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피플 ‘기부 마라톤’ 체험르포
“희귀난치성 아동을 위해 파이팅 한번 외치고 출발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화이팅!”
출발 신호와 함께 1800여명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모자, 선글라스, 트레이닝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나갔다. 검은색으로 큼직하게 쓰인 참가번호를 등에 달고, 입가엔 연신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6월 3일 오전 9시,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 열린 ‘2017 희귀난치성질환 아동돕기 굿피플 기부마라톤 대회(이하 굿피플 기부마라톤 대회)’ 현장 모습이다. 참가비 전액이 희귀난치성질환 아동들의 치료비로 기부된다. 기자 역시 참가번호 11219번을 등에 달고 출발선에 섰다. 생애 첫 마라톤 대회였다.
지난 5월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의 날’이 지정됐다. 국내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총 70만명(건강 보험심사평가원, 2015년). 국민 70명 중 1명이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대 중증질환으로 규정돼있다. 2016년 희귀난치성 질환 보험자 부담 금은 총 3조9717억원으로, 암 다음으로 많다. 4대 중증질환 전체 보험자 부담금의 35%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2만명 이하일 때 명명되는 희귀난치성질환은 그 명칭처럼 환자 수가 희소해 원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치료법 연구 개발은 물론, 치료비 역시 어마어마하다. 국제구호기구 ‘굿피플(Good People) 인터내셔널(회장 진중섭)’이 올해 처음으로 기부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홍인영 굿피플 담당자는 “참가비를 기부해 나눔에 동참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마라톤”이라며 “희귀난치성 환아들의 건강을 응원하며 함께 걷는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굿피플 기부마라톤 대회에서 마련한 코스는 10km 달리기, 5km 달리기, 5km 걷기 등 총 3가지. 뚝섬한강공원 수변무대를 출발점으로 강변 동서울터미널에 설치된 반환점(5km코스)과 광진교 인근 한강호털에 설치된 반환점(10km)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각 코스마다 참가자들의 기백은 남달랐다. 10km, 5km 달리기 참가자들은 정식 마라톤 대회를 방불케하는 승부욕을 보였다. 선수 못지않은 자세,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리는 노하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기자는 마지막 코스를 선택, 1200여명과 함께 5km 걷기에 도전했다. 살면서 3km 이상 뛰어본 적 없던 터였다. 5km 걷는 코스를 선택한 참가자들은 소풍을 온 것처럼 여유롭게 한 발씩 내디뎠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나누며 걸어갔다.
참가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 기쁨도 두 배” 한목소리 길게 늘어진 행렬을 따라 20분쯤 걸었을까. 수건을 엮어 연결한 줄을 잡고 걷는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참가 동기를 물으니 앞서 걷던 장영수(58)씨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들도 자폐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장애나 희귀난치성 질환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사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돕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와 옆에서 이를 지켜보며 돌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어요. 서로가 어려움을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되지 않을까요?”
장씨는 56세에 대학교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 치매, 희귀난치성 질환 등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단다. 그는 “아이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간절히 바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 아이들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했다. 생수로 목을 축이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낼 무렵, 갈색 조끼를 입은 한 남자가 “거의 다 왔으니 힘내라”며 응원을 보냈다. 굿피플에서 거리모금을 담당하는 김태우(27) 팀장이었다. 그는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에게 희귀난치성 질환을 설명하고 후원을 독려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김 팀장은 “현재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들은 평균 6분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희귀난치성 환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시 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시 52분. 1시간 28분 만에 5km를 완주했다. 거의 마지막으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보니, 완주에 성공한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치며 곳곳에서 기념 촬영을 이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은 “걷고 달리는 과정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달리니 더 힘이 났다”며 저마다 만족스러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자 역시 참가자들과 함께 내년엔 10km 달리기에 도전해보기로 입을 모았다. 1817명이 참가한 굿피플 기부 마라톤 대회에서 모인 참가비는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치료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홍인영 굿피플 대리는 “대회는 끝났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지속돼야한다”며 “내년에도 기부 마라톤 대회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문철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