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0일
‘따로 또 같이’ 주거 공간이 청년의 삶 바꾼다
‘따로 또 같이’ 주거 공간이 청년의 삶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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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주거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삶의 형태나 취향에 맞는 주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리빙(co-living)’이다. 한 마디로 ‘따로, 함께’ 사는 집을 말한다. 전통적인 공유 주거 모델인 하숙이나 최근 몇 년 새 주목을 받은 셰어하우스보다 개인 공간을 보장하되 취미 활동이나 편의 시설 공간만 공유한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맹그로브’가 대표적이다. 임팩트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MGRV가 처음 내놓은 코리빙 하우스로, 현재 24가구가 입주해 있다. 지난 19일 맹그로브 숭인점에서 만난 MGRV의 하진수 CXO는 “독립성에 기반한 커뮤니티로 청년들의 좋은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들은 “편히 쉴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숭인동 맹그로브 1호점에서 만난 하진수 MGRV CXO는 “사회 초년생도 좋은 주거 환경을 누리면서, 느슨한 공동체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맹그로브의 목표”라고 했다. /정지연 청년기자

독립된 생활과 풍부한 공유 공간…‘사회초년생의 좋은 주거’ 실험

맹그로브는 6층 건물로, 지하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공유 공간과 주거 공간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 CXO는 “모든 주거 공간은 1인 1실로 독립적으로 살되, 공유 공간에서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지하 1층과 1층엔 각각 주방, 세탁공간과 코워킹 카페가 있고, 2층부터 5층까지 개인용 거주 공간이, 일부 층에는 요가와 피트니스 공간이 마련돼 있다.

“셰어하우스에서는 주거공간을 쪼개 쓰는 방식이라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생활 방식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충돌할 수도 있죠.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청년 문화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개인과 공용 공간의 철저한 분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공유 생활의 장점은 또 있다. 입주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입주민 전용 요가·피트니스센터, 카페는 고급 아파트에나 갖춰진 서비스지이만, 맹그로브의 월세는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 하 CXO는 “맹그로브를 통해 청년들이 ‘총 생활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주변 시세와 비슷하지만, 여기 살면 요가나 헬스장, 카페를 돈 내고 이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회 초년생들이 월세 외의 비용을 아끼게 됩니다. 또,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이 아니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청년들도 좋은 주거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청년 반응은 뜨거웠다. 이미 입주자 모집이 완료돼 총 인원인 24명이 맹그로브에 살고 있다. 모든 입주자가 20~30대로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다. 하 CXO는 “청년들의 ‘좋은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대표적인 게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맹그로브커뮤니티소셜클럽’이다. 맹그로브커뮤니티프로그램은 요가·명상·제철 다이닝·콘서트 등으로 구성되는 입주민 전용 서비스로, ‘웰니스’가 주 주제다. 그는 “맹그로브는 단순히 편안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꾸려가는 터전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맹그로브커뮤니티소셜클럽의 일환으로 입주 멤버들이 수요일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MGRV

‘가벼운 스침’으로 만들어지는 청년 커뮤니티

맹그로브가 지향하는 건 ‘느슨한 공동체’다. 공동체 주거를 강조하면서 입주자들끼리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강요하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이 만날 공간을 마련하면서 취향이 맞는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주거는 철저히 분리하되 원하면 언제든 다른 입주민과 교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공유 공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 CXO는 “청년들은 개인 생활을 보호받고 싶은 마음과, 외로움을 없애고 싶은 마음 모두를 가진 게 특징”이라며 “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좋은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의 코워킹카페. /BRIQUE

입주자 만족도도 높다. 맹그로브 숭인점에 사는 직장인 김기태(27)는 “사람을 만날지 안 만날지가 철저히 본인 의사에 맡겨져 있어 좋다”고 했다. “오히려 ‘공동체’라고 강조하지 않다 보니 편하게 대화를 하게 됐어요. 언제든 원할 땐 개인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입주민들끼리 생활공간에서 자연스레 친해지고, 작은 접점이 생기면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느슨하게 친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끼어들기도 좋죠.” 지금은 입주민들끼리 스스로 영화 모임을 하거나 샹그리아 파티를 열기도 한다.

하CXO는 “코리빙은 청년 주거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MGRV는 벌써 맹그로브 2호점을 구상 중이다. 대학가가 모인 신촌에 300가구가 입주 가능한 대규모 코리빙 공간을 연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갔다. “아직 코리빙 개념이 낯선 사람도 많지만, 분명히 발전 가능성과 청년 세대에 주는 이점이 크다고 봅니다. 앞으로 ‘느슨한 연결’과 ‘좋은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코리빙의 가치를 바탕으로 더 좋은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의 삶이 좋아지고, 거기서 새로운 사회에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도 나오지 않을까요?”

정지연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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