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전문 의료인이 함께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지금은 2200여 명의 조합원과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하고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합 창립 7주년, 동물병원 개원 5주년을 맞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이 최근 서울에 청담 2호점을 개원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을 만들고자 했던 조합원들의 열정은 동물병원 개원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마포구에 있는 성산 1호점에서 김현주 우리동생 이사를 인터뷰했다.
─우리동생과 다른 일반 동물병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도 2200명의 주인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웃음). 보통 병원을 개원할 때 수의사 선생님이 대출을 받거나 자기 돈을 투자하는데, 저희는 병원에 필요한 장비를 살 때 조합원들이 같이 돈을 모아요. 대출이 필요하면 조합 명의로 대출을 받고 같이 상환해요. 덕분에 수의사 선생님은 질 좋은 의료에 매진할 수 있죠. 조합원들은 손님이 아니라 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사람이 되는 거고요. 조합원이 함께 소모임을 만들어 봉사활동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해요.”
─청담 2호점을 개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에 25곳이 있어요. 연합회를 통해 같이 고민도 하고 의견도 나누고 의사 선생님과도 연대하죠. 그런데 동물의료 사회적협동조합은 저희가 최초이고 유일해서 외롭더라고요.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래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호점을 만들게 됐어요.”
─조합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대부분 동물건강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각과 노동, 자본을 함께 일구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아요. 협동조합에 관심이 없었던 분들도 조금씩 경험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동물대표’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4대 동물대표가 활동 중이에요. 2년 주기로 조합원들이 투표로 뽑아요. 1대부터 4대 동물대표들은 모두 저마다 사연이 있어요. 세 개의 다리로 신나게 뛰어다니는 멍대표, 한쪽 눈이 많이 아픈 채로 보호소에서 입양한 냥대표, 불법 브리더가 방치한 4마리의 고양이를 조합원이 구조해서 입양이 됐는데 이 고양이들이 공동대표를 하기도 했어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버리지 마세요.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길고양이도 함께 살아요’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조합원이 소비자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조합원 대부분이 동물병원 소비자이기도 해요. 사회적협동조합에 바라는 가치도 있고, 소비자로서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에 대한 기대도 있죠. 조합원 운영 토론회 등을 하면 우리 조합원들이 참 현명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소비자로서 혜택을 보는 쪽보다는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며 건강하게 운영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요. 함께 조합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니까요. 집단지성과 실천이 협동조합의 힘인 것 같아요.”
─의료 나눔, 유기 반려동물 입양 등 여러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의료 나눔은 크게 두 축이에요. 하나는 조합원들이 구조하는 동물에 대한 의료 나눔, 그리고 취약 계층에 대한 의료 나눔이에요. 유기동물과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조합원들의 실천을 서로 지지하고 돕자는 의미에서 의료 나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요. 반려인 중에서 경제적 문제로 반려동물 돌봄에 어려움을 느끼는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나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올해는 동물 의료뿐 아니라 지역 복지기관,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복지사업’으로 확대해 진행 중입니다.”
─우리동생 동물병원이 5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동생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조합원들 간의 협동과 지역사회의 도움 덕분이에요. 10주년, 20주년도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가는 게 우리동생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동물의료기관을 만들어가는 것, 병원을 통해서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게 우리의 꿈이자 목푭니다.”
허찬무 청년기자(청세담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