈 때마저 즐겁다”고 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다. 황숙란(63)씨는 “그라인더를 분쇄해서 양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고, 또 우유 스팀 나올 때마다 얼마나 놀라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은퇴 이후 배움이 낯설었던 조란영(53)씨는 “커피 용어에 어려움을 느껴 수업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고비를 한 번 넘기고 나서야 배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인데 새로운 도전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50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시니어 펫시터 양성과정’ 수업 현장. ⓒ박현주 청년기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니어 펫시터’ 각광

반려동물 도우미 ‘펫시터’는 시니어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는 직업이다. 이웃의 반려견을 대신 돌봐주는 일종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강아지마다 성격이 다른 건 알고 계시죠? 그래서 성격마다 매는 목줄도 다 달라요. 아무 목줄이나 막 사용하시면 안 돼요.”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50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시니어 펫시터 양성과정’. 강사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20여 명의 수강생이 꼼꼼히 필기를 했다. 수업에서는 펫시터가 알아야 할 ‘반려견의 세계’를 중심으로 공부한다. 현장 수업도 나간다. 반려견을 직접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서, 그간 배운 이론을 적용해보는 시간이다. 김정희(가명·58)씨는 “다른 강아지 냄새를 맡아야 강아지가 안전함을 느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며 “산책하러 나갈 때 강아지가 안고만 다녔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펫시터 활동은 은퇴 이후 우울감을 겪는 시니어들을 치유하는 기능도 한다. 김현주(가명·53)씨는 “반려견과 감정을 교류하다 보면 건강한 마음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펫시터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니어 펫시터 양성과정의 박희 강사는 “동물을 돌보는 일은 시니어들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특히 동물과 교감하는 일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데도 무척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청년기자(청세담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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