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설 곳을 잃은 이주민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설 곳을 잃은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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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8월 중순 다시 급증하면서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는 그 피해를 정통으로 맞는다. 코로나19가 이주민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이주민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이주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전염병 유행은 건강을 넘어 생계의 문제로 다가왔다.

지난 5월 7일 이주인권단체 활동가와 이주민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 평등 지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주민센터 친구 제공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

지난 6월 이주민 인권단체 ‘이주민과함께’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 33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66.7%는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장보기·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의 불편’(38.1%), ‘의료기관 이용의 어려움과 두려움’(28.8%),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25.8%), ‘개학 연기, 어린이집 휴원으로 인한 자녀 돌봄’(25.5%) 순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부족’(16.5%)과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16.2%)를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주민들은 코로나로 생계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인이라면 사회복지 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될 만한 사람이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했다.

경제적 피해의 원인으로는 ‘일이 줄거나 없어졌다’는 응답이 6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이주민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던 이주민의 20.7%는 ‘직장이 휴업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답했다. 고용 환경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이주민과함께는 설문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피해를 기술하는 데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들을 조합해보면 ‘코로나19로 인해 본인·배우자의 직장 일이 줄거나 중단되면서 소득이 감소해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불충분하고 본국으로 송금도 어렵다’는 문장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체류자격을 따져보면 해고, 휴업, 일 감소로 인한 피해는 미등록이주민(93.5%)이 가장 높았고 재외동포 등 기타 이주민(87.5%), 이주노동자(81.7%), 영주권자(80.7%), 국적취득자(78.6%), 결혼이주민(63.4%)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폭을 묻는 질문에는 ‘월평균 100만원 이상’으로 답한 응답자가 29.1%에 달했다. 이진혜 변호사는 “이주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직역인 간병인, 여행사, 입주 가정부 등은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아예 일자리 자체가 없어진 경우가 많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했다가 다시 복직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실직 후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항공편이 끊겨 그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재난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도 이주민에겐 힘이 되지 못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나 영주권자는 포함됐지만, 그 외의 이주민은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외국인에게도 지원했고, 포르투갈은 난민과 이주민에게 일시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천시, 안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주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전국적으로 확대되진 못했다.

국가의 지원 대상이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있다. 결혼이민자 A씨는 최근 귀화 신청을 했다. 문제는 귀화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는 결혼이민자도 귀화자도 아닌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귀화 심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우리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주민이 재난에 특히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정보 접근성이다. 이진혜 변호사는 “난민의 경우 본국의 박해를 피해서 급히 입국했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어를 모른다”면서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주민들도 복잡한 코로나19 정책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실제 이주민들은 재난알림 문자를 받으면서도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주민 B씨는 “재난알림 문자는 휴대전화에서 텍스트 복사가 되지 않아 번역기에 넣어볼 수도 없다”면서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보가 심하게 울릴 때면 공포감만 느낀다”고 했다. 이주민 C씨는 “페이스북에 코로나 관련 정보들이 떠돌아다니지만 어떤 게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없는 환경이라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을 위한 재난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EmergencyReady’를 보급하고 있지만, 영어와 중국어 2개 언어만 제공하고 있다. 난민·이주민 통역지원단체 호모인테르의 박재윤 대표는 “이주민마다 알음알음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보를 의존하고 있다”면서 “일부 다문화 관련 단체가 홈페이지에 다양한 언어로 만든 자료를 올리긴 하지만 무척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낮은 정보 접근성은 단순 불편함의 문제를 떠나서 방역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관련 정부 정책이 바뀌어도 다국어로 안내되지 않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정부의 방역 정책을 거스를 가능성도 크다. 실제 지난 1월 코로나19 발병 직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예방수칙이 16개 언어로 번역되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이진혜 변호사는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이주민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챙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다혜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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