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졸업보다 창업 먼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청년 대표들
“졸업보다 창업 먼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청년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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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보다 사업자등록증을 먼저 받은 젊은 창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MZ세대답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학생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9 소셜벤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셜벤처 771곳 가운데 30대 미만 창업자의 비율은 40%에 이른다. 이처럼 소셜벤처 업계에서 젊은 대표의 등장은 흔한 일이지만, 학부 시절 창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재조명 받는 주거·교육·의료지원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회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청년과 장년을 잇는 주거 공유 소셜벤처 ‘허들링’

노시형 허들링 대표는 학부 시절부터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벤처 구상에 들어갔고 졸업 전에 실행에 옮겼다. /허들링 제공

“학부 시절부터 사업을 준비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집중했죠. 청년들은 집이 없어 지낼 데가 없고, 정작 집 있는 시니어들은 소득이 불안정하잖아요. 청년과 시니어를 홈쉐어링으로 연결한다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노시형(28) 허들링 대표는 주거빈곤층인 청년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홈쉐어링 플랫폼을 지난해 선보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 서비스로 중장년 호스트를 모집해 임대할 방을 소개하면, 조건에 맞는 대학생 게스트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홈쉐어링은 한 집을 여러 세입자가 함께 쓰는 쉐어하우스와 다른 개념이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거주하지만, 공간을 분리하고 입주 규칙을 정한다는 점에서 하숙과도 차이가 있다.

노시형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데, 자식들을 출가시킨 중장년층의 집에는 방이 비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곧장 사업을 벌였다”고 했다.

패기로 시작한 만큼 처음엔 몸으로 부딪쳤다. 호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학교와 가까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인근의 아파트 노인정을 찾았다. “메인 호스트를 60대 이상으로 잡았어요. 어르신들께는 홈쉐어링이 생소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미리 인쇄물을 만들었어요. 전단지처럼 한 묶음 쥐고 일일이 나눠 드리면서 홈쉐어링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자녀가 독립하면서 생긴 빈방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인 장년층들이 많았어요. 이거 되겠다 싶었죠.”

처음으로 유치한 호스트는 60대 여성이었다.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지내긴 큰 평수인 40평대 아파트를 정리하려던 차에 노 대표를 만나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게스트인 청년들의 반응도 좋다. 호스트의 집들이 아파트 단지 내 있어 비교적 안전하고, 계약 기간이나 비용 부담도 일반적인 월세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허들링은 올 들어 관리하는 방을 전년 대비 2배인 70개까지 늘렸다. 노시형 대표는 “주거 공간 공유를 넘어 멘토와 멘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면서 “호스트와 게스트의 세대 갈등을 줄이고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비대면 학습격차를 줄이는 ‘클라썸’

이채린(24) 클라썸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재학 중에 창업했다. 당시 과대표로 전공수업 질의응답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아이디어 덕분이다.

“오프라인에선 주저하던 질문도 온라인에서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자 비슷한 질문을 반복해서 쏟아내면 그만큼 비효율이 발생하죠. 수업 구성원 누구든지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이채린(오른쪽) 클라썸 대표와 최유진 부대표. /클라썸 제공

이 대표가 2017년 채팅 방식으로 간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클라썸1.0’을 선보이자 대학가에 소문이 퍼졌다. 이듬해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최유진(28) 부대표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게 됐다. 클라썸은 카이스트와 서울대 등 대학교뿐 아니라 인천광역시교육청, 성남문화재단 등 1,80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영국·우간다 등 국내외 21개국에서도 사용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빅베이슨캐피탈과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인 영국교육기술박람회(BETT Show 2020)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창업 3년 만에 식구는 23명으로 불어났다.

클라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도 원격 수업을 진행하자, 지난 2월 말부터 7월까지 클라썸 프리미엄 버전을 무료 배포했다. 비대면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툴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는 큰 도움이 됐다. 최유진 부대표는 “조직의 비전이 ‘어려운 소통을 돕는 것’인데, 모두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클라썸 구성원들은 밤낮없이 접수되는 고객 문의에 업무량이 10배 이상 늘기도 했다. 이채린 대표는 “당장 수익만을 좇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라며 “서비스 무료 배포로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조직 구성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문의가 올 정도로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교육 격차는 비단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라며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전 세계 학생들이 원활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소셜벤처 ‘민들레마음’

손유린 민들레마음 대표. /민들레마음 제공

“어린이들의 그림에는 어른들이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 있습니다. 가장 어린이다운 모습이랄까요? 아이들의 손으로 그린 그림이 갖는 힘을 믿습니다.”

손유린(29) 민들레마음 대표는 중증희귀난치질환을 앓는 환아들의 그림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소셜벤처를 운영 중이다. 제품 판매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는 환아들을 위해 의료 환경 개선에 기부된다.

손유린 대표는 스스로를 ‘의욕이 넘친 대학생’이라고 표현했다. 3년 전 늦깎이 대학 생활을 시작한 뒤,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환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3월 아예 소셜벤처를 설립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의료병동은 물론 바이러스에 취약한 중증희귀난치질환 병동은 면회가 완전히 중단됐다”면서 “아이들의 무료한 시간을 채워주기 위해 민들레를 활용한 DIY 콘텐츠인 ‘꽃게안경 만들기’를 만들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후속작인 ‘낚시놀이 만들기’를 제작해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국내 중증희귀난치질환을 치료하는 시설은 손에 꼽는다. 우리나라에 소아완화의료 전담팀이 있는 병원은 6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충청·강원 권역에는 없는 실정. 손유린 대표는 “통원 치료를 하는 환아들의 경우 감기만 걸려도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할 때가 있다”면서 “환아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들레마음은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손 대표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시설의 확대를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자형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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